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금융비서 체험기] "車구매 계획 어떻게 짤까요?" 물었더니
마이데이터 시범실시 은행·증권·카드·핀테크, 모든 자산 한 번에 관리
'자산관리 고수'들의 포트폴리오 배운다…은퇴시 필요한 비용 계산도 '척척'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직장생활 3년차에 접어든 A씨. 이제 생활도 어느정도 안정이 됐으니, 꿈에 그리던 자동차를 사보려 한다. 하지만 모아놓은 돈은 충분치 않고 대출을 받자니 '카푸어'로 전락할까 덜컥 겁난다.
그런 A씨가 찾은 건 바로 은행 애플리케이션. 원하는 자동차를 선택하고 연소득을 입력했더니 "앞으로 월급의 50% 정도 저축하면 3년 6개월, 숨만쉬고 저축만하면 1년 반정도 걸리겠네요"라는 메시지가 뜬다. 한 6개월 정도 저축을 하다가 은행에서 추천해주는 자동차 금융 상품을 적절히 이용하면 이자부담 없이 자동차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은행 앱에서 추천하는 '돈 모으기 프로그램'부터 가입했다.
12월 1일부터 '내손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범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은행, 카드, 핀테크 등 모든 금융업계가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자산은 물론이고 자동차,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심지어 카드사 포인트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이용자들의 포트폴리오와 비교하는 기능도 담아냈다. 보유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의 일별 시세변동 폭도 확인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기존 금융회사나 빅테크 기업, 관공서, 병원 등에 흩어진 개인신용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추천·개발할 수 있는 사업이다. <뉴스1>은 지난 1일 마이데이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18개 금융사 중 국민은행, 신한은행, 핀크의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앞서 조회할 금융 계좌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등록할 수 있는 정보는 은행, 카드, 금융투자, 보험, 캐피탈,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대부업 등 금융 정보, 통신 요금 등이다. 지금은 시범 서비스 기간이라 조회할 수 있는 회사가 업권별로 한정적이다. 국민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2개 은행 계좌와 카드, 통신요금을 조회할 정보로 등록했다.
정보를 등록하자 국민은행에 맡겨진 입출식 예금을 포함해 타행 자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금융자산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 자산, 보유한 신용카드사 포인트나 간편결제 포인트 관리 기능도 있다. 통신요금 납부 기일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 비금융 자산을 한데 모아 분석하는 '종합솔루션' 기능을 제공한다. 종합솔루션에선 이용자와 연소득이 비슷한 이들의 자산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면서 본인에게 맞는 자산관리 방향을 제시해준다. 보유한 금융자산이 많지 않은 탓에 '자산 더 키우기'라는 처방을 받았다.
'지출' 탭에선 소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 5개월 간 지출금액을 평균치로 환산해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과거에 비해 과소비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달 1일부터 2일까지 누적 지출액은 과거 평균치 보다 3배나 많았다. 왜 그랬는지는 하단의 세부 지출 내역에서 곧장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약속시간에 늦어 택시를 많이 탔던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잠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까운 미래에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구매할 계획이라면 '이프유'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본인의 자산 상황을 기반으로 향후 집이나 자동차를 구매하려면 얼마나 돈을 모아야하는지, 어떤 대출을 이용하는 게 좋은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방향성을 알려준다.
갖고 싶은 자동차를 고른 후 월소득을 입력했더니 한달에 얼마나 저축할지 묻는 선택지가 나타났다. '숨만 쉬고 100%'를 저축하면 1년6개월, 적당히 쇼핑도 하고 즐기면서 50%를 저축하면 3년4개월 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생활비나 보험료 등을 생각하면 월급의 절반도 빠듯하지만 목돈이라도 만드는 셈 치고 50% 저축을 선택했다.
'50% 저축'을 선택하면 '목표 챌린지'로 화면이 전환된다. 목표챌린지는 나의 자산과 지출내역을 분석 진단해 '목표'를 제안하는 콘텐츠다. 참여 중인 목표의 달성률과 지출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달성 시 리워드가 제공된다. 현재 커피줄이기, 배달음식 줄이기, 택시비 줄이기 등이 인기 챌린지로 올라와있는데, 최근 택시를 많이 탄 만큼 '택시비 줄이기'를 선택했다.
국민은행은 서로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공유하는 '머니크루 서비스'를 만들었다. 나의 자산현황을 자랑하거나 '자산관리 고수'의 비법을 구경할 수 있다. 본인의 현 위치를 잘 일깨워주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에선 은퇴준비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마이자산에 연결된 금융자산과 월 저축금액을 기반으로 미래에 얼마가 필요할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알려준다. 67세 은퇴 후 한달에 280만원 정도 쓰려면 약 17억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놀고 먹는 게 모든이들의 꿈이라지만 막상 구체적인 숫자를 받아보고 나니 은퇴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건강자산관리' 기능도 있다. 이용자의 소득수준과 결혼 여부 등을 분석해 적당한 보험료를 책정해주는 기능이다. 현재 납부하고 있는 보험료가 약 8만원 정도인데, 추가로 보험을 드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겠다. 하단에는 나에게 맞는 추천 보험 목록도 나온다.
'데이터픽'에선 신한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자들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알려준다.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의 합성어)가 선호하는 국내주식 상위 5개'나 '주택담보대출 문의가 많은 아파트 상위 5개' 등이다. 실제 MZ세대가 선호하는 주식 5개중 3개를 보유하고 있긴 하다. 생각난 김에 수익률을 확인해보니 갑자기 눈물이….
핀테크 플랫폼 '핀크'는 보유한 암호화폐의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선보였다. 가상자산과 보유 수량을 등록하면 실시간 시세를 반영해 수익률을 보여준다. 일일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등록해야 하지만 이렇게 가상자산도 자산 범위에 넣어서 관리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만든 건 핀크가 처음이다.
불편한 점도 있었다. 금융회사별로 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금융회사가 조금씩 달라 보유한 자산을 완벽하게 관리할 수 없었다. 자산 조회를 하려면 데이터를 주는 금융회사와 받는 금융회사 모두 전산적으로 준비가 돼있어야 하는데, 아직 시스템 구축이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은행이 연동될 때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별로 킬러콘텐츠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SC제일·광주·대구·전북은행, 미래에셋, 우리카드, KB캐피탈, 나이스평가정보, 쿠콘,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NHN페이코, 보맵, 팀윙크, 민앤지, SK플래닛, 뱅큐, 핀다, 해빗팩토리 등 20개사는 12월 중순 중 순차적으로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에 참여할 예정이다.
hyu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