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중단됐던 한은 CBDC 테스트, 내년 재가동…은행권 "일단 참여"

'CBDC vs 스테이블코인' 재점화…테스트 재개에 은행권도 예산 준비
한은 '스테이블·CBDC 공존' 전략…은행권 "준비는 하지만 글쎄"

2025.10.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한국은행이 잠정 중단됐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테스트'를 내년에 재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권도 예산 편성에 나섰다.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속도를 내면서 CBDC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어느 한쪽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준비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일명 '프로젝트 한강'으로 불리는 한국은행의 CBDC 테스트 관련 예산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다음해 CBDC 2차 테스트를 재개한다고 알려왔다"며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만든 디지털 자산으로, 가치가 안정되도록 설계된 화폐다. 겉보기에는 스테이블코인과 비슷하지만, 국가가 직접 발행하는 공식 화폐라는 점에서 민간이 만드는 스테이블코인과 다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소비자 10만 명을 대상으로 CBDC 실거래 테스트를 완료한 뒤 '2차 테스트'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식화하면서 CBDC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CBDC 테스트 재개에 은행권도 예산 준비

실제 1차 테스트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생활에서 디지털 화폐가 실제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실험이었지만, 소비자가 굳이 CBDC를 선택해야 하는 유인이 부족해 참여율과 활용도가 낮았다는 평가다. 또한 정부 주도 테스트에도 불구하고 민간 은행이 수십억 원대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점이 예산 논란을 키웠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2차 테스트 참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차 테스트 당시 예산 문제나 소비자 친화성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상업성을 기대하고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며 "CBDC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의미가 있었고,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공식화했지만 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CBDC와의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정식 공문이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2차 테스트가 추진되는 것은 맞다"며 "관련 예산은 이미 반영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CBDC 공존' 전략에 업계는 "글쎄"

한국은행 관계자는 2차 테스트를 준비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일정과 투입 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1차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2차 테스트 역시 자율 참여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함께 활용되는 디지털 화폐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에서 CBDC, 예금토큰,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하는 미래 인프라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두 디지털 화폐의 공존이 실제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의 디지털자산 담당자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미국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미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무게가 완전히 이동한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