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유해진, 편견 깨부순 '王이 될 상' [N초점]

유해진/'올빼미' 스틸 컷
유해진/'올빼미'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관객들에 가장 익숙한 배우 유해진의 매력이 담긴 작품은 영화 '타짜'(2006, 감독 최동훈)였다. '타짜'에서 주인공 고니(조승우 분)의 조력자이자 고광렬을 연기한 그는 특유의 유쾌하고 방정맞은 캐릭터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7년 영화 '블랙잭'으로 데뷔한 이래 유해진은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조연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영화 '신라의 달밤' '공공의 적' '광복절 특사' '달마야 서울가자' '왕의 남자' 등이 그가 출연한 데뷔 초기 대표작들이다.

현실감 있는 외모에 탁월한 연기력을 지닌 유해진은 그 당시 1년에 3~4편의 작품에 등장했고, 작품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천만 영화였던 '왕의 남자'(2005)와 수많은 팬덤을 형성한 '타짜'에서의 인기를 힘입어 그는 2007년에는 차승원과 함께 공동 주연을 맡은 영화 '이장과 군수'를 통해 처음으로 '주연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주연 배우로 올라섰지만, 그 이후에도 유해진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했다. 그 중에서도 인기가 있는 캐릭터는 '전우치'(2009)의 초랭이라든가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철봉, '공공의 적 1-1' 용만 같은 감초 캐릭터였다. 하지만 유해진은 웃음을 주는 캐릭터 뿐 아니라 악당이나 드라마 장르 속 평범한 인물들을 탁월한 연기력으로 소화하는 전천후 배우였다. 배우들은 종종 인기있는 캐릭터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위험에 처하지만, 그는 영리한 선택으로 매번 이 같은 위기를 비껴나갔다. 편견에 갇히지 않는 연기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예컨대 그는 영화 '이끼'(2010)와 '부당거래'(2010) 등에서는 악랄한 캐릭터를 연기해 영화의 흥행에 일조했으며 '극비수사'(2015)나 '소수의견'(2015)에서는 신뢰감을 주는 캐릭터로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유해진/위에서부터 '타짜' '전우치' '이끼' '베테랑' 스틸 컷

2010년대 중반부터 유해진의 도전은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 영화 '베테랑'(2015)에서 유해진은 영화 속 최대 빌런 조태오(유아인 분)의 옆에서 일하는 사무적이고 냉혹한 인물 최대웅으로 분해 조태오 못지 않게 많은 분노를 유발했다. 그리고 드디어 2016년 유해진은 첫 단독 주연작을 선보이게 된다. 코미디 영화 '럭키'다. 냉혹한 킬러와 무명 배우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코미디 영화에서 유해진은 킬러의 몸에 들어온 무명 배우 재성을 연기하며 흥행을 견인했다. '럭키'는 무려 700만(697만5290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렸고, 영화계에서 유해진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이후 그는 그간 '한계'로 여겨졌을 법한 영역에 도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레슬러'에서는 두 여자 가영(이성경 분)과 도나(황우슬혜 분)의 사랑을 받는 멋진 남자 주인공으로, '승리호'에서는 로봇 업동이 역할을 맡는 등 '의외'라고 여겨질 법한 캐스팅으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같은 도전의 정점은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올빼미'가 찍을 전망이다. '올빼미'에서 유해진이 맡은 캐릭터가 왕 역할이기 때문이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류준열 분)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 안태진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입봉작인 이 영화에서 유해진은 세자의 죽음 이후 광기에 휩싸이는 왕 인조를 연기한다.

'올빼미' 포스터

그간 사극 영화에서 왕 역할은 기본적으로 풍채가 좋고 중후한 인상을 갖고 있거나, 잘생긴 외모를 자랑하는 배우들이 담당해 왔다. '왕의 남자'의 정진영,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병헌, '남한산성'의 박해일 등이 대표적이다. 연기력이 보장된 유해진이지만, 기존 왕 역할을 해온 배우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이미지라 '올빼미'의 캐스팅은 '의외'라는 반응을 얻을 만하다. 유해진 자신조차 제작보고회에서 "살다 살다 왕까지 해본다,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출자 안태진 감독은 "유해진은 색다른 왕을 하고 싶다고 말씀주셨는데 정확하게 그 이유 때문에 캐스팅을 했다, 유해진이 하는 왕은 다를 것이다 하는 생각이었다"면서 캐스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실제 영화 속에서 유해진은 왕이지만, 인간이기도 했던 인조라는 캐릭터의 처절하고 어두운 단면을 실감나게 보여주며 영화의 서스펜스를 책임진다. 하나의 이미지게 갇히지 않고 계속해서 편견에 도전하는 유해진의 여정은 응원받기 중분하다는 평가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