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들국화'로 피다
신곡 7곡 수록된 신보 '들국화' 6일 발매
원년 멤버 모인 27년 만의 신보…故 주찬권 유작
- 유기림 기자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우리는 들국화로 필래. 세상의 모든 어린 들국화를 위해 들국화로 필래." (신곡 '들국화로 필래(必來)')
전인권(59·보컬), 최성원(59·베이스) 그리고 고인이 된 주찬권(1955~2013·드럼)까지. 밴드 들국화가 27년 동안 돌고 돌아 다시 '들국화'로 피어났다. 신보 '들국화'는 모든 녹음에 참여한 주찬권이 지난 10월 갑작스레 별세함에 따라 원년 멤버로 구성된 들국화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들국화는 3일 자정 신곡 '걷고, 걷고'를 먼저 공개했다. 신곡 7곡이 담긴 새 앨범 발표에 앞서 오랜만에 만나는 팬들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최성원이 들국화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deulgukhwa)에서 "지난해 재결성 이후 우리들의 모든 에너지를 쏟은 앨범이다. 후회 없는 우리의 앨범"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번 앨범에는 27년간 변하지 않은 들국화의 음악적 자아가 묻어난다.
들국화는 1983년 10월 전인권, 최성원, 피아노를 맡은 고 허성욱 등이 모여 결성됐다. 이후 기타리스트 조덕환과 주찬권이 가세해 1985년 정규 1집 앨범 '행진'을 발표했다. 들국화는 해당 앨범의 동명의 타이틀곡과 '그것만이 내 세상' 등 아직도 불리는 청춘의 송가로 가요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들은 이듬해 2집까지 발표한 뒤 1987년 해체를 선언했고 2년 후 활동을 접었다. 1995년 전인권은 새 연주인들과 함께 들국화 3집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1997년 허성욱이 캐나다에서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활동을 잠시 재개했으나 새 앨범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기나긴 침묵 뒤 들국화는 지난해 최성원, 주찬권, 전인권 등 원년 멤버 3명이 모여 공식적으로 재결성을 선포하고 이번 앨범을 발표하게 됐다.
먼저 공개된 '걷고, 걷고'는 전인권이 50대 후반에 바라본 자신을 그린 노래다. '행진'에서 어두운 과거에도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행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전인권은 '세상에 태어난 것 모두 어쩌면 축복일지 몰라'라는 생각 속에서 '걷고 걷고 또 걷는다'는 현재 진행형의 또 다른 행진을 예고했다.
들국화컴퍼니는 전인권이 각종 약물 중독에서 벗어난 후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과 만나고 노래하고 생활하는 것이 큰 축복이라는 생각에 이 노래를 작사, 작곡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출발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 같은 플뤼겔호른(트럼펫이나 코넷과 비슷한 모양으로 높은 음을 내는 금관 악기)의 도입부는 삶이라는 먹먹한 안개를 헤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노래여 잠에서 깨라'는 올해 초 틀을 잡아 공연 때 선보인 곡으로 이미 알려진 노래다. 록 밴드다운 강렬한 드럼 연주와 묵직한 베이스와 제목과 같은 가사는 '전설' 들국화의 귀환을 알린다.
'재채기'는 단순한 기타 스트로크로 시작해 단 두 개의 멜로디 라인으로 완성된 노래다. '가난을 이기려 공부했던 노동을 했던' 옛날과 달리 '민주주의 바람 불어도 우린 서로의 마음을 몰라'라는 전인권의 읊조림은 날 것 같은 그의 목소리와 어울려 더 와 닿는다.
조동진이 1980년대 초 발표한 '겨울비'도 전인권의 목소리로 다시 불렸다. 조동익이 30년 전 술자리에서 전인권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조동진의 노래와 무척 다른 느낌이 난다고 나중에 꼭 다시 불러달라고 부탁한 일화가 있는 노래다.
새 앨범에는 먼저 하늘로 떠난 들국화 멤버들을 그리는 노래들도 수록돼 있다. '하나둘씩 떨어져', '친구', '들국화로 필래'가 해당 곡들이다.
'하나둘씩 떨어져'는 주찬권이 쓴 곡에 전인권이 그의 죽음 이후 오랜 친구에 대한 마음을 담은 가사를 붙인 노래다. 김민기가 작사, 작곡한 '친구'는 들국화 멤버 고 허성욱, 주찬권을 향한 헌시다. 이미 완성된 곡이었나 주찬권의 죽음 후 전인권이 더 고조된 감정을 더해 노래만 다시 녹음했다.
최성원이 만든 '들국화로 필래'는 그와 주찬권이 처음으로 듀엣으로 부른 곡으로 후배들을 향한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 주찬권이 완성도를 위해 사망 전날까지 녹음한 곡이기도 하다. 최성원은 코러스 느낌으로 참여한 주찬권의 목소리를 듀엣곡으로 복원, 재구성해 그의 목소리를 더욱 또렷이 느끼게 했다.
6일 발매될 들국화의 신보는 신곡 7곡, 커버곡 2곡, 기존곡을 리메이크한 12곡을 담은 2장의 CD로 구성될 예정이다.
김광민, 정원영, 하찌, 한상원, 함춘호 등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점도 특징이다. 방송인 유재석, 신동엽, 가수 유희열, 가인, 장기하, 길, 양요섭, 배우 황정민, 영화감독 곽경택 등은 들국화를 추억하는 인터뷰 영상으로 응원 물결을 이어가기도 했다.
또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자신의 SNS에서 "들국화의 극적인 재결성 이후 가졌던 불안감이 있다. 기우였다"고 이들의 신보를 높이 샀다.
선공개곡 '걷고, 걷고'를 두고는 "그들이 젊었을 때 한국 대중음악계에 안겨준 혁신을 고스란히 유지하되 오래디 오랜 세월 동안 쌓은 성찰이 '걷고, 걷다'에 있다. 이 곡은 오랜 재활 끝에 등판한 투수의 묵직한 첫 공"이라고 평했다.
한편 들국화는 새 앨범이 주찬권의 유작이 됨에 따라 신보와 관련된 어떤 공식 활동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gir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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