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안성기, 영결식서 또 밝혀진 '열정과 미담'…아들에 쓴 감동 편지까지 [N이슈]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계 거목이자 '국민배우'였던 고(故) 안성기가 9일 장례미사 및 영결식을 끝으로 영면에 들었다. 존경심과 애정을 갖고 영결식에 모인 동료 및 후배 영화인들은 고인의 미담을 하나둘 꺼냈고, 이는 다시 한번 고인의 훌륭한 인품을 증명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고 안성기의 장례 미사 및 영결식이 엄수됐다. 이 자리에서 배우 정우성이 추모사, 배창호 감독이 조사를 맡았고, 아들 안다빈 씨가 유족 대표로 인사했다.
이날 정우성은 추모사를 통해 "(선배님은)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시려는 배려와 자신을 앞세우지 않은 겸손과 절제, 타인에 대해 배려는 당연시하고 자신에 대한 높임은 부담스러워하고 경계하셨다"고 고인의 성품을 칭송했다.
이어 "배우 활동을 이어오시면서 선배님은 한국 영화를 온 마음으로 품고, 한국 영화 정신을 살리고, 이어주시려고 무던히도 애쓰셨다"라며 "그렇게 선배님께선 배우 안성기를 넘어 시대를 잇는 영화인 안성기로서 스스로 책임과 임무를 부여하신 것 같고, 이에 당신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정우성은 눈물을 삼키며 "그 엄격함은 곁에서 보기만 해도 너무나 무겁고 버거웠고, 때론 한없이 고독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배님께선 늘 의연하시고 초연하셨다, 온화함은 참으로 단단했고 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배님께선 제게 철인이셨다, 지치지 않는 정신으로 확고한 가치관을 온화한 모습으로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시며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행동했다"고 전했다.
고 안성기와 '꼬방동네 사람들'(1982)에 이어 '적도의 꽃'(1983) '고래사냥'(1984)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깊고 푸른 밤'(1985) '고래사냥2'(1985)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을 함께 한 배창호 감독은 고인의 열정을 드러내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조사를 맡은 배 감독은 안성기를 "안 형"이라 부르며 "어느 날 밤 우리 집에 불쑥 찾아온 안 형은 고민을 불쑥 털어놨는데 유명 커피 광고 제안을 받았는데 영화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 방해되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었다, 그 광고를 수락하면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져 출연작 선택에 신중할 수 있을 거란 내 조언을 받아들여 오랫동안 그 광고 하나에만 출연해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로지 영화에만 전념한 안 형은 90년대 국민배우 호칭을 받기에 이르렀다, 부담감이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됐지만, 그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했고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 됐다"라며 "우리는 열세개의 작품을 함께 했다, 3년 전 제 특별전에 나타난 안 형은 달라진 얼굴로 갑작스레 투병 소식을 알려 놀라움을 안겼지만, 꿋꿋이 재단과 김대건 신부의 '탄생'에도 출연했다"고 말했다.
장남인 안다빈 씨가 전한 아버지의 생전 편지 역시 '국민배우'였지만 가정에서는 '좋은 아버지'였던 고인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안 씨는 "다빈아,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날, 아빠를 꼭 빼어 닮은, 아빠 주먹보다 작은 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글썽거렸지"라며 "벌써 이만큼 커서 의젓해진 너를 보면 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고 편지의 첫 부분을 읽었다.
이어 "다빈이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넓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라며 "자기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실패와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 야망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하고, 끝없이 도전하면 나아갈 길이 보일 것이다"라고 전한 뒤,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라고 덧붙이며 끝내 오열했다.
한편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9시 별세했다. 향년 74세. 고 안성기는 지난해 12월 30일 심정지 상태로 서울 순천향대병원 응급실에 이송,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안성기는 1957년 영화 '황혼열차'를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하녀' '바람불어 좋은 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만다라' '고래사냥' '기쁜 우리 젊은 날' '어우동' '황진이' '남부군' '하얀전쟁'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미술관 옆 동물원' '취화선' '실미도' '한반도' '라디오스타' '화려한 휴가' '부러진 화살'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등 수많은 대표작을 통해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정부는 지난 5일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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