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외면한 오스카…"미국작가조합 제명 탓" "팔 지지 탓" 美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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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 선정이 불발된 가운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지난 22일 오후(한국 시각, 현지 시각 22일 오전) 공식 유튜브를 통해 발표한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최종 후보에 '어쩔수가없다'가 포함되지 못한 가운데, 현지 팬들도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에는 "올해 오스카에서 가장 큰 후보 지명 냉대(Snub)는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이 올라왔고, 여기에 영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누리꾼들이 의견을 달았다. 내용의 대부분은 '어쩔수가없다'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다. 누리꾼들은 "(가장 큰 냉대는) 논쟁의 여기 없이 '어쩔수가없다'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는 국제 영화제가 아니다, 굉장히 로컬하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100% 맞다" "역사상 가장 큰 냉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또 박찬욱을 무시했다고?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에 이어 '어쩔수가없다'까지. 이 지경이 되고 보니 아카데미의 무시는 트렌드라기 보다는 범죄에 가까워 보인다, 오스카가 박찬욱을 떨어트린 게 아니라 그들이 박찬욱을 가질 자격이 없다는 걸 증명했다"라거나 "점점 패턴화되고 있다, '헤어질 결심'도 도둑 맞은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이 작품인가? 이렇게 뛰어난 영화들을 투표자들은 그냥 인정하지 않으려고 작정한 것 같다"라고 진지하게 아카데미 시상식과 투표자들을 비판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한 의견들도 있다. 한 누리꾼은 "이제 오스카는 그냥 마케팅 캠페인을 잘한 쪽이 이기는 거다, 내 생각에는 '시크릿 에이전트'나 '센티멘탈 밸류'가 받을 것이다, 둘 다 마케팅이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이게 혹시 그(박찬욱 감독)가 시위 기간에 일을 해서 미국 작가조합(Writers Guild of America, 이하 WGA)에서 쫓겨났기 때문이 아닌가?"라거나 "아카데미는 원래 대중적인 코미디 영화를 후보에 잘 안 올린다"라고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4년 가디언의 기사를 인용, 박찬욱 감독이 과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에 대한 비판 청원에 서명했기 때문에 서방 국가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곧바로 반박받았다. 올해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는 팔레스타인 어린 소녀와 가족이 이스라엘 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힌드의 목소리'가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누리꾼뿐 아니라 미국 매체들도 일제히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놀라운 냉대(Snub) 중 하나로 '어쩔수가없다'를 꼽았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박찬욱 감독은 기예르모 델 토로와 쿠엔틴 타란티노, 그리고 그의 영화 '올드보이'를 리메이크한 스파이크 리 감독에게까지 존경받는 감독이지만 정작 아카데미에는 한 번도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면서 "그가 지나치게 폭력을 즐기는 것일까? 너무 기이하고 변태적인가? 박찬욱의 탈락으로 배급사 네온은 국제영화상 5개 부문을 석권하는 역사적인 기록을 세우지 못하게 됐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처럼 박찬욱 감독의 오스카 후보 불발은 할리우드의 나라 미국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소식이다. 그리고 이 같은 반응은 앞서 지난해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관객과 평단의 압도적인 호평에도 불구하고 무관에 그쳤을 때와도 비슷하다. 당시에도 '어쩔수가없다'의 무관은 그해 영화제의 가장 큰 '냉대' 중 하나로 여겨졌었고 온라인은 뜨거웠다. 왜 '어쩔수가없다'가 베니스에서도, 오스카에서도 비평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지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처럼 영화의 '후보 불발'을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많은 것을 방증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