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베니스 무관, 예상 못했지만 '어쩔수가없는' 이유 [N이슈]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지난 6일 오후(이하 현지 시각, 한국 시각 7일 오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기대를 모았던 우리나라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예상 못한 결과였다.
'어쩔수가없다'의 수상은 불발됐다. 황금사자상은 미국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Father Mother Sister Brother, 감독 짐 자무시)에게 돌아갔고, '어쩔수가없다'의 가장 큰 경쟁작으로 여겨졌던 '힌드의 목소리'(The Voice of Hind Rajab, 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는 심사위원대상을 가져갔다.
'어쩔수가없다'의 이 같은 '무관 결과'는 해외 영화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번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스너브스(Snubs·냉대 당한 작품)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더 테스터먼트 오브 앤 리'(감독 모나 파스트볼드) 등과 함께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거론되고 있다. 해외 누리꾼들은 "'어쩔수가없다'가 그런 극찬 리뷰를 줄줄이 받아놓고도 아무 상도 받지 못한 것은 범죄다"라거나 "'어쩔수가없다'에 아무 것도 안 준다고? 열받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무려 23분간의 뜨거운 기립 박수를 받은 '힌드의 목소리'가 황금사자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결국 이 비판의 화살 끝은 올해의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인 미국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에게로 겨눠지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 7인 중 한 명인 브라질 배우 페르난다 토레스가 '힌드의 목소리'의 황금사자상 수상을 심사위원장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반대한 것에 분노해 심사위원을 그만두겠다고 했었다는 루머가 나왔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폐막식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여론에 대해 자신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어쩔수가없다'의 수상 불발에 대해 "우리는 21편의 훌륭한 영화들을 8편으로 좁혀야 했고, 우리의 심사 과정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당연히 그(박찬욱)의 영화도 논의했다, 그의 영화를 사랑했지만 최종적으로 단순히 8편 안에 들지 못했다, 속상한 일이지만 정말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많은 영화들을 좋아했다, 어떤 것이 어떤 것보다 낫다 하는 것은 우리가 영화제에서 늘 하는 불공평한 일이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또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힌드의 목소리'와 관련한 루머에 대해서도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그만두겠다고 했던 일은 없었다"면서 "나는 우리가 온라인에서 읽는 것을 모두 믿지 않는 것이 중요한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안다"고 부인했다.
이렇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막을 내렸다. 수상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어쩔수가없는' 이유는 영화제 수상 결과는 곧 심사위원의 손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이다. 외신과 평론가들이 영화에 대해 높은 평점을 주고 극찬한다고 한들 7명의 심사위원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면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만다.
영국의 영화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최근 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이처럼 여론과 전혀 다른 심사위원단의 결정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상이나 리본, 트로피 메달 같은 것들이 결국에 영화에 대해서는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니 심사위원단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우리가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힌드의 목소리'가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사라지는데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 의해 관람된다면 더 중요한 시상식에서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장담했다.
eujene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