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하정우가 보여준 29禁 말맛…'윗집 사람들' [시네마 프리뷰]

3일 개봉 '윗집 사람들' 리뷰

'윗집 사람들' 스틸컷
'윗집 사람들' 스틸컷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배우 겸 감독 하정우의 네 번째 도전은 통할까. 하정우식 말맛과 파격적인 유머가 한데 어우러진 '청불' 코미디 영화 '윗집 사람들'이다.

지난 25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 이하늬 분)와 아랫집 부부(김동욱 공효진 분)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다. '롤러코스터' '허삼관' '로비'를 연출한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며,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이 원작이다.

영화는 무미건조한 일상만 남은 섹스리스 부부 정아(공효진 분)와 현수(김동욱 분)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두 사람은 매일 밤 지나치게 활발한 윗집의 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소리의 주인공은 윗집 부부 김선생(하정우 분)과 수경(이하늬 분)이다. 공허하고 외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정아는 지난 몇 달간 이사 공사 소음을 참아준 대가로 윗집 부부를 위한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한다. 현수는 오히려 우리가 소음을 참고 있다며 식사 자리에 불만을 토로하며 말싸움을 벌인다. 그사이 김 선생과 수경이 와서 어색한 기류 속에서 만남이 시작된다. 분위기를 풀기 위해 정아는 김선생과 수경의 첫 만남에 관해 묻고, 요가 클래스에서 만나게 됐다는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요가 퍼포먼스를 시연하며 파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유분방한 김선생과 여유롭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수경은 정아와 현수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을 건네고,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윗집 사람들' 스틸컷

'윗집 사람들'은 하룻밤,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소동극을 담아낸다. 공간의 변화가 거의 없어 자칫 루즈해질 수 있는데, 상영시간을 꽉 채우는 빈틈없는 대사와 티키타카가 지루함을 덜어낸다. 특히나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는 단연 19금, 아니 29금이라고 해도 무방할 파격적인 소재다. 단순한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자칫 논쟁거리로 여겨질 정도의 성적 취향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대신 수위 조절을 위해 극초반에는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가, 점차 직접적인 단어로 나아가는 방식을 취한다. 또한 하정우식 말장난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이를 너무 무겁게 그려내지 않고자 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오가지만, 영화는 따뜻한 이야기로 매듭짓는다. 윗집 부부의 파격적이고 다소 비상식적으로도 들릴 수 있었던 제안을 통해 오히려 소원했던 아랫집 부부가 서로를 향한 마음을 다시금 깨닫는 것이다. 이러한 전개 과정이 물 흐르듯이 이뤄져 극에 흐름을 깨진 않는다.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 이하늬 등 실력파 배우들이 판타지와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살려낸다. 특히 분위기를 해치고 싶어 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정아의 모습이 공효진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완성됐다. 여기에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분개하는 현수를 그려낸 김동욱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그에게 저절로 몰입한다. 도발적인데 우아한 수경은 이하늬에게 찰떡이다.

'윗집 사람들' 스틸컷

그럼에도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일단 윗집 부부가 이야기하는 소재 자체가 파격적인 만큼, 관객들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겠다. 또한 계속해서 말싸움을 벌이는 정아·현수 부부의 모습, 하정우식 유머 등이 시종일관 이어진다는 점도 그렇다. 오달수를 비롯한 특별출연진들이 캐릭터와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는지도 다소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오는 12월 3일 개봉. 상영시간 107분. 청소년 관람불가.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