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문석·임현식·황석정, 웃긴데 찜찜해…'호프'의 신스틸러들 [N이슈]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가 관객들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극 중 도드라진 활약을 보여준 신스틸러 배우들에도 이목이 쏠린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2016)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이번 영화에는 주연 배우인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비롯해 출연만으로 화제가 된 할리우드 배우들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외에도 다양한 조연 배우들이 나와 앙상블을 이룬다. 특히 이 조연 배우들은 한국적이면서도 기괴한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배우 음문석은 '호프'에서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되는 인물인 동네 목수 양배로 등장한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양배는 남다른 구강 구조로 인해 말투와 표정에서도 독특함이 묻어나는 인물이다. 마네킹과 잡동사니로 고약한 분위기를 풍기는 집안으로 범석을 데리고 가는 그는 분위기만으로 공포스러움을 자아내며 영화에 긴장감을 더한다. 냉동고 안에 보관 중인 어린 외계인을 보여주는 양배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듯 밝은 표정과 연민으로 괴로워하는 범석의 대조되며 '호프'의 주제의식을 형성한다.
나홍진 감독에 따르면 음문석은 오디션을 통해 '호프'에 합류했다. 최근 진행된 '호프'의 GV에서 봉준호 감독은 음문석에 대해 "안면 표현력이 대단하다, 얼굴 움직이는 템포감 리듬감이 대단하다, 훈련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감독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칭찬했다. 나홍진 감독은 음문석이 연기한 양배의 캐릭터에 대해 "큰 악행을 저지른 인간들은 조금 들여다보면 악의가 발견되지 않더라, 스스로 내게 선의가 있었노라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배우 임현식은 '호프'에서 가장 의외로 여겨지는 캐스팅이다. 임현식이 맡은 역할은 영화 초반부터 언언급되는 해줄이 아저씨다. 첫 시퀀스에서 성기(조인성 분) 무리는 범석에게 길가에 죽어있는 소가 호랑이 때문에 죽은 것이라 말하며 "해술이 아저씨가 말했으면 진짜"라고 말한다. 이후 해술은 영화 중반부 등장해 성애(정호연 분)에게 자신이 목격한 외계인에 대해 설명하는데, 난데없는 '화장실 유머'가 등장해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엉뚱하면서도 진진지한 해술의캐릭터는 감초 연기의 달인 임현식 덕분에 맛을 살릴 수 있었다.
나홍진 감독은 해술 역할을 캐스팅할 때 곧바로 임현식을 떠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임현식과 관련해서는 한 가지 의외의 에피소드가 있다. 해당 신을 찍을 때 임현식이 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해 카메라 밖 적힌 대사를 보고 촬영을 했다는 것. 나홍진 감독은 "리딩 때도 아주 정말 재밌게 해주셔서 상상도 못 했다, 이분이 대사를 정말 못 외우셨다고 한다 옛날부터, 옛날 드라마 하실 때부터 대사 못 외워서 감독님한테 많이 혼나셨다고 한다"면서 "(임현식의) 숏은 의도대로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고 일단 (임현식이) 정호연 보고 있는 시선(으로 찍힌 숏)만 골랐다"고 설명했다.
배우 황석정도 '호프'에서 기괴한 분위기를 내는 데 제대로 한몫했다. 황석정은 영화 '황해'(2010)와 '곡성'(2016)에 이어 '호프'로 또 한 번 나홍진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외계인의 사체를 해부하는 보건소장을 연기했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검의는 이지적이고 냉정한 분위기인 데 반해 '호프'의 보건소장은 연장을 바꿔가며 외계인의 시체 이곳저곳을 자르고 쑤셔대는 인물이다. 처음 본 외계인의 사체 앞에서 최선을 다해 부검에만 열중하는 보건소장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당 장면에서 등장하는 황석정의 대사는 대부분 애드리브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홍진 감독은 황석정을 두고 "내가 존경하고 정말 사랑하는 배우"라며 "실제 찍을 때는 시나리오상의 대사 있지만 선배님한테 무시하라고 했다, 실제로 거의 다 (황석정의) 애드리브였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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