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알짜적금 금리 낮추고 판매도 중단…'왜?'

은행권 잇따라 예·적금 금리 내리고 적금상품 줄여
"유동성 증가로 요구불예금 늘면서 적금금리 올릴 유인 없어져"

서울의 한 은행 영업창구 모습.ⓒ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시중은행에서 '목돈 만들기'에 유용하게 활용되던 알짜 적금 상품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은행들이 너도나도 예·적금 금리를 내리면서 정기예금은 물론 적금까지도 0%대 금리시대를 맞았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25일부터 '신한 인싸 자유적금'과 '신한 주거래 드림(Dream) 적금'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신한 인싸 자유적금'은 2019년 은행권 오픈뱅킹 개시와 함께 출시된 것으로, 출시 당시 최고 연 3%의 이자율과 높은 납입액 한도로 인해 고객들로부터 '알짜 적금'으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얻었던 상품이다.

기본금리 연 1%에 우대금리 조건도 복잡하지 않고, 월 최대 10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현재 최고금리는 연 2.5%로 떨어졌지만, 다른 상품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상품군을 정비하면서 이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도 'KB펫코노미 적금' 판매를 이달 종료한다. 이 적금의 기본금리는 연 1.25%~1.55%(가입기간에 따라 차등)다. 최근 출시된 상품들의 기본금리가 1% 이하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우대금리(최고 0.6%p) 조건 충족시 최고 2.15% 금리를 적용하고, 반려동물 관련 쇼핑 할인쿠폰도 제공해 반려인구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으나 상품 라인업을 재정비하면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 밖에 적금들은 이자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우리 200일 적금'의 기본금리를 기존 1%에서 0.8%로 0.2%포인트(p) 낮췄다. 한도는 적어도 200일만 돈을 맡기면 금리가 붙어 인기 상품으로 꼽혔는데 기본금리가 깎이면서 혜택이 줄었다. 우리은행은 올해초 '우리SUPER정기예금' 이율을 약정 기간에 따라 0.1~0.25%p 인하한 바 있다. '우리WON모아 적금'의 최고금리도 연 3.3%에서 2.3%로 낮췄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1년 기준 최고 금리가 연초에는 0.95%였으나, 지난 4월 0.85%로 0.1%p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상품 가중평균금리는 0.86%(3월 기준)로, 한 달 전보다 0.02%p 떨어졌고, 지난해 말 대비론 0.06%p 하락했다.

은행들이 하나같이 예·적금 금리를 낮추는 이유는 최근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급증하면서, 굳이 예·적금 상품 판매를 강화할 필요성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은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 비율인 예대율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아도 되는 요구불예금이 워낙 많아 예·적금 이자를 높이면서까지 고객을 늘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 유동성이 대규모로 풀리고 부동자금이 급증하면서 은행에 잠시 돈을 넣어두는 요구불예금은 올해 크게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54조6185억원으로, 연초(609조2868억원)보다 40조원 이상 급증했다. 주식 및 암호화폐,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있는 것도 요구불예금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수신잔액이 부족하면 예·적금 금리를 올려서라도 고객을 모아야겠지만 요구불예금이 많다보니 급한 상황이 아니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금잔액도 관리가 되고 있어 예대율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