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안성기의 이유 있는 품격…"배우도 절제하며 살 수 있음 보여주고파"

영화 평론가 이동진, 과거 인터뷰 공개

5일 서울 중구 서울영화센터에 고 안성기의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안성기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향년 74세. 2026.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유명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고(故) 안성기와의 과거 인터뷰를 떠올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이동진은 지난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오늘 비보를 듣고 나서 안성기라는 한국 영화계의 거목에 대해 제가 어떤 인터뷰를 했었는지 찾아보았습니다"라며 짧은 글과 함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날 이동진은 "가장 길게 인터뷰했던 것은 2006년, 제겐 신문사에 소속된 기자로서의 마지막 해 마지막 달, 연기 인생 50주년을 맞은 안성기 님과 마주 앉았을 때였습니다"라며 "당시 제가 글로 옮겼던 내용을 다시 읽어만 보는데도 그 따스한 목소리와 정겨운 미소가 고스란히 떠오릅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슬픈 날이지만, 저는 20년 전의 그 인터뷰에서 무척 행복해보이셨던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정말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함께 공개된 이동진과의 과거 인터뷰에서 안성기는 자신에게 붙은 '국민배우'라는 호칭에 대해 "그게 참 희한한 호칭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 같고, 국민배우라는 말에 맞게 모범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의도적으로 행동하진 않는다"면서 "이렇게까지 거론되니 '내가 다른 사람 정도만 실수해도 그걸로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고 밝혔다.

또한 안성기는 "안성기 씨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이동진의 말에 "정말 저는 제 스타일대로 해온 것 밖에 없다, 남들한테 피해주지 않고, 배우로서 장수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러다보니 뜻하지 않게 모범생이 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성인 연기자로 영화계에 뛰어든 70년대 말은 한국 영화계의 위상이 바닥이었던 암흑기다, 당시 배우들이 사회적으로 대접을 못 받는 것에 대해 좋은 의미의 반발심이 있었다, 배우들도 감정이나 행동 모두 절제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이동진은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표작들을 설명하는 안성기의 얼굴을 묘사하며 "손가락을 꼽아가며 설명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자연히 미소가 떠올랐다, 행복에 얼굴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겠구나"라고 적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9시 향년 74세로 별세했다. 혈액암 재발 후 투병 중이었던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심정지 상태로 서울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에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앞서 고인은 지난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재발로 인해 다시 투병 생활이 시작됐고, 지난 2022년 한 행사에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 뒤 혈액암 투병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 측은 안성기가 혈액암 치료 중인 사실을 알리며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회복과 치료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9일 오전이며,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장례는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진행된다. 명예장례위원장 신영균, 배창호 감독, 한국영화배우협회 이갑성 이사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신언식, 한국영화인협회 양윤호 이사장 등 4인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아 장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배우 이정재 정우성 등의 영화인들의 운구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