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 먹튀 논란' 론스타와 20년 악연 끝…금융위 책임론도 '종지부'

론스타 사태 뭐길래?…4000억 배상 위기서 '배상금 0원'까지
금융위도 "의미가 큰일"…19일 법무부와 공동 보도자료 예정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론스타 ISDS 취소 신청 결과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정부가 '투기자본 먹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 분쟁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20년 넘게 이어진 악연에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2022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한국 정부에 약 4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지만, 정부가 제기한 판정 취소가 받아들여지면서 배상액은 결국 '0원'으로 결론났다.

론스타 사태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고가 매각을 시도하며 벌어진 '먹튀 논란'과, 매각 승인 지연 책임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의 10년 넘는 법적 분쟁을 통틀어 이르는 사건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굉장히 의미 있는 결과"라며 반색했다. 금융위원회는 국가 소송을 담당한 법무부와 함께 19일 오후 공동 보도자료를 낼 예정이다.

외환은행 인수부터 시작된 '적격성 논란'…론스타, ICSID에 6조원 소송 제기

론스타는 2003년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여파로 어려움을 겪던 외환은행 지분 50.5%를 1조 3834억 원에 인수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었지만, 금융당국이 '부실 금융기관 정리'라는 예외 조항을 적용해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부여하면서 출발부터 적격성 논란이 제기됐다.

인수 후 론스타는 빠르게 매각에 나섰다. 2007년 HSBC와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론스타가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류하면서 2008년 거래가 무산됐다. 이후 2012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 9157억 원에 넘겼다.

론스타는 이 과정에서 정부의 승인 지연 때문에 매각가가 낮아져 손해가 났다고 주장하며 지난 2012년 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46억 7950만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매각 승인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승인 보류가 정당했다는 입장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론스타가 청와대에 소송 제기를 예고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자신들이 기대한 만큼 이익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론스타가 소송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7.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4000억 배상 판결'에 금융당국 책임론 재점화

ICSID 중재판정부는 지난 2022년 론스타 측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가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배상금과 지연 이자 등을 모두 합하면 정부의 지급액 총규모는 현재 환율 기준으로 4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후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산업자본인 론스타가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로서 외환은행 인수가 불가능함에도 금융위원회가 예외적으로 승인해주는 '특혜'를 부여한 만큼, 론스타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를 포함해 론스타 사태와 관련된 모든 금융당국 공무원들이 위법, 부당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 전 위원장은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매각을 논의하고 있었을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이었다.

정부는 국고 유출을 막기 위해 중재 판정에 즉시 이의를 제기해 취소 절차에 착수했고, 약 3년간의 추가 심리 끝에 결국 최종 승소했다. 이로써 배상금 원금과 이자를 합쳐 약 4000억 원에 달하던 부담은 모두 사라졌다.

구체적인 취소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중재판정부의 판단이 "증거 법칙에 위배됐다"고 주장한 부분이 결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심리 끝 '배상 0원'…금융위도 "의미가 큰일"

금융당국도 이번 결정을 두고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반색했다. 그동안 금융위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이번 결과가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줬다는 평가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론스타가 국제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만에 결국 한국 정부가 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지난 정부에서는 약 40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내려졌지만, 이번에는 그 판정 자체가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소송을 주도한 법무부와 함께 이르면 18일 공동 보도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