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기영 "데뷔 20주년, 운 좋았죠…음악은 삶의 자극제"
- 황미현 기자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가수 박기영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998년 1집 앨범 '원'을 발표하며 데뷔, 20년간 꾸준히 활동했다. '산책' '나비' '시작' '마지막 사랑' 등 히트곡으로 수많은 대중의 미니홈피 BGM을 장악했던 박기영은 성악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앨범과 록 장르까지 도전하며 20년간 자신만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트렌드에 대한 꾸준한 연구는 박기영을 20년간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다. 여기에 꾸준히 박기영의 음악을 찾는 팬들의 니즈 역시 박기영이 음악을 하는 원천이자 에너지다.
박기영은 음악 활동은 물론이고 KBS 2TV '불후의 명곡'에 꾸준히 출연하며 활발히 방송 활동 중이다. 틈틈이 콘서트도 열며 팬들과의 소통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또 올해 7살된 딸을 키우며 사랑이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박기영은 지난달 30일 20대 중반의 팬이 겪은 사연을 기반으로 만든 신곡 '레인 레인 레인'을 발표했다. 이별의 감성을 담아낸 이 곡은 공간을 활용해 리스너에게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했다.
최근 만난 박기영에게 20년간 활동한 소회는 물론 신곡 작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신곡 '레인레인레인'을 발표했다.
"작업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믹싱과 마스터링 하는데만 3주가 걸렸다. 사운드를 많이 신경썼다."
Q. 기존 곡들과 스타일이 다르다. 몽환적이면서도 허공에 붕 떠있는 묘한 느낌이 든다.
"기존에는 있었던 음악들이 아티스트 중심이었다면 이번 곡을 시작으로 리스너 중심으로 옮겨 만들어봤다. 내 스스로 리스너가 되어 본 것이다. 공간의 활용을 많이 한 음악을 내고 싶었다."
Q.공간을 활용한 음악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기존에 음악을 상하좌우 평면에 음악을 펼쳐놓았다면 앞뒤 공간까지 고려해서 만들었다. 악기 배열까지 신경써서 녹음했다. 바로 귀 옆에서 듣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사운드를 잡는 과정도 오래 걸렸다. 드럼 소스를 잡는데만 2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Q.최근 낸 곡들에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은 것 같다. 과거만큼 히트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서운하지 않나.
"내 곡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가 거의 10년 전이다. 가요계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시장의 변화다. 달라진 것이다. 앨범을 내면 그 신곡으로 방송을 하고 홍보를 하는 기간이 거의 6개월에 1년이었다. 요즘엔 음악이 너무 많이 쏟아진다. 그 쏟아지는 것 안에서내 음악을 알리는 일이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허공에 공을 던지는 느낌이긴 하다. 그 공이 맞춰지든 아니든 계속 쏴야 하는 것이 본분이고 책임이다."
Q.그럼에도 계속해서 음원을 내게 하는 것의 원천은.
"내 음악에 대한 만족이다. 아주 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한 노래를 듣고 내가 의도한 댓글 한 줄이라도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것도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100위안에 들어가든 안들어가든 그건 뭐 제도적인 문제다. 여러가지 상황이나 환경에 따른 것이다. 나와 관련이 있거나 하진 않는다. 어차피 내도 100위 안에 못들어가니까 하던거 마저 할래라는 느낌이다. 도전하는 의미가 없고 내 사운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어느 정도는 성숙시키고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요즘 음악 많이 듣는다. 음악이 정말 좋다. 요즘 들을거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대로 들은게 맞나 싶다. 해외 것도 그렇고 진짜 음악 잘한다 싶은 곡들이 넘쳐난다. 나를 자극시키는 기폭제다. 트렌드를 연구하고 내 음악을 성장시키고 싶다."
Q.아이돌이 아닌 가수들이 설 무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쉽지는 않은지.
"아쉬워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음악하지 말아야 한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음악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하는 음악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Q.'불후의 명곡'에 꾸준히 출연 중이다.
"음악 경연을 통해서 내 곡을 찾아 듣는 분들이 많다. 젊은 층의 리스너들은 대부분 '불후의 명곡' 등 경연 프로그램을 보고 나를 알게된 경우가 많다."
Q.올해 20주년이다. 어떤가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걸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노력도 있지만 주변 상황이 따라줘야 한다. "
"창작을 하는 원천은 팬들이다. 스튜디오 라이브에서 많이 느꼈다. 딱 50명의 관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콘서트다. 나와 관객 모두가 헤드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 방식이다."
Q.지난 20년을 돌아봤을 때 가수 박기영의 행보를 평가해본다면.
"매순간마다 운이 좋았다. 도움의 손길도 많았다. 생애 20년을 살면 위기들은 다 겪는다. 20년이라는 세월은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의 시간인데, 평온하기만 했다면 잘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력 단절도 경력이고 힘듦과 고통이 있어도 그것 모두 내가 걸어온 길이다. '꼭 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안한다. 걸음이 쉬울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결국엔 끝까지 걸어냈다는게 중요하다. 지금의 20년은 20년이고 새로운 20년은 새로운 20년이다. 다시 아이를 낳아서 성인이 되는 과정을 또 보낼거다. 지나고 나니까 기대가 된다. 얼마나 좋은 음악들이 나를 자극시킬 것인가 생각해보면 말이다. 요즘 새롭게 작업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음악은 사실 예술의 가장 상위 장르라고 하지 않나. 시에 노래를 입히고 악기를 입히고 옷을 입혀서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이다."
-공연과 앨범, 방송 활동에 육아까지 전방위 활약 중이다.
"하루가 짧다. 시간을 타이트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엄마 뮤지션의 삶이 나쁘지 않다. 아기 없을 때는 시간을 막썼다.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몇달을 아무것도 안하고 보낸 적도 있다."
-올해 계획과 가수로서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내일이 오지 않아도 오늘이 후회가 없을만큼 사는 것이 내 목표다. 이루고 싶은 목표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단언하기 어렵다. 상황이 허락하지 않으면 방향을 틀어야 한다. 나는 유연한 사람이다. 빨리 포기하고 다른걸로 간다. 안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용쓰지 않는다. 앞으로의 20년도 계속 할 열정이 있는 한 계속 가지 않을까.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커서 그것 덕분에 운이 따라준 것 같다. 좋은 자리도 자기가 싫으면 못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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