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파도 뜨겁게 돌파하기…이동휘의 '메소드연기' [시네마 프리뷰]

18일 개봉 영화 '메소드연기', 리뷰

'메소드연기'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메소드연기'는 이기혁 감독의 단편 영화 '메소드연기'(2020)를 장편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배우 출신인 이기혁 감독은 대학 시절 친구이자 배우 동료이기도 한 이동휘를 첫 장편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한 배우의 고뇌와 성장을 밝고 유쾌한 톤으로 그려냈다. 이동휘는 이 감독의 첫 번째 단편 영화 '메소드연기'를 비롯해 '출국심사'(2019)에도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힘을 보탠 바 있다.

'메소드연기'의 주인공은 '배우 이동휘'(이동휘 분)다. 실제 배우 이동휘와 가상 세계 속의 배우 이동휘를 뒤섞어놓은 듯한 이 인물은 방안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이제는 남의 일이 되어버린 연기 시상식을 구경하는 게 일상의 전부인 한물간 배우다. 이동휘는 남들이 다 알만한 배우였지만, 이제는 불러주는 데가 없다. 그는 데뷔작 '알계인'에서 충격적인 외계인 비주얼과 "갸갸갸갸갸갸갹!"이라는 중독성 강한 대사, 해괴한 춤사위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알계인'의 영향권 아래 있는 그저 그런 코미디 작품만 들어와 긴 공백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동휘는 배우를 꿈꾸는 연기 코치인 형 이동태(윤경호 분), 거친 풍파를 견뎌온 엄마 정복자(김금순 분)와 한집에 산다. 그는 형과는 하루 종일 티격태격하고, 시도 때도 없이 아들의 출연작 '알계인'을 N차 관람하며 복귀만을 바라는 엄마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다. 그러던 중 기회가 온다. 연말 시상식 3관왕을 휩쓸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톱스타 정태민(강찬희 분)이 시상식 수상 소감 중 공개적으로 이동휘와 자신의 다음 작품인 사극 '경화수월'을 함께 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낸 것.

'메소드연기' 스틸 컷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이동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찾아간 촬영장에서 이동휘는 과거와는 180도 바뀐 후배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사실 정태민은 십 대 시절, 이동휘가 주연한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다가 '잡도리'를 당한 기억을 잊지 않고 내내 복수를 꿈꿔왔다. 그리고 이 사극 촬영장에서 이동휘에게 예상 못 한 상황을 연출해 이동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화제성을 만들기 위해 소속사 대표 박대표(윤병희 분)가 계획한 이벤트는 이동휘를 더욱 곤란하게 한다. 식음을 전폐하는 임금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촬영이 끝날 때까지 단식하겠다고 '언론 플레이'를 한 탓이 이동휘는 쫄쫄 굶으며 연기를 준비한다.

'메소드연기'는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웃음의 타율이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다. 배우 이동휘의 데뷔작인 '알계인'의 파격적인 내용이나 타의에 의해 굶어야만 하는 이동휘의 난감한 상황 같은 것을 통해 '병맛 재미'를 의도한 것 같지만, 이는 웃음을 주기보다는 조금은 억지스럽게 만들어진 설정처럼 느껴진다.

'메소드연기' 스틸 컷
'메소드연기' 스틸 컷

영화는 많은 부분을 배우들에게 기대어 가는 작품이다. '메소드연기'라는 제목과는 사뭇 다른 길을 가는, 무기력하고 시큰둥해진 40대 남자 배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힘 뺀 생활 연기로 보여주는 이동휘의 연기는 훌륭하다. 영화 속 '배우 이동휘'와 실제 이동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점들이 있겠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이들은 영화 속 이동휘에게서 배우 이동휘를 찾으려 하게 되고, 그 덕에 극에 몰입하게 된다. 관심병이 있는 형 동태를 연기한 윤경호는 특유의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웃음을 담당하고, 두 배우와 나이 차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 김금순은, 그런데도 아들들에게 연약한 모습을 감춘 채 끝까지 엄마로서 씩씩한 태도를 유지하는 60대 여성의 단단한 내면을 깊이 있게 연기했다.

'배우 이동휘'가 출연하는 '메소드연기'인 만큼, 영화 속에는 이동휘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극 안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난감한 상황에서도 몰입하는 '메소드연기'를 택한 이동휘는, 위기를 멋지게 돌파해 낸다. 그뿐 아니라 후반부 카메라와 조명이 다 꺼진 촬영장에서 소름 끼치는 '메소드연기'를 보여주며 능력을 입증한다. 이기혁 감독과 이동휘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하고 싶지 않아도 이를 받아들이고 견디는 우리 모두가 '메소드연기'를 하는 중이라는 취지의 말로 영화의 주제를 설명한 바 있다. 영화 안에 주제가 잘 구현됐는지를 보는 것은 또 다른 문제겠지만, 영화 속 배우 이동휘의 감정 여정은 공감할 만하고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상영 시간 92분. 18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