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김동철 감독 "유치하지 않고 과하지 않게…후속작은 구상중"
[N인터뷰]②
-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퇴마록'이 가진 힘이 빛을 발했다. 1993년 발간돼 누적 1000만 부를 판매하며 'K-오컬트 바이블'로 자리매김한 소설 '퇴마록'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퇴마록'(감독 김동철)이 30만을 돌파했다. 영화는 방대한 세계관의 시작을 탁월하게 그려내며 30여년의 간극을 좁히는 데 성공, 관객들의 뜨거운 입소문을 타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퇴마록'은 파문당한 신부 박윤규, 무공을 위해 밀교를 찾은 현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예언의 아이 준후가 합세에 거대한 악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애니메이션. 소설 '퇴마록'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원작자인 이우혁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원작 팬인 4050에 이어 2030까지 사로잡으며 새로운 팬덤을 형성한 '퇴마록'을 연출한 김동철 감독을 뉴스1이 만났다. 원작 팬이었다는 김 감독은 30만을 돌파한 것에 "많은 분이 사랑해 주고, 재밌게 봐주셔서 그것만으로 감사하다"며 "'퇴마록'을 통해 애니메이션과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고 부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N인터뷰】 ①에 이어>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어떻게 디자인했나.
▶작가님한테는 애니메이션이 판타지 장르에 더 어울린다고 했지만, 그래도 유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서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다. 박 신부, 현암, 준후, 승희 4명의 캐릭터만 봐도 이들의 스토리가 보이길 바랐다. 박 신부님의 경우, 실제 내 주변에 그런 덩치가 꽤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었는데 캐릭터성이 더해져서 관객분들이 더 크게 보는 것 같다.(웃음) 그리고 근처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을 생각했다. 악당과 귀신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을 법한 공포스러운 모습에 포커싱을 맞췄다. 아스타로트(악마) 디자인에도 반응이 있는데, 인간들에게 현혹할 수 있는 외형을 생각하다가 신의 모습에 가장 닮아있으면서도 남자와 여자를 모호하게 표현해 초월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캐릭터의 서사를 풀어내야 했는데.
▶실제로 빌드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캐릭터 서사를 많이 넣었다가, 시간 안에 분배하기 위해서 편집으로 많이 덜어냈다. 최대한 서사를 많이 넣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그렇게 느끼지 않는 관객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 부분이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다. 원작의 장점이 왜 이렇게 악마가 됐는지, 빌런에 대한 뒷얘기 등이 나온다는 것인데, 이를 고민하긴 했지만 (덜어냈고), 이런 지점은 아쉽다고 생각한다.
-현승희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과 끝에만 등장해 더 궁금증을 높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원작에서도 가장 중요한 캐릭터이고 폭발적인 힘이 있는 인물인데 언급만 하고 사라져서 아쉽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하늘이 불타던 날' 에피소드에 녹여내기엔 원작을 벗어날까 봐 자제하다 보니 이번에는 이렇게 다루게 됐다. 승희는 20대 여성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트렌디한 복장에도 신경 썼는데, 어떤 과감함을 지향하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제작 과정 때문에 지금 보면 조금 뒤처질 수 있겠지만, 그런 성격을 신경 써서 디자인했다. 성격 역시 차갑지만 따뜻한 내면을 가진 부분을 묘사했다. 승희를 통해 앞으로 펼쳐지게 될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강하게 어필하자는 게 목표였는데 성공한 것 같다.
-최대한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게 연출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에 작업하면서 변화를 준 부분이 있나.
▶사실 원작 '퇴마록'에는 대부분 남자만 나온다. 처음 기획할 때 고민했던 게, 아저씨들만 나오는 걸 좋아할까 싶었고, 심지어 아이도 남자아이 아닌가. 그러다가 '이거다' 싶어서 바꾼 게 도혜선사의 성별이다. 원작에서는 남자이고, 현암을 구해준 은인으로 도혜랑 한빈거사가 나온다. 그리고 도혜선사가 자신의 70년 내공을 바쳐서 현암을 살리는데, 그 서사가 영화에서는 유사가족의 형태이길 바랐다. 현암이라는 히어로가 탄생하는 데 있어서 도혜선사를 어머니의 역할로 녹여보려고 했고, 한빈거사는 아버지의 롤이라고 생각한다.
-퇴마하는 과정에서 선보이는 액션시퀀스도 돋보인다.
▶액션은 애니메이션 장르이지만, 너무 판타지스럽지 않으려고 고민했다. 아직은 주인공 4인방이 성장을 덜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능력, 기술이 서투른 느낌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또 반대로 5명 고수가 있는데 그분들에 대한 액션은 무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스스로 '퇴마록'이라는 장르를 오컬트 무협 어반 판타지라 정의했고, 이에 고수들에게서는 무협에서 보일법한 액션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너무 능력물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과해보지 않으려고 했다.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구상은 들어간 상태인지 궁금하다.
▶후속작은 기획 구상만 되어 있는 상태다. 진행은 아직이다. 지금 '퇴마록'을 많이 봐주면 좋겠다.(웃음) 사실 뒷얘기가 더 재밌고, '퇴마록'이 사랑받았던 본질은 그 뒷얘기부터라 욕심은 난다. 우선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 에피소드를 생각하고 있다. 캐릭터들의 정신적인 성장에 더 집중을 두고 구상 중이다. 이렇게 이야기가 많기에, 이번에는 '하늘이 불타던 날'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에피소드가 더 많지만, 그럼에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 부분에선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퇴마록'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작품으로서만이 아니라 '퇴마록' 전체적으로 '대체가족', '유사가족'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각자 가진 상처, 하나의 외톨이 같은 인물들이 주인공인데, 이런 퇴마사들이 악에 대항하는 방식은 바로 뭉쳐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지점을 녹이고 싶었다. 외톨이 같은 이들이 어떻게 뭉쳐서 하나의 거대한 힘으로 합쳐지는지, 연대, 유대, 나아가 하나의 가족이 될 거라는 희망적인 부분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엔딩이 되게 중요한 게, '함께 가겠느냐'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시작이자 완성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메시지를 잘 녹였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느낀 '퇴마록'이 가진 힘은.
▶이 IP가 가진 힘이라면 세대 간의 경험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30~50대는 '퇴마록'을 보고 자란 세대이고, 10대, 20대가 새롭게 보는데, 하나의 IP로 묶이고 연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소설에 그 당시 가치관, 이슈 등이 담겨있는데 이를 지금 시대로 각색하면서 현재 시대상을 넣으려고 노력한 사람으로서 두 시대가 연결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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