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 발언에…고신용 4%·저신용 3% '금리 역전'

정부 '포용 금융' 확대 영향…'5년간 70조' 투입, 금리 더 벌어질듯
은행권 "시장 위협 수준은 아냐"…숙제 받은 금융위는 '해법 고심'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는 '포용 금융' 기조가 확산되면서 은행권에서 저신용자 금리가 더 낮은 이례적인 대출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돈을 갚을 능력이 높은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의 금리가 더 낮게 책정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현상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다.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오늘부터 연체하겠다"는 식의 자조적인 글까지 올라오며 불만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같은 금리 역전을 확인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 원칙이 흔들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대통령이 "서민 금리가 너무 높다"고 지적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어서다.

신용대출 금리…고신용 4% vs 저신용 3%

24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10월 기준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신용점수별 금리 현황'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에서 고신용자의 금리가 오히려 저신용자보다 더 높게 설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신용점수 700~651점 차주의 금리는 약 5.40%로 집계됐다. 반면 600점 이하 차주의 금리는 3.70%에 그쳤다. 통상 600점 이하는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정도의 '최저신용자'에 해당한다.

다른 은행도 비슷한 흐름이다. 하나은행은 700~651점 구간 금리를 4.54%로 책정했지만, 600점 이하 차주에게는 3.43%를 적용했다. 우리은행 역시 800~751점 구간의 금리가 5.48%인 반면, 600점 이하 차주는 4.26%로 더 낮았다.

신용점수는 개인의 상환 능력과 상환 의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지표다. 통상 저신용자는 연체 위험을 감안해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원칙과 달리 금리가 역으로 책정되고 있는 것이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5대 금융, 5년간 70조 투입…금리 더 벌어질 수도

이같은 금리 역전 현상은 은행권이 '포용 금융'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취약계층 금융 지원을 확대하라"며 은행권을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특히 금리 역전은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5대 금융지주가 새 정부 기조에 맞춰 향후 5년간 취약계층 지원에 7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책적 압력이 지속될 수 있어서다.

이런 구조가 알려지자 SNS에서는 '역차별' 논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빚을 성실히 갚아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은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반면, 연체 이력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은 오히려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오늘부터 연체하겠다"는 식의 자조적인 글까지 등장하며 소비자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은행권 "시장 위협될 수준은 아냐"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통상적인 금융 원칙으로는 금리 역전이 이례적이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문제 제기에 답을 내놓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이가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계급제가 됐다"며 "금융권은 공적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의 일반적인 금융 시스템과 달리 새로운 시각의 관점에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선 금리 역전이 시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저신용자 대상의 신용대출은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재원이 포함된 정책대출이며, 이용자 규모도 극히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 700점 이하 차주에게 나가는 신용대출은 은행 자체 재원만으로 취급되는 상품이 아니라 정책성 대출이 많다"며 "은행이 고신용자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비판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700점 이하 신용대출은 전체 대출 중에서도 비중이 매우 낮다"며 "소수 상품이 정책지원을 받아 금리가 낮아진 결과를 두고 시장 왜곡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