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국제영화제 개막…'황금사자상 도전' 이창동 경쟁자는 [N이슈]

'가능한 사랑'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2년 만에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이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에 도전하면서, 경쟁작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이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비롯해 총 21개의 작품이 선정돼 폐막일까지 경쟁을 이어간다.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유일하게 초청된 한국 작품은 '가능한 사랑'으로, 이창동 감독의 첫 넷플릭스 영화다. 해고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전도연과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이창동 감독의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은 이번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앞서 그는 영화 '오아시스'(2002)로 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당시 '오아시스'는 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을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이후 영화 '밀양'(2007)이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전도연)을 받았고, '시'(2010)가 같은 영화제 각본상을 받으며 이창동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룩백' 스틸 컷

이창동 감독과 경쟁 부문에서 경쟁할 감독들 중 국내 관객들에게 가장 친숙한 인물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후지모토 다쓰키 작가의 동명 만화를 실사화한 '룩백'은 만화가를 꿈꾸며 자신의 재능을 믿는 후지노와 방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그림에 몰두하는 교모토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림이라는 공통의 열정으로 만난 두 소녀가 13년에 걸쳐 만화가의 꿈을 좇는 스토리다.

영화 '어느 가족'(2018)으로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 영화제와 더 인연이 깊지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도 '룩백'에 앞서 세 편의 영화가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바 있다. 데뷔작인 '환상의 빛'(1995)과 영화 '세 번째 살인'(2017)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까지 세 편이며, '환상의 빛'은 촬영 부문 황금오셀라상(Golden Osella)을 받기도 했다.

'와일드 호스 나인' 스틸 컷
'잇 윌 해픈 투나잇' 스틸 컷

'쓰리 빌보드'(2017)와 '이니세린의 밴시'(2022) 등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던 영국 출신 마틴 맥도나 감독도 신작 '와일드 호스 나인'으로 세 번째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을 이뤄냈다. '와일드 호스 나인'은 1973년 칠레 쿠데타 직전을 배경으로 CIA 용원 크리스가 리가 상관의 지시로 이스터섬에 파견되고, 반항적인 학생들과 얽히면서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존 말코비치와 샘 록웰, 스티브 부세미 등이 출연한다.

이탈리아 거장 난니 모레티 감독도 주목할 만한 경쟁자다. 난니 모레티 감독은 1981년 영화 '좋은 꿈'으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특별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 난니 모레티 감독은 '아들의 방'(2001)으로 황금종려상, '나의 즐거운 일기'(1994)로 감독상을 수여한 칸 영화제와 인연이 더 깊다. 그의 신작 '잇 윌 해픈 투나잇'은 '좋은 꿈' 이후 무려 45년 만에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선보이는 작품이다. '잇 윌 해픈 투나잇'은 에슈콜 네보의 단편 소설을 기반으로 했으며, 서로 계속 '잘못된 순간'에 만나는 남녀를 중심으로 사랑, 이별, 부모와 성인 자녀, 지나가버린 기회 등에 대해 다루는 영화다.

'버킹 페스터드' 스틸 컷

독일 출신 거장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 역시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신작 '버킹 페스터드'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헤어초크 감독은 지금까지 총 5편의 작품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의 선택을 받았다. '마지막 등정 세레토레'(1991) '인빈서블'(2001) '악질경찰'(2009) '마이 선, 마이 선, 왓 해브 예 던'(2009) 등이다. 특히 2009년 그는 동일 감독의 두 작품이 한 해 경쟁 부문에 동시에 초청받은 사실로 인해 화제가 됐다. 또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업적을 인정받았다. '버킹 페스터드'는 말도 동시에 하고, 같은 남자를 사랑하며, 같은 꿈을 꾸는 기묘할 정도로 밀착된 자매 진과 조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케이트 마라, 루니 마라, 올랜도 블룸, 도널 글리슨 등이 주연을 맡았다.

그 밖에 프랑스 출신 플로리앙 젤레르 감독의 '벙커'와 유발 아브라함·레이철 조르 감독의 다큐멘터리 '나자'(NAZA), 미국 랜스 앤오펜하임 감독의 '프라임타임',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국 출신 대니 보일 감독의 '잉크' 등이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 주목작이다. 특히 플로리앙 젤레르 감독은 '더 파더'(2020)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22년에는 영화 '더썬'으로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되는 과정 뒤의 이스라엘 군사·행정 시스템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나자'의 경우, 영화가 가진 정치적 메시지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은 2일 오후 7시(이하 현지 시각, 한국 시각 3일 오전 2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치네마의 살라 그란데에서 열린다. 개막식에서는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의 명예 황금사자상 수여가 진행되며, 개막작 '잉크'(Ink) 상영이 이어진다. 올해 영화제는 12일까지 10박 11일간 이탈리아의 리도섬 일대에서 이어진다. '가능한 사랑'의 공식 상영은 오는 6일 오후 4시 30분 살라 그란데에서 진행된다.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세계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칸 영화제와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