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 '연니버스'에선 가능하다…AI급 진화 보여준 K좀비 [칸 리뷰]
[시네마 프리뷰] 21인 개봉 영화 '군체' 리뷰
- 정유진 기자
(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좀비 영화 '군체'에 대해서는 기대만큼 우려가 있었다. 특히 '부산행'(2016)과 '반도'(2020)로 좀비를 다룰 만큼 다룬 연 감독이 또 어떻게 식상하지 않은 방법으로 다시 좀비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오전 1시(현지 시각, 한국 시각 16일 오전 8시)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개된 '군체'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했다. 예상 못 한 독특한 설정으로 동시대 화두를 다루며, '좀비물'의 진화를 이뤄냈다.
영화는 메인 빌런인 서영철(구교환 분)의 테러 예고로 시작한다. 생물학적 테러를 예고한 서영철은 자신이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백신임을 알리고, 유명 생명공학 회사 대표를 자신의 첫 타깃으로 삼고 그를 좀비로 만든다. 그렇게 둥우리 빌딩에서 정체불명 바이러스의 대규모 확산이 시작된다.
교수 재임용에 탈락한 권세정(전지현 분)이 전남편 한규성(고수 분)의 제안으로 생명공학 회사 대표를 만나기 위해 콘퍼런스에 왔다가 둥우리 빌딩에 갇힌다. 그리고 둥우리 빌딩 보안팀 직원 최현석(지창욱 분)과 그의 누나이자 IT 업체 직원 최현희(김신록 분) 등이 권세정, 한규성과 함께 움직이게 된다.
아수라장이 된 둥우리 빌딩 안은 '부산행' KTX 안처럼 혼란스럽다. 다양한 인물들이 탈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이합집산한다. 감염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한 권세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이 진화하고 있음을 알아낸다. 그뿐 아니라 그들이 마치 개미처럼 특정 물질로 정보를 교환하며 집단 지성을 이루는 것으로 공동체를 유지 중인 것을 발견한다.
'군체'는 연상호 감독의 여느 영화처럼 '연니버스스럽다.' 노골적으로 비인간적인 악인 캐릭터에서 엿보이는 냉소적인 인간관과 다소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들 간의 관계, 개연성보다는 감정적 파고가 큰 만화적인 상황 설정 등이 그렇다.
그럼에도 '군체'가 새롭고 흥미로운 이유는 좀비 영화에 인공지능의 발달로 들썩이는 현대 사회의 문제의식을 접합시킨, 시의적절한 시대 의식 덕분이다. 연상호 감독은 개인의 의견은 사라지고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보편적 지식만이 살아남는 세상을 서형철의 지시 아래 일괄적으로 움직이며 인간을 공격하는 좀비들의 무리로 은유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진화하는 좀비'라는 콘셉트 역시 신선하고 흥미롭다. 극의 초반, 간판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쉽게 따돌릴 수 있었던 좀비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집단 지성으로 똘똘 뭉쳐 인간만큼이나 정교한 사회적 스킬을 구사한다. 이는 인간과 AI의 구분이 모호해질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10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 전지현은 남다른 스타성으로 극을 끌어 나간다. 관객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 인물은 역시 안타고니스트 구교환이다. 구교환은 섬세한 연기로 다소 과장돼 보일 수 있는 인물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군체'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은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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