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제 여는 박찬욱 '어쩔수가없다'…"늪에 빠진 韓영화 도움 되길" [BIFF]

(부산=뉴스1) 고승아 기자 = 박찬욱 감독이 신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막을 연다. 영화 업계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어려움을 녹여낸 '어쩔수가없다'다.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인 영화 '어쩔수가없다' 기자 시사 및 기자회견이 열려 박찬욱 감독,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거장'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박 감독은 이날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어쩔수가없다'에 대해 "감개무량하다"며 "부산영화제가 오랫동안 해온 가운데 개막작으로 온 것은 처음이라 설레고, 30주년이라고 하니까 더,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떨리는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원작 소설 '액스'를 영화화한 박 감독은 "1990년대에 소설이 나왔는데 지금 하고 근본적인 차이가 없었고, 미국과 한국의 차이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더라"며 "적어도 '도끼'(액스)라는 소설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소설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삶에 만족하던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 역을 맡았다. 손예진은 만수의 아내 미리 역으로 분했다. 개막작으로는 처음 부산을 찾게 된 두 사람은 "너무 떨린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격해했다.

이어 이병헌은 "박 감독님과 오랜만에 작업이라 그저 그거 하나 때문에 신나고 설렜던 기억이다"라며 "이번에 또 얼마나 재밌게 작업을 할까,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재밌겠다는 그 기대감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엄마처럼, 아내처럼, 보이고 싶었다"며 "일상 생활에서 보이는 모습이 과정되지 않고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보이면 좋겠다고 새악했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제지 회사 반장 선출 역을 맡은 박희순은 "(영화 속) 유머가, 이것 또한 우리나라 해학을 가지고 계시다는 걸 느꼈다"라며 "어떠한 극적이거나 긴박한 상황에서 그 유머를 놓치지 않는 한민족의 그런 것(정서)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성민은 재취업이 절실한 업계 베테랑이자 만수의 잠재적 경쟁자인 범모, 염혜란은 범모의 아내 아라 역으로 분했다. 이성민은 "범모 역을 하면서 저를 되돌아본 적이 있다"며 "배우도 언젠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생긴다면 대체되지 않을지, 그런 지점에서 두려움과 같은 것들이 주 메시지라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염혜란은 "아라는 영화가 하고 싶은 얘기와 반대되는 지점이 많은데 충분히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분이 계실 거라 생각하고 정당성을 찾아봤다"고 밝혔다.

''어쩔수가없다'가 영화 업계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에 대해 박 감독은 "영화 업계가 어렵고 다른 나라보다 팬데믹 상황 이후 더딘 상태인 건 사실이나 영영 이런 상태로 되진 않을 거라 생각하고, 저희 영화가 늪에서 좀 빠져나오는 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내비쳤다.

이병헌도 "영화의 어려움도 있지만,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극장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극장이라는 곳이 어떻게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타계하고, 또다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될지에 대해 그건 모든 영화인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예진 역시 "이런 상황에서 박찬욱 감독님 같은 분들이 작품을 많이 만들어 주셔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고, 저는 제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 예정이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