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 무당보다 기 쎈 수녀 송혜교의 카타르시스 [시네마 프리뷰]

24일 개봉 영화 '검은 수녀들' 리뷰

'검은 수녀들'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수녀 심상치가 않다. 세상을 다 산 듯한 차분하고 의연한 표정, 끊임없이 피워대는 담배, 악령이 뭐라 해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카리스마까지. 우리나라 오컬트 장르 영화에 새 지평을 연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스핀오프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의 주인공답다.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문우진 분)을 구하기 위해 수녀에게는 금지돼 있는 구마 의식에 직접 나서는 유니아 수녀(송혜교 분)와 미카엘라 수녀(전여빈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사제까지도 부마자로 만들어 버리는 강력한 악령과 대면하는 유니아 수녀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첫 장면부터 멋진 포즈로 담배를 피우고, 악령의 무시무시한 저주에 "뭐라는 거야, 짜증 나게"라고 시크한 반응을 보이는 유니아 수녀는 호기심을 끄는 주인공이다.

'검은 수녀들' 스틸 컷
'검은 수녀들' 스틸 컷

악령은 현재 10대 소년 희준(문우진 분)의 몸에 들어가 있다. 잠시 악령이 물러가 있는 동안, 희준은 천주교 병원에 입원해 있는다. 그곳에서 희준을 담당하는 정신의학과 전문의 신부 바오로(이진욱 분)는 구마를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 미카엘라 수녀의 스승이기도 한 그는 희준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이들이 정신의학과적 접근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그 때문에 그는 희준에게 구마 의식이 필요하다는 유니아 수녀의 말에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하지만 희준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유니아 수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과 같은 영적 능력이 있는 미카엘라 수녀를 알아보고 도움을 요청한다. 미카엘라 수녀는 바오로 신부를 따르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악령 관련 문제로 내적인 혼란을 겪어 왔기에 유니아의 부탁을 단번에 떨쳐내지 못한다.

'검은 사제들'의 성별 전환 버전 같은 '검은 수녀들'의 매력은 전작이 그랬듯 캐릭터에서 나온다. '검은 사제들'의 김신부(김윤석 분)와 최부제(강동원 분)처럼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두 수녀의 캐릭터가 도발적이고 인간적이다. 믿음직하고 시크한 유니아와 순수한 미카엘라가 쌓아가는 티격태격 '워맨스'는 이야기를 한층 생동감 있게 만든다. 어쩌면 관객들이 계속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스테레오 타입에 갇혀있지 않고, 무당 보다 더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유니아 수녀의 거침없는 모습은 모종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더불어 드라마 '더 글로리'에 이어 로맨스 아닌 장르물에서 캐릭터와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는 송혜교는, 과연 신선하고 흥미롭다.

'검은 수녀들' 스틸 컷
'검은 수녀들' 스틸 컷

오컬트적인 재미만 따진다면 전작보다는 다소 잔잔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흡인력 있는 드라마와 의미심장한 결말이 흥미롭다. 가톨릭의 구마 의식을 중심으로 다루지만 타로나 우리나라 전통 무속 신앙 등의 (카톨릭적 시각에서 볼 때) 이교도적 요소들도 뒤섞여 있다. 구마 장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10대 배우 문우진의 존재감도 두 수녀 못지않게 크다. 문우진은 악다구니를 쓰고 겁박하는 악령과 근심 많은 소년의 모습까지 사실상 1인 2역을 해야 했는데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잘 해냈다.

연출자는 바뀌었지만 '검은 사제들'과의 연결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종종 언급되는 김신부, 최부제의 이름과 '12형상' 등의 키워드 등이 대표적이다. 전작의 배우 강동원이 우정 출연해 세계관의 연결성을 확고하게 만든다. 러닝 타임은 114분이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