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맨', 귀여운 딸·첫사랑·코미디…호감 키워드 다 모았네 [시네마 프리뷰]

14일 개봉 영화 '하트맨' 리뷰

'하트맨'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트맨'은 아무렇게나 붙인 듯한 제목부터가 대놓고 코미디를 표방하는 느낌을 풍긴다. 영화 '히트맨' 시리즈를 함께 한 최원섭 감독과 배우 권상우가 다시 한번 만난 작품이라 관객의 입장에서는 얼핏 '히트맨' 세계관의 새로운 시리즈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될 법도 하다. 하지만 '하트맨'은 '히트맨'에서 제목의 구성 방식만을 따왔을 뿐, 감독과 주연 배우가 같고 코미디 장르라는 것만을 빼면 내용상으로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작품이다.

영화는 90년대~2000년대 왕성하게 활동한 밴드 이브의 노래 '러버'(Lover)를 부르는 주인공 승민(권상우 분)의 20대 시절에서 시작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밴드 앰뷸런스의 보컬로 잘 나가던 대학생 승민은 공연 홍보를 위해 여대 축제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친구의 여동생이자 첫사랑인 보나(문채원 분)와 우연히 마주한다. 보나를 좋아해 그를 위한 노래까지 만들었던 승민은 그날 밤 있을 공연에 보나를 초청하며 설렌다. 그렇게 밤이 되고 앰뷸런스는 화려한 공연을 이어간다. 이제 보나를 위한 노래를 불러주며 마음을 표현하려는데, 객석이 시끄럽다. 바지 지퍼가 열려있었던 것. 급한 마음에 승민은 지퍼를 올리다 큰 사고를 낸다. 그렇게 진짜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향해 갔던 날 이후 승민은 밴드를 그만뒀고, 그 사이 첫사랑 보나는 이민을 떠나버렸다.

첫사랑을 추억하는 현재 시점의 승민(권상우 분)은 악기 판매점을 운영하는 중년의 '돌싱'으로 귀여운 딸 소영(김서현 분)을 키우며 살아간다. 태권도 학원을 같이 다니는 남자 친구와 깨소금을 볶는 어린 딸 소영은 발랄하고 영특한 아이다. 승민은 과거 품었던 모든 꿈을 뒤로 한 채 소영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에 만족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생긴다. 먼 나라로 이민을 떠났던 보나가 악기 판매점에 나타난 것이다. "오빠 나 몰라?"라고 아는 체를 해오는 보나를 보며 죽었던 심장이 다시 뛰는 듯 설렘을 느낀 승민은 홀린 듯 그날 저녁, 보나가 초대한 파티에 참석한다.

'하트맨'
'하트맨'
'하트맨'

보나를 알아가며 승민은 둘 사이에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있음을 발견한다. 보나가 아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하지 못한 승민은 보나에게 이 사실을 숨긴 채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어떻게 해도 감출 수 없는 사실을 감춰보려 고군분투한다.

'하트맨'은 한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코드가 먼저 다가오는 작품이다. 귀여운 어린이 주인공과 로맨틱 코미디적 요소, 따뜻하고 감성적인 음악까지. 영화는 '과속스캔들'(2008)을 위시한 2000년대 중후반 등장한, 음악을 곁들인 가족 코미디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기본적으로는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 사이에 걸쳐 있지만 코미디가 주전공인 영화다. 권상우는 특유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로 여자 친구와 딸의 사이를 긴박하게 오가는 주인공 승민을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아역 배우 김서현의 활약상이 도드라진다. 똑똑하고 당찬 어린이와 그런 아이 때문에 예상 못 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어른들의 모습이 웃음을 준다. 클래식하지만 그래서 편안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코미디다.

'하트맨'

영화 '오늘의 연애'(2015) '그날의 분위기'(2016)에 이어 무려 10여년 만에 다시 로맨스 연기를 보여주는 문채원은 의외로(?) 권상우와 흥미로운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빼어난 미모에 차갑고 도도한 보나의 캐릭터는 문채원에게 꼭 맞는 옷이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아이를 싫어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말자'는 모토를 지닌 모임을 이끌고,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는 직업적인 성취를 위해 달려온 여자 주인공은 현실 세태를 반영한 듯한 모습이다.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것은 '하트맨'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아이를 싫어하는 보나의 모습은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으며, 승민의 이중생활 역시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가지는 않는다. 이처럼 적당한 수준의 표현은 자극적인 맛은 덜하나 '가족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는 균형이 맞다. 전반적으로는 호감도 높은 요소들로 이뤄진, 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유쾌한 코미디 영화다. 상영 시간 99분. 오는 14일 개봉.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