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 "'세계의주인' 토론토 경쟁, 감사…좋은 경험" [BIFF]

[N인터뷰]② '극장의 시간들-자연스럽게'

윤가은 감독((주)티캐스트 제공)

(부산=뉴스1) 고승아 기자 = '우리들'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이 영화 제작과 극장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단편 영화 '자연스럽게'에 녹여냈다.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된 '극장의 시간들'은 씨네큐브 25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극장이라는 공간과 예술영화의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종필 감독의 '침팬지'와 윤가은 감독의 '자연스럽게' 두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앤솔로지 형식의 작품이다.

이 중 두 번째 에피소드 '자연스럽게'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분투하는 어린이 배우들과 감독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배우 고아성이 감독 역할을 맡았다.

윤가은 감독은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씨네드쉐프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청작 '극장의 시간들'에서 연출작 '자연스럽게'와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계의 주인' 포스터

<【N인터뷰】①에 이어>

-내달 개봉하는 신작 '세계의 주인'이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경쟁 부문으로 초청됐는데.</strong>

▶제가 6년 만에 장편 영화인데, 놀았던 건 아니지만 부단히 하다가 자꾸 미끄러졌다. 그래서 혼자 '예전에 영화 만든 게 마지막이었나, 그럼 좀 더 즐길걸' 생각도 했다. 하하. 우선 영화를 만들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이런 시기에. 그리고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서 감사했다. 이번에 만든 영화도 독립예술 영화이다 보니 작은 영화가 개봉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데 영화제가 그런 통로가 되어 주고 있어서 감지덕지라 생각한다. 특히 토론토에서 다른 감독님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저처럼 특이한 감독님들 만나서 '너는 어떻게 어렵게 만들었니', '펀딩을 어떻게 받았는지' 이런 이야기를 나눴고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토론토 영화제 반응은 어땠나.

▶사실 그때 약간 감정을 못 느끼는 상태였다. 감상이고 뭐고, 그냥 껍데기가 앉아있었다. 마음만 구천을 떠돌고 있었다. 하하. 배우분들도 정말 많이 떨었다. 영화를 같이 보긴 했는데 완전히 일반 관객 앞에선 처음 선보이는 것이니까. 근데 관객분들의 너무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이것이 나의 착각이 아니기를 하면서 했다. 특히 500석 극장에서 상영하는데 사실 독립 영화가 언제 이런 큰 극장에서 상영하겠나. 두 번째 상영 땐 제가 못 갔는데, 배우에게 얼른 가라고 전화했더니 달려갔다더라.(웃음)

윤가은 감독((주)티캐스트 제공)

-윤가은 감독에게 영화의 소재이기도 한 '극장'이란 어떤 의미인가.

▶아주 어릴 때부터 극장과 영화를 좋아했다. 청소년 때 극장을 드나들었던 시간을 생각해 보니 살면서 극장 의미가 바뀌었더라.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낯설고 특이한 게, 아주 깜깜한 곳에 생면부지 사람들을 한꺼번에 때려 박아 놓고, 심지어 자의에 의해서 오는 이 사람들이다. 그리고 불을 끄고 큰 스크린을 들이밀면서 보라고 한다. 사실상 손발이 묶이는 경험이다. 아주 개인적인 경험이자 공동체적인 경험인 거다. 너무나 놀랍고 이상한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만드는 곳인데 내겐 놀이터이기도 하고, 때론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도망치는 곳이기도 하고, 이젠 일터이기도 하다. 그래도 극장 들어갈 때나 나올 때와 생각이 달라질 수 있는, 나를 다른 방식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삶에 대한 환기를 하게 하는 점에선 변하지 않는다. 하여튼 극장은 이상한 곳이다. 하하.

-그렇다면 영화는 어떤 의미인가.

▶'내가 영화를 왜 만들지' 이런 고민을 되게 많이 한다. 영화가 시장에 나오면, 손익분기점이 얼마인지, 얼마나 관객을 모아 돈을 많이 벌었는지 회자하지만 제가 영화를 좋아했을 때 가졌던 의미, 살아오면서 영화가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 보면 전혀 그런 맥락은 아니었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됐는데, 사실 (영화 업계가) 이렇게까지 어려운 줄 몰랐다. 산업에 들어오자마자 영화가 어렵다며, 저물고 있다고 해서 '아니야, 아니야' 생각은 했다. 그래도 이럴 때 영화가 뭔지 생각해 보면,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선생님이 어린이 동화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아이들도 예술을 감상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희로애락을 경험하는데, 이해가 안 가는 수많은 감정을 받아들일 때 예술 작품이 그 문을 열어주고 통로가 되어준다고 말하더라. 이게 영화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충격, 혐오, 공포, 동시에 행복일 수도 있는 감정을 대리로 경험하면서 위로해 줄 수도, 가이드를 해줄 수도 있다. 영화를 통해서 그런 걸 경험하면 삶이 괜찮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아주 다양한 종류의 영화가 필요하다. 어떤 결의 영화로만 나오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해야 그 안에서 찾아갈 수 있지 않겠나. 영화는 사람을 가두고 경험하게 하기 때문에, 사람을 대리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매체라 생각한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