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엔딩도 왕자도 없지만…'백설공주' 진일보의 미완성 [시네마 프리뷰]
19일 개봉 디즈니 실사 영화 '백설공주' 리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라틴계 배우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흑설공주'란 오명을 쓰며 논란이 됐던 실사 영화 '백설공주'가 베일을 벗었다. '백설공주'는 원작 주인공의 피부색과 왕자가 공주를 구원하는 전형적인 스토리에서 탈피하는 것으로 시대에 발맞춘 변화를 애쓴 흔적을 드러냈다.
19일 국내 개봉한 '백설공주'(감독 마크 웹)는 '백설공주'(레이첼 지글러 분)가 악한 '여왕'(갤 가돗 분)에게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선한 마음과 용기로 맞서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지컬 영화다. 1937년 나온 디즈니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세계 최초의 풀 컬러 극장용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원작이다.
영화는 백설공주가 자애로운 왕과 왕비, 그리고 만인에게 사랑받는 어린 시절로 시작된다. 왕비가 세상을 떠난 후 맞이한 새로운 왕비는 왕국을 빼앗았고, 백설공주는 하녀로 전락한다. 성인이 된 후 더욱 내면의 아름다움을 갖춘 백설공주에 대한 왕비의 질투는 더욱 심해지고, 결국 백설공주는 위협을 받아 숲으로 도망친다.
극 초반은 디즈니 원작 애니메이션과 유사한 전개를 이어간다. 마법의 숲에서 위기를 맞이한 후 숲속 동물들과 만나 일곱 난쟁이들의 집에 가게 되고 만남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은 원작과 같다. 이후 백설공주가 난쟁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직접 찾아 나서면서 원작과 결이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백설공주는 성에서 감자를 훔치다 들켜 몰래 풀어줬던 도적단 리더 조나단(앤드류 버냅 분)을 만나고, 왕비가 보낸 군사들로부터 또 한 번 위협을 받지만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강인한 모습으로 자신에 대한 조나단의 선입견을 지운다. 이후 백설공주는 직접 성으로 향해 왕비에 맞서며 왕국을 되찾으려 한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백설공주가 사과를 먹고 쓰러진 후 왕자의 키스로 살아나 해피엔딩을 맞이했다면, 실사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빼앗긴 왕국을 구하려는 강인하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노파가 된 왕비가 건넨 사과를 먹고 쓰러졌다가 사랑하는 이의 키스 후 살아나는 설정은 그대로 담겼지만, 이는 백설공주가 더욱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준다.
백마 탄 왕자 캐릭터도 지웠다는 점도 다른 지점이다. 조나단은 여왕에 대항하며 왕국의 백성들을 돕는 도적단으로, 백설공주의 따뜻한 마음과 용기에 감화된 후 그를 사랑하게 된다. 특히 조나단은 왕국 밖 현실을 모르는 백설공주를 순진하다 여기며 '공주적 사고'를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등 동화 속 로맨틱한 남성 캐릭터와는 다른 인물로 그려졌고, 공주를 구하는 역할이 아닌 조력하는 역할로 변화됐다.
왜소증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CG로 등장시켜 지적받았던 난쟁이 캐릭터도 예고편 공개 당시 논란이 됐던 비주얼만큼 기괴하진 않다. 274년간 숲에서 광부로서 보석을 캐며 살아온 존재로, '박사' '심술이' '덤벙이' 등 캐릭터만큼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그대로 따랐다. 숲속 사슴과 새, 다람쥐, 토끼, 고슴도치 등 동물들도 CG로 사랑스럽게 구현됐다.
왕이 생전 백설공주에게 줬던 목걸이에 쓰인 담대함과 공정함, 용기, 진실이라는 가치와 사악한 왕비가 끝내 갖지 못했던 내면의 아름다움은 영화의 메시지 그 자체다. 백설공주와 왕자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백설공주의 성장을 그리며 교훈적인 메시지를 공고히했다.
하지만 공주와 왕비의 마지막 대면까지 순진한 전개를 보여주며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뿐 감동이나 울림까진 주진 못한다는 점은 명백한 한계다. 또한 서사의 변화 역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점, 빌런과 조력자들의 캐릭터 또한 입체적이지 않아 색다른 재미가 느껴지진 않는다.
빌런인 여왕 역시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납작하게 그려지며 보다 깊은 공감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간절한 소원'(Waiting On A Wish) 등 감미로운 OST는 강점이지만 '알라딘'(2019) '인어공주'(2023)의 스케일에 못 미치는 탓에 감흥이 극대화되진 않는 점도 아쉽다.
디즈니의 모순적이고 선택적인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는 몰입에도 방해를 불러온다. 그간 디즈니는 단순 인종 바꾸기로 강박적인 PC주의를 보여줘 빈축을 샀다. 원작의 공주가 독일 출신의 캐릭터인 데다 원제가 '흰 눈'을 뜻하는 '스노 화이트'(Snow White)임에도 라틴계 배우 캐스팅을 강행하면서, 실사 영화에서는 제목의 뜻도 '거친 눈보라를 뚫고 태어난 아이'로 바꿨다. 원작의 재미와 인기를 넘지 못하면서 원작을 과도하게 훼손해 팬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선택이 과연 꼭 필요했을지 의문이 남는다. 연출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충만한 만족감을 주지 못하면서 무던히도 애쓴 진일보는 미완성으로 남았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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