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진 "'하얼빈' 뒤 선택한 '보스', 피폐한 마음 환기 필요해"(종합) [N인터뷰]

조우진 /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조우진 /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내부자들'(2015)에서 인상 깊은 조연으로 단숨에 이름을 알리게 됐던 '무명 배우' 조우진은 이제 한국 영화계의 주연급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는 '외계+인' 2부와 '아마존 활명수' '하얼빈'으로, 올해는 '승부'와 '사마귀' '보스'까지. 매년 여러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는 그는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어쩐 일인지 '지쳐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진짜 경주마처럼 달려왔어요. 이전에 다작했을 때는 조우진이라는 메뉴판을 만든다, 많은 분에게 이런 메뉴가 있으니 골라보세요, 하듯이 서비스 정신에 따라서 했다면 그다음에는 조금 더 그전까지 했던 어떤 역할과 작품보다 밀도 있게 깊고, 확장되게 만들어서 임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러다가 점점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저뿐 아니라 우리 딸의 미래까지 생각하게 되다 보니까 누가 채찍질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달리게 되는 마음가짐이 됐죠. 그러다 보니까 '하얼빈'에서 깨달았어요. '나 지쳐있었구나'."

조우진을 당시 자신의 상태를 "피폐해져 있었다"고 표현했다. 독립운동가 김상현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온갖 결핍으로 둘러싸인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마음마저 망가져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마음도 가난해진 상태에서 김상현 캐릭터와 맞닿은 감성이 있어서 잘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저의 바닥과 한계점을 보기도 했어요. 그때는 형님, 누님들이 왜 현장에서 쌓인 건 현장에서 풀고 연기로 받은 스트레스나 고통은 현장에서 풀어야 한다고 얘기하시는 건지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만나게 된 작품이 '보스'에요."

조우진 /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조우진은 차기 보스 0순위 조직의 이인자이지만 중식당 미미루로 전국구 평정을 꿈꾸는 순태를 연기했다. 앙상블이 중요한 코미디 영화를 하면서 조우진은 함께 한 배우들과 진한 우정을 나눴다.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 등을 두고 그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보물이 됐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저는 누굴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 해요. 그런데 이 작품을 하면서 사람이 많이 바뀌었요. 그들이 자극도 많이 돼 주고 위안의 에너지도 되고 의문점이 가득할 때도 서로서로 누구 한 명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작품에 대해 고민할 뿐 아니라 나누고 해결하고 그렇게 장면을 하나하나 나누고 하다 보니 정이 들더라고요.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사람으로서도 필요한 부분, 살면서 생기는 고민 같은 것들도 공유했죠. 그래서 많이 애틋해졌어요."

순태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조우진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여경래, 박은영 셰프에게 요리를 배웠고, 실감 나는 '조폭' 액션을 보여주려 무술팀과 상의하며 아이디어를 냈다. 급기야 홍보에까지 신경을 쏟았는데, 그로 인한 결과물이 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TEAM보스'(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라는 이름으로 낸 '보스'라는 음원과 뮤직비디오다.

조우진 /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우리 영화를 기다리는 많은 분께 시도하지 않았던 색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면 어떨까. 촬영할 때 번뜩 그 생각이 들었어요. 제작발표회를 하면 보통 티저가 나오는데, 그때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때 (박)지환이, (정)경호가 제 방에서 술을 먹고 있었는데 우리가 노래방에 가서 한 파트씩 노래를 부르고 그 곡을 OST처럼 쓰고 하이라이트 장면도 공개하자, 이런 얘기를 했어요. '너희들이 '오케이' 하면 바로 전화하겠다' 했더니 다들 '콜' 해서 다이나믹 듀오에게 전화를 걸었죠."

그렇게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한 컬래버레이션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앞서 조우진은 다이나믹 듀오의 정규 9집 타이틀곡 '맵고짜고단거'의 뮤직비디오에 우정 출연한 바 있다.

"최자와는 같이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다가 친해졌어요. 특정한 모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게에 가면 있다거나 건너 건너 사람의 친구라거나 했었죠. 최자와 개코가 영화, 드라마 같은 자기 분야가 아닌 분야에 관심이 많고, 제가 출연한 작품을 다 봤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하며 너무 감명이 깊어 친해졌어요. 두 사람은 제 결혼식 2부 때 축하해주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고 정말 고마워 제가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이 한 몸 바쳐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한 게 '맵고짜고단거'였죠."

조우진 /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조우진은 '보스'를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콘텐츠 등에 얼굴을 내비치며 주연 배우로서 홍보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것. 또 '보스'와 같은 시기인 지난달 26일에는 넷플릭스 '사마귀'까지 공개된 터라 그가 낸 '열심'의 무게는 더욱 무겁다.

"그동안 제가 예능을 너무 안 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라는 배우, 조우진이라는 배우에게 친근함이 느껴져야 저희 영화에도 친근함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제가 만만해야 사람들도 편하게 접근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컸죠. 살면서 이렇게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한 달이 있었을까 싶어요. 영화 시장이 안 좋은데 OTT 영화와 상영관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로 홍보 활동을 할 수 있고, 작품에 대해 많은 분과 얘기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벅차오를 만한 순간들이다 싶고 소중히 귀하게 여기면서 하고 있어요."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