"美선 공짜로 24시간 주식 거래 돌리는데"…韓도 제도 마련 '시급'

美 주식 토큰화로 24시간 거래 지원·수수료 무료…증권 거래소와 차별화
가상자산 거래소도 경쟁 대열 합류…"한국도 논의 필요"

로빈후드 플랫폼.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미국 투자 플랫폼 로빈후드가 블록체인으로 주식을 토큰화하며 수수료 없는 '24시간' 주식 거래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 묶인 채 제도화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최근 레이어2 블록체인 아비트럼과 유럽에서 '토큰화 주식'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200종 이상의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파생상품을 기반으로 한 토큰을 발행해 유럽 이용자가 미국 자산에 쉽게 투자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로빈후드의 토큰화 주식은 '공짜 수수료'로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식 거래 시간이 정해진 기존 증권 거래소와의 차별점이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거래 수수료 없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셈이다.

토큰화 주식은 탈중앙화 생태계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이를테면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플랫폼에서 대출받기 위한 담보로 토큰화 주식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가상자산 금융 서비스 기업 갤럭시 디지털은 "로빈후드의 행보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같은 전통 기업들에 대한 도전"이라며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기존 증권 거래소의 수익 구조를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토큰화 주식 시장의 가능성을 본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는 최근 단일 기업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식을 토큰화했다.

제미니는 향후 더 많은 주식과 ETF를 토큰화할 계획이다. 제미니는 "전 세계에 미국 주식을 수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 자산을 토큰화하기 위한 법적 기반조차 없는 상황이다. 토큰증권(ST) 발행을 위한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수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많은 증권사와 블록체인 기업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제도 미비로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비용만 지출하고 있는 배경이다.

한 토큰증권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규제 샌드박스 등 당국의 심사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특정 자산에 대한 열풍이 불 때 사업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큰화 자산 전반에 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며 "관련 제도 변화에 맞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