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이사' 감독 "日 인기작 리메이크 걱정…청춘 멜로 맞춰 각색" [N인터뷰]①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김혜영 감독

김혜영 감독((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김혜영 감독이 전 세계 130만부 판매를 기록한 일본 소설을 한국판 영화로 리메이크했다. 일본에서도 동명의 영화로 리메이크, 국내에서 120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주인공의 청춘 멜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각색해 한국판만의 감성을 선사하고자 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는 매일 하루의 기억을 잃는 서윤(신시아 분)과 매일 그녀의 기억을 채워주는 재원(추영우 분)이 서로를 지키며 기억해 가는 청춘 멜로 영화로, 일본 작가 이치조 미사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김 감독은 올해 2월 개봉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에 이어 '오세이사'를 선보이게 됐다. 여기에 올해 4월에는 또 다른 연출작인 티빙 드라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공개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왔다. 멜로 영화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김 감독을 만났다.

-유명한 원작을 한국에서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멜로를 해보고 싶었고, 성장 서사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이혼숙려캠프' 이런 건데, 이 프로그램들이 아쉬운 지점이 있던 대상이 변화하는 걸 보여주지 않나. 그게 드라마 같다. 그리고 나쁜 사람이 계속 나쁘면 재미없는데 착해지는 과정이나 사실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사실 모든 작품엔 성장 서사가 다 있다고 생각한다. 멜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세이사'도 멜로에 (성장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너무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작품이었다 보니 걱정이 됐다. 그러면서도 내가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이게 잘 될까' 생각도 했지만 또 내가 해보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

-올여름에 촬영을 시작해 겨울에 개봉하게 됐다.

▶빠른 일정이라 오히려 신났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할 수도 있는데 어찌 신나지 않겠나. 일정상 피곤할 때도 있지만 안 피곤하더라. 후반 작업할 때도 사람들이 많은 현장에 있다가 다 빠져나가서 힘든 것이지, 작업 자체가 힘들진 않았다. 작업하면서 촬영했던 순간들이 떠오르고, 어떻게 소통했는지 다 생각이 나니까 이를 채워나갈 때 즐겁고 신났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포스터

-원작에서 여러 요소가 달라졌는데 어떻게 각색했나.

▶각색하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예전에 읽었다가 몇 장면만 기억나고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하면서 다시 읽었다. 읽을수록 더 재밌더라. 작가님이 다정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이 굉장히 사려 깊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각색하면서 다정함을 키워드로 두고 했다. 원작 남자 주인공은 오히려 평범하고 무색무취에 가까운 캐릭터인데, 우리 작품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시니컬하고 무뚝뚝하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점점 다정함이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가족 이야기도 많이 달라졌다.

▶한국판으로 하면서 좀 더 청춘 멜로에 집중하려고 했다. 원작에서는 누나가 등장하고, 아빠와 갈등도 있는데 우리는 첫사랑 이야기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싶어서 그 부분을 축소했다. 그래서 누나를 없애고, 대신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남녀 주인공에 넣었다. 재원이와 서윤이 둘 다 꿈이 있고 미래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좀 더 희망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다만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게 조심스러워서 재원의 아빠인 김성현(조한철 분) 캐릭터에 이러한 상징성을 두려고 했다.

-재원의 결말과 관련해 연출하면서 고민한 지점은.

▶우선 우리 영화는 '기억은 사라져도 사랑의 감정은 남아있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감각이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는 게 포인트라 이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고, 재원이를 사라지게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도 아쉬운 마음이 있었기에 재원이를 추억 속에서라도 계속 등장시켜서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스틸

-최근 영화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멜로 영화를 선보이는 게 일종의 도전이 됐는데 어떤가.

▶보통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데, 이젠 연말에 멜로 영화를 내는 게 도전이 된 현실이라 슬프다. 한국 영화가 힘들다고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계속해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나도 만듦새에 있어서 좀 더 노력해서 만족할 만한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 내가 잊고 있던, 희미해진 기억이 떠오를 것이고, 또 사랑하는 감각을 찾았으면 좋겠다. 사랑을 하고 싶은 분들이 꼭 보면 좋겠다.

<【인터뷰】 ②에 계속>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