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가 꾸민 10년의 시간여행 '타임 슬립'

1만여 관객들과 달린 2시간50분
히트곡·신곡·파격 개인무대로 꾸며져

그룹 동방신기(유노윤호·최강창민)가 26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5홀에서 'SM타운 위크'의 하나로 열린 10주년 기념 콘서트 '타임 슬립(Time Slip)'을 펼치고 있다(SM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경기=뉴스1) 유기림 기자 = "정확히 딱 10년 전, '보아&브리트니 스피어스 스페셜' 방송 때였어요. 감회가 새로워요. 팬 여러분과 같이 하는 10살짜리 아이의 생일파티에 설레요."(최강창민) "교복입고 노래를 부른 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저희 동방신기와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눠요." (유노윤호)

남성 듀오 동방신기(유노윤호·최강창민) 10년의 시간여행 '타임 슬립(Time Slip)'이 26일 오후 8시부터 약 2시간50분 동안 경기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5홀에서 펼쳐졌다. 2003년 12월26일부터 2013년 12월26일까지, 멤버는 5명에서 2명으로 줄었지만 동방신기는 그 자리를 지켰다.

최강창민은 "저희 팬이 된 시점은 다 다르겠지만 많은 시간을 저희와 공유했던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10년 정도 함께한 가족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유노윤호 역시 팬들을 가리켜 "동방신기 또 하나의 멤버"라며 거들었다.

"오늘, 내일 공연에 모든 걸 쏟아붓도록 하겠다"는 최강창민의 말대로 이날 데뷔 1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는 그들을 둘러싼 사방의 팬들 1만여명과 함께 자신들의 색인 붉은색처럼 열정적인 무대로 지난 시간을 톺아봤다. 공연 중반 유노윤호가 춤을 격렬하게 춘 나머지 인이어가 끊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룹 동방신기(유노윤호·최강창민)가 26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5홀에서 'SM타운 위크'의 하나로 열린 10주년 기념 콘서트 '타임 슬립(Time Slip)'을 펼치고 있다(SM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이들은 시계로 꾸며진 배경을 뒤로 한 채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는 무대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국내와 일본 히트곡, 캐럴, 개인곡을 비롯한 신곡 등 총 25곡은 동방신기와 팬들의 시곗바늘을 숨가쁘게 달리게 했다. 팬들은 작은 이동 무대를 타고 관객석 구석구석을 누비는 동방신기를 기립 환호로 반겼다.

2004년 1월 '허그'부터 2012년 11월 '휴머노이즈'까지 그간 동방신기가 발표한 곡들의 뮤직비디오가 이어진 후 동방신기는 한국적 느낌이 물씬 나는 정규 5집 '맥시멈'과 정규 6집 '아이 돈트 노우'로 강렬하게 포문을 열었다. '허그', '마법의 성', '믿어요', '라이징 선', '풍선', '왜', '캐치 미' 등 기존 히트곡들은 그간 성실하고 성공적으로 활동한 동방신기의 활약상을 되새기게 했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동방신기에게도 멤버 변화라는 그늘도 있었다. 최강창민이 '라이징 선'에서 고음을 열창하는 부분은 여전했지만 데뷔 초창기 5명의 멤버들의 목소리가 쌓은 동방신기 캐럴 속 아카펠라는 성가대가 대신했다.

이처럼 지난 10년의 우여곡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연인 만큼 그간을 돌아보는 무대뿐만 아니라 영상도 볼거리였다. 동방신기의 데뷔 전 모습, 데뷔 후 활약상, 5명에서 2명이 되면서 온 위기와 이를 넘고 2명이 무대를 꽉 채우기까지를 담은 영상은 팬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동방신기와 JYJ로 멤버들이 나뉠 때를 다룬 영상 속에서 유노윤호는 "탄탄대로일 것 같던 저희가 최대 슬럼프를 맞게 된다. 무대를 보면 더 아프니까 티브이를 안 보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누구나 힘든 시기는 한번쯤 있다"는 최강창민의 내레이션 후 동방신기는 2명이서 처음 선보인 정규 5집 타이틀곡 '왜'로 강렬한 무대를 선사했다.

무대를 마친 유노윤호는 둘만 처음 무대에 오른 2010년 SM타운 공연을 회상하며 "우리 둘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실까 싶었다. 그런 부담감에 무서웠고 데뷔한 이후 제일 많이 떨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특히 동방신기는 이날 공연에서 기존에 알려진 곡들 외에도 싱글 1집 '마이 리틀 프린세스', 캐럴 앨범 '크리스마스 기프트 프롬 동방신기'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정규 1집 '땡스 투', 정규 2집 '바보'·'약속했던 그때에' 등 초창기 시절의 감미로운 노래들을 불러 팬들을 추억에 젖게 했다.

그룹 동방신기(유노윤호·최강창민)가 26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5홀에서 'SM타운 위크'의 하나로 열린 10주년 기념 콘서트 '타임 슬립(Time Slip)'을 펼치고 있다(SM엔터테인먼트 제공). © News1

데뷔곡 '허그' 무대로 동방신기와 팬들의 10년에 걸친 교감은 절정을 이뤘다. 동방신기는 데뷔 때처럼 교복을 입고 무대 뒤편에서 등장해 관객석에서 직접 춤을 추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허그'를 부른 뒤에는 깜짝 등장한 케이크로 10주년을 자축했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각각 유쾌한 개인무대로 팬들을 흥분시키기도 했다. 유노윤호는 빨간 산타복과 선글라스를 끼고 악동 산타가 돼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신곡 '산타 레볼루션'으로 루돌프 탈을 쓴 백댄서와 함께 신나는 밴드 공연을 했다. 최강창민은 다리 2개가 달린 특수복을 입고 백마로 변신해 그룹 노라조의 '야생마'로 과감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둘이서 단단히 뭉친 동방신기는 내년 1월6일 정규 7집 앨범 '텐스(Tense)'를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이날 공연에서 업템포 팝인 신곡 '항상 곁에 있을게'를 최초 공개했다. 이들은 서로에게 한명뿐인 멤버와 어깨동무하며 팬들에게 끈끈한 호흡을 드러냈다.

최강창민은 "개인적으로 이번에 작업한 앨범이 제일 좋은 것 같다"고, 유노윤호는 "곡도 엄선해서 꼽았고 들으시면 깜짝 놀랄 만큼 새로운 모습이 많다"면서 신보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동방신기는 "위 아(We are)!"라고 외치면 "T(동방신기를 뜻하는 머릿글자)"라고 답해주는 팬들에게 27일 같은 장소에서 한번 더 공연을 선사한다. 이번 동방신기 공연은 지난 21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SM 가수들의 공연 'SM타운 위크'의 하나로 열렸다.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