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클로저 데이', 거장 스필버그가 145분에 걸쳐 폭로한 것 [시네마 프리뷰]

10일 개봉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리뷰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는 미확인 비정상 현상(UAP)에 대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확인 비정상 현상이란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아 미확인 상태로 남아있는 현상을 뜻하는데, 여전히 실체가 풀리지 않고 있는 전 세계 곳곳 다수의 UFO 목격담이 대표적인 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기밀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는 각종 진실이 온 인류에 폭로(디스클로저·disclosure)되고, 공유돼야 한다는 주장을 설파한다.

영화는 두 주인공이 경험하는 알 수 없는 일들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워덱스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다니엘 켈너(조쉬 오코너 분)는 조직의 목적에 의문을 품고 세상에 진실을 공개하기로 결심, 도주를 택한다. 워덱스는 1947년 로즈웰 사건 이후 외계 존재와 UAP에 관한 비밀을 관리해온 조직이다. 켈너를 쫓는 워덱스의 수장 노아 스캔런(콜린 퍼스 분)은 켈너가 진실을 폭로할 경우 인류 문명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 생각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막아선다.

워덱스의 전 핵심 멤버였던 휴고 웨이크필드(콜맨 도밍고 분)의 지원 속에 다니엘 켈너가 쫓겨다니는 사이, 캔자스시티 지역 방송국 기상 캐스터 마가렛 페어차일드(에밀리 블런트 분)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겪는다. 빨간색의 예쁜 구관조가 식탁으로 날아들어 온 이후, 그는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말하거나 그 사람의 속마음, 과거와 미래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발휘한다. 급기야는 날씨 뉴스를 전달하는 시간, 외계어처럼 보이는 언어를 정신없이 내뱉으며 방송을 펑크낸다.

마가렛 페어차일드의 날씨 영상을 보게 된 노아 스캔런은 그때부터 다니엘 켈너와 마가렛 페어차일드를 동시에 쫓기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예지 능력이 생긴 듯한 페어차일드는 병원에서 도망을 쳐 머릿속에서 떠오르는대로 북쪽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한다. 켈너를 만나러 가기 위한 여정이다.

영화에서는 내내 두 개의 가치관이 부딪친다. 인류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정보를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과 인류의 진정한 진화는 '공감'이기에 진실이 공유되고 모두가 함께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영화는 주인공 두 사람의 여정을 통해 후자에 힘을 실어준다.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 컷
'디스클로저 데이' 스틸 컷

'디스클로저 데이'에서는 비인류(혹은 외계인) 관련된 증거로 주장되는 실제 사건들이 다수 언급된다. 또 이 같은 UAP가 이미 경험적·과학적으로 확인을 마친, 비인류를 증명하는 증거지만 기관의 통제에 의해 기밀로 유지되는 것처럼 그려진다. 중요한 것은 증거를 숨기고 있는 워덱스, 그런 워덱스가 지난 수십년간 숨겨 온 것들을 폭로하는 데 매진하는 주인공들의 당위성이다. 외계인의 실체에 대해서는 자세히 그리지 않는다.

흥미로운 폭로, 추적극이다. 영화의 재미 절반은 현실과 상상력을 뒤섞은 기발한 묘사들에서 나온다. 실제 세간에 떠도는 외계인의 사진이나 영상을 참고해 상상력을 더한 묘사들은 관객들에게 익숙한 방식이라 사실감이 높다. 재미의 또 다른 절반은 쫀득한 추격전에서 비롯된다. 외계인에게 전달받은 '장치'는 주인공뿐 아니라 극 중 빌런인 노아가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 사용법이 색다르다. 에밀리 블런트부터 조쉬 오코너, 골린 퍼스 등 유명 배우들은 명장의 지휘 아래 제 몫을 해낸다. 상영 시간은 145분이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