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기 '귀한 몸' 적격대출 뭐길래…출시 하루만에 '완판 행렬'

은행 주담대 금리보다 최대 2%p 낮고 고정금리 장점
주요은행 출시 1~2일만에 한도 소진…총량도 해마다↓

5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영업부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2.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민선희 기자 = 직장인 A씨는 요즘 대출 고민에 빠졌다. 결혼 2년만에 내집마련을 하려는데 대출길이 막힌 탓이다. 맞벌이를 하는 A씨에겐 소득 기준에 걸려 서민전용 정책금융대출도 '그림의 떡'이다. 은행 상담을 다니면서 그나마 조건이 까다롭지않고 한도가 많은 적격대출이 풀리면 연락달라고 부탁해뒀지만 1월부터 새로 생긴 한도마저 5분도 안돼 바닥났다는 소식만 들렸다. A씨는 "세 달 넘게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빨리 대출을 받아야 해 마음은 급한데 받을 수 있는 대출이 많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의 정책모기지론인 '적격대출'이 금리상승기를 맞아 올해 들어 더욱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새해 판매를 시작했는데, 하루만에 '완판'될 정도다. 연 3%대 중반이라는 낮은 이자율에다 고정금리로 빌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부의 강화된 가계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적격대출이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정책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으로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담보로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적격대출 영업 첫날인 지난 3일 1월분 한도인 330억원을 소진했다. 주택금융공사는 금융회사에 분기별로 한도를 배정한다. 우리은행은 수요 분산 차원에서 1개월 단위로 나눠 판매한다. 우리은행은 2월에 적격대출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도 적격대출 판매 2영업일만인 지난 4일 1분기 한도를 채웠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SC제일은행은 현재 판매하고 있다.

적격대출은 별다른 소득 기준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은 상품이지만 올해들어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보다 이번 분기 한도가 더 늘었음에도 더 빨리 차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말부터 본격적인 금리상승기로 접어들면서 좀 더 낮은 금리를 원하는 차주들의 '니즈'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적격대출 금리는 연 3.40%대이며 만기는 최장 40년이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혼합형) 금리인 3.72~5.39%보다 상단 기준 약 2%포인트(p) 낮다.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재원을 보전해주는 만큼 금융회사는 일반 주담대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공급할 수 있다.

향후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추가 부담 걱정이 없는 고정금리라는 점도 적격대출의 장점 중 하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기준금리 인상 직후 펴낸 '9월 금융안정 상황'을 통해 "기준금리 0.25%p 추가 인상(기존 합쳐 0.50%p)시 가계대출 차주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 규모는 2020년말 대비 5조8000억원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대가 크게 낮아,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 특히나 인기가 많다"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규제 지역이 아니라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적격대출의 뜨거운 인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금융권 적격대출 공급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대가 높지 않아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취급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규제도 이유로 꼽는다. 적격대출은 일단 은행의 가계대출로 잡혔다가, 주택금융공사가 채권을 양수해야 은행 가계대출 총량에서 빠지는데 이 채권 양수가 늦어지면 총량규제를 어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처럼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주금공이 제 때 채권을 제때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고려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적격대출 취급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금융권 적격대출 공급 규모는 지난 2018년 6조9000억원에서 2019년 8조5000억원으로 늘어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 4조3000억원, 지난해 9월까진 4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