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디스클로저 데이'에 '한국어'가 나오는 이유 [N이슈]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스티븐 스필버그의 '디스클로저 데이'는 '미지와의 조우'(1982) 'E.T.'(1982) '우주전쟁'(2005)의 뒤를 잇는 SF 영화다. '파벨만스'(2023)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초급 영화들을 만들었던 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끝자락에 무게감을 더할 작품이다. 외계 존재와 UAP(미확인 비정상 현상)에 관한 기밀을 폭로하기 위해 나선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디스클로저 데이'에서는 이 같은 소재에 대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끊임없는 관심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이라는 점 말고도, 한국 관객이라면 '디스클로저 데이'를 보다 흥미롭게 느낄 장면이 있다. 주인공 마가렛 페어차일드(에밀리 블런트 분)가 날씨 뉴스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한국어를 사용할 때다.
극 중 마가렛 페어차일드는 캔자스시티 지역 방송국에서 기상 캐스터로 일하며 더 큰 무대를 꿈꾸는 TV 저널리스트다. 그런 그는 어느 날 집 안으로 날아들어 온 구관조와 마주한 뒤 자신이 할 줄 몰랐던 외국어를 사용하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읽고 예지 능력이 생기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는 북한의 도발로 인해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뉴스 스튜디오에는 전쟁 관련 보도를 위해 한국어를 쓰는 한국학 교수가 와 있고, 혼란한 마음으로 날씨 뉴스를 준비하던 마가렛은 자신도 모르게 그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통역을 돕는다. "맞나요? 전에도 이런 적 있어요?"이라고 또렷한 한국어를 발음하는 마가렛의 모습에 놀란 방송국 상사는 "언제부터 한국어를 했느냐"며 놀라워한다.
해당 신은 외계의 존재와 관련이 있는 마가렛이 갑작스럽게 획득하게 된 다양한 능력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배우 에밀리 블런트가 분한, 한국을 접해본 일이 없는 미국 소도시의 백인 여성은 갑자기 낯선 한국어로 한국인 중년 남성과 대화를 나누는 기이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는 마가렛이 날씨 뉴스 리포팅 중 외계어를 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며 영화의 초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올린다.
이번 영화에서 에밀리 블런트는 한국어, 외계어뿐 아니라 러시아어를 소화했다. 북미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외계어보다 외국어가 더 어려웠고, 특히 한국어가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굉장한 선생님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게 정말 잘해줬고 대사를 위울 수 있도록 느리게 발음대로, 음절 단위로 끊어서 나중엔 엄청 빠른 속도까지 다양하게 녹음을 해줬다"고 뒷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한편 '디스클로저 데이'는 지난 10일 개봉해 개봉 첫날 5만 6080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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