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양', 인간은 누구일까…'파친코' 감독이 던지는 질문 [시네마 프리뷰]

제23회 JIFF 개막작

'애프터 양' 스틸 컷 ⓒ 뉴스1

(전주=뉴스1) 정유진 기자 = '애프터 양'은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의 공동 연출자인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의 두번째 장편 영화다. 앞서 코고나다 감독은 존조와 헤일리 루지 리차드슨이 주연을 맡은 멜로 영화 '콜럼버스'(2017)로 데뷔해 제33회 로스엔젤레스 아시안 퍼시픽 영화제에서 앙상블 캐스트상과 각본상 등을 받은 바 있다. '콜럼버스'가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했다면 '애프터 양'은 미래 어느 시점, 중국인 아이를 입양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28일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된 '애프터 양'은 한 가족을 위해 입양된 안드로이드의 삶을 통해 인간의 조건과 삶 등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해보게 만드는 감성적인 SF 판타지 영화였다.

제이크(콜린 파렐 분)와 키라(조디 터너 스미스 분) 부부는 수년 전 중국 출신 딸 미카(말레아 엠마 찬드라위자야 분)를 입양했고, 그 딸을 입양하면서 딸의 교육과 안정에 필요한 안드로이드 인간 양(저스틴 민 분)을 구매한다. 중국인으로 설정된 양은 중국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알려주며 미카의 정서적 안정과 성숙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이른바 '테크노'라고 불리는 양은 유명 회사가 만든 로봇으로 형제자매 대용으로 디자인됐다.

미카, 양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살아가던 가족에게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친다. 양이 세 사람과 함께 가족 월례 댄스 대회에 출전해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고 난 뒤 갑자기 작동을 멈춰버린 것. 갑자기 멈춰버린 양 때문에 미카는 크게 슬퍼한다. 당혹스러운 것은 제이크, 키라 부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딸 미카의 양육에 큰 몫을 했던 양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자 우왕좌왕하며 그간 두 사람 모두 양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제이크는 양을 고치기 위해 여러 수리점에 가고 그 과정을 통해 양의 과거들을 알게 된다. 또한 그는 양의 메모리 파일을 열어 양에게 저장된 여러 기억들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애프터 양' 포스터 ⓒ 뉴스1

양의 메모리 안에 저장된 기억 대부분은 안드로이드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의 초상이다. 가장 부각되는 것은 '유한성'이다. 한때 함께 하며 사랑을 줬던 사람들은 성장하고 노화돼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종국에는 죽고 마는 인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은 곧 시작"이라며 희망을 놓지 않는다. 언젠가 찾아올 무엇인가를 꿈꾸며 오늘의 생을 살아간다. 그런 인간들에게 양은 말한다. "그런 믿음은 제 프로그램에 없거든요. 저는 마지막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아도 괜찮아요."

인종차별 문제와 복제인간이나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윤리적 화두들을 따라가며, '애프터 양'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자기중심성에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인간적인, 인간의 틀 안에서만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닐까?', 자문하게 되는 것. 인류의 모든 문제들이 인간의 자기중심성에서 나온다. 백인중심적인 생각 때문에 흑인이나 아시아인들에 대한 차별이 발생했듯이. 영화의 말미 제이크는 양의 친구인 복제인간 에이다에게 "양이 인간이 되고 싶어했느냐?"고 묻는다. 에이다는 그의 이런 질문에 "너무 인간다운 질문"이라며 코웃음을 친다. 영화의 주제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유한성'을 가진 인간은 그런 유한성 때문에 슬퍼하고 희망을 찾고 기쁨을 느낀다. 양의 기억을 돌아보면서 회한에 젖어드는 것은 양 자신이 아닌 인간 제이크다. 제이크가 양에 대해 느끼는 모든 감상은 결국 제이크 자신의 것일 뿐이다. '애프터 양'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생각해보자'고 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점 때문에 인간의 삶과 생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흥미로운 아이러니다.

영화의 톤앤 매너는 낯설면서도 따뜻하다. 따뜻한 감성이 들어간 미장센은 미래적인 느낌을 구현하면서도 미적으로도 아름답다. 독립영화에서 보는 콜린 파렐은 반가움을 준다.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을 두루 캐스팅한 점은 특별하다. 영화가 주는 이질적인 느낌을 배가시키는 동시 주제의식도 형상화했다. 안드로인드 인간 양을 연기한 저스틴 민이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인간적이지 않은 양을 흥미롭게 연기했다. 러닝타임 96분. 올 상반기 내 개봉 예정.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