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약 '소액분쟁사건 소송금지'에…7개 금융협회 "과하다" 한목소리
"소액 분쟁, 금감원 조정 따라야"… 금융사 "재판권 침해" 비판
'2000만원' 기준도 도마위…금융위도 "제도 보완 장치 필요"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금융 공약 가운데 하나인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두고 7개 금융협회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놨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이 제도는 2000만원 이하 소액 금융분쟁에 대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결정을 금융사가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분조위 결정 이후 금융사가 소송으로 대응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금융회사의 재판청구권 침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입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6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김현정·이정문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액분쟁사건 편면적 구속력 부여' 법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다만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 등 7개 금융협회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일제히 우려를 제기했다.
정명호 수석전문위원이 제출한 법률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헌법상 재판청구권 제한과 소액분쟁특례의 남용·악용 등 부작용이 우려돼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도 "재판청구권 본질적 침해, 악성 소비자 양성 및 보험료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역시 "조정제도는 당사자 간 합의가 전제되는 만큼 조정안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은 제도 본질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협회들은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재심청구권 부여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해 부작용 우려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편면적 구속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분야 공약이기도 하다.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의 분쟁이 발생하면, 재판으로 가기 전 금감원 분조위가 조정에 나선다 법원 소송이 시작될 경우 자본과 정보의 차이로 소비자가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정안에 대해 당사자 중 한쪽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이 종료된다는 데 있다. 실제로 금융사들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거나 소송으로 맞서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에 여당은 2000만원 이하 소액 분쟁에서 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면, 금융회사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그 조정안에 구속력이 생기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는 입법 취지 자체는 인정했다. 일반 소비자는 금융 지식이 부족해 금융사의 소송에 대응하기 어렵고, 소송비용을 이유로 대응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사들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논란이 남는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에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이러한 우려를 고려해 "민법상 재심 사유나 분쟁조정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우 이의 제기를 허용하는 등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제도 오남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편면적 구속력에 따라 금융사가 소송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지면, 악성 민원인이 이를 악용해 분쟁 신청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금융회사에 과도한 비용 부담이 발생하면, 결국 보험료나 금리 인상 등으로 일반 금융소비자에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편면적 구속력 적용 기준이 되는 '2000만원'의 금액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00만원 이하 분쟁이 전체의 66.8%를 차지해 사실상 3건 중 2건에 편면적 구속력이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융사의 방어권에 과도한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적용 기준 금액을 세분화하거나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한 '금융소비자 권익증진' 관련 행사에서 "편면적 구속력 제도는 1000만~1500만원에서 정리되지 않을까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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