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베트남 7년 농협은행…기업금융 주력 '연체율 제로' 지켰다
[세계로 가는 K-금융]⑦다업종 우량기업에 집중…'연체율 0%' 안정 성장
신디케이트론 늘려 여신 확장세 지속…"지점 전환 등 당국 성장지원 절실"
- 신병남 기자
(하노이=뉴스1) 신병남 기자 = "기회만큼 위기가 숨어있는 곳이 베트남입니다. 5위 은행이 뱅크런을 겪고, 서류상 3층 건물이 있어야 할 곳은 부지만 휑한 곳도 있습니다. 개점 이후 연체율 0% 유지는 그만큼 재무제표 이상을 살폈다는 의미입니다. 주재원과 현지인으로 구성된 여신팀들은 지금도 지점과 거래처를 오가고 있어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신시가지인 바딘 지역, 현지 금융회사를 비롯해 익숙한 국내 금융사 간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곳 랜드마크인 하노이 롯데호텔 내 '농협은행 하노이지점'이 자리잡고 있다. 고성장하는 '기회의 땅'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적에 상관없는 유수의 금융사가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다.
개점 7년 차인 농협은행은 하노이 인근 북부 산업 공단의 한국계 하이테크 대기업 협력사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RM(기업금융전담역) 활동을 펼쳐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반기도 우량사 신규 발굴,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등에 적극 나서 여신사업 확장세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 "단일 지점 핑계 없다"…다업종 우량기업 대출 전략으로 현지 공략
베트남은 국가 신용등급이 Ba2인 투자 부적격 국가로 구분돼 기업의 재무 신뢰도가 높지 않다. 그런데도 현지 은행을 포함해 농협은행과 같이 지점 등으로 진출한 외국계 은행만 100여곳이 넘어선다. 대출 여건이 좋지 않지만, 부정적인 경기 전망에도 올해 경제성장률(GDP)은 6.3%로 예상될 정도로 빠르게 경제가 크고 있어서다.
농협은행 하노이지점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 중 증권사, 반도체, 전자기기 등 다업종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여신을 중점 취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불안했던 최근에는 증권사 대출 취급을 늘려 꾸준한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2월 기준 여신 약정 기업은 총 43개사, 대출 약정은 1억8500만달러(2344억원)을 시현했다.
한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 영업 전략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업 대출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이행됐다. 여기다 단일 지점 진출이라는 특성상 리테일 영업에는 한계가 있다. 안정적인 기업여신 확대가 우선이란 게 하노이지점의 판단이다.
아울러 현지 은행들이 자체 '코리안 데스크'를 운영할 정도로 한국계 기업에 대한 여신 취급을 선호하고 있다. 부실 우려가 큰 기업이라도 현지 기업보다는 한국계가 낫다는 인식이 팽배해 경쟁이 만만치가 않다.
박창오 농협은행 하노이지점장은 "3년 연속 적자가 난 한국계 기업이 대출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농협은행 여신 취급 기준에는 맞지 않아 안타깝게도 대출이 안 됐다"며 "다음에 알았지만, 이 기업이 찾아간 현지 은행에서는 한국계라는 이유로 대출을 해 준 것으로 안다.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하노이지점은 안정적인 사업 수익 기반 확보를 위해 달러예금 추진과 무역 관련 금융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적극적인 해외직접투자(FDI)를 이끌기 위해 달러예금에는 0%대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달러예금을 늘릴수록 수시입출금(요구불예금)을 늘리는 효과가 있어 여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박 지점장은 "현재 당국에서 정책적으로 달러에 대해서는 금리를 못 주게 돼 있어, 제로 금리로 달러를 예치하고 대신에 은행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대출에 활용한다"며 "현지 진출 기업들도 본사로부터 영업을 유지할 정도로 운영자금을 받기에 여신 확대에 용이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 신디케이트론 등 현지 기업대출 비중 30%로 확대…호찌민 지점 인가 속도
베트남 하노이지점은 당분간 기업대출 중심의 성장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최근에는 하이퐁시 장쥐에공단에 위치한 LG전자 공장과 협력사에 주목하고 있다. 리스크가 있지만, 현지 영업 확대도 장기적 관점에서 시도한다. 당장 9대1인 한국계와 베트남 현지 기업여신 포트폴리오 비율을 7대3으로 늘려 안정적인 영업환경을 구축하려 한다.
구체적으로는 베트남 내 인프라 프로젝트 등을 위한 신디케이트론 참여다. 이를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금융 당국에서 지속해 요구하고 있는 베트남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1분기 베트남 현지 FDI 전년 대비 38.3% 감소해 현지 당국의 고민이 깊다.
박 지점장은 "여신 대부분이 100% 심사부 승인이 필요해 아직 재무적 신뢰성이 덜한 베트남 시장에는 적극적인 투자자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며 "한국계 금융사와의 연계한 신디케이트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펴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영업망 확충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베트남은 남북 1700㎞로 뻗은 지형으로 농협은행은 북부에는 하노이지점을, 남부에는 호찌민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하노이지점은 호찌민 지역에도 여신 거래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2~3달에 한 번 현장을 방문하는 게 고작이다. 현재 코로나19로 호찌민사무소의 지점 인가가 지연되고 있는데, 지점 인가가 시일 내에 마무리되면 경쟁력을 보다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현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 지점장은 "진출 금융사들의 시너지를 위해선 농협은행 외에도 다른 은행들의 법인화 등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지원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베트남 성장이 크다 보니 시장 파이를 뺏는 경쟁보다는 국내 금융사 간 협력해 성장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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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금융의 BTS'를 만들겠다." 새 정부의 당찬 포부에 발맞춰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진출'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세계 12위 수준인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K-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은 미미한 실정이지만 그만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속화되는 금융의 '디지털화'는 'IT 강국'인 한국에 절호의 기회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경제국가를 중심으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K-금융'의 글로벌 성과를 조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