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호텔 레이크' 그럴싸한 캐스팅, 너무 쉬운 선택들

'호텔 레이크' 스틸 컷 ⓒ 뉴스1
'호텔 레이크'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혼자 살고 있는 취준생 유미(이세영 분)는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던 동생 지유의 소식을 듣고 고아원을 찾는다. 갈곳 없는 지유를 떠맡을 수는 없는 상황. 유미는 죽은 엄마의 오랜 친구 경선(박지영 분)에게 동생을 맡기기 위해 지방 관광지에 있는 경선의 호텔로 향한다.

경선은 유미를 따뜻하게 맞이할 뿐 아니라 지유를 돌보겠다고 약속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호텔은 어딘지 모르게 음습하고 기괴하다. 경선의 만류로 지유와 함께 며칠간 호텔에 머물게 된 유미는 기분 나쁜 일들을 겪는다. 어린 시절 시간을 보냈던 405호에서 오래된 물건을 발견하기도 하고, 계속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모습의 지유를 보고 두려움을 느낀다. 거기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의 호텔 메이드 예린(박효주 분)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호텔에 머물며 자신의 일을 도와주기 원하는 경선의 요청을 뒤로하고, 유미는 잠든 동생 지유를 두고 한밤중 길을 떠난다. 어머니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곳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선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그의 발목을 붙잡는다. 동생 지유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소식이다. 다시 호텔로 돌아온 유미는 끔찍한 일들을 겪는다.

서양에 비해 서구식 호텔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호텔 괴담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병원이나 학교 폐가 등 일반적인 공포 영화의 배경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신선한 요소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호텔 레이크'에서는 호텔이라는 공간이 크게 활용되지는 못 한다. 건축적으로 기괴한 분위기를 형성한 것, 메이드의 형상을 한 귀신이 등장하는 것 외에 호텔이라는 공간만이 주는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

호텔은 서로를 모르는 익명의 사람들이 각각의 방에 머물러 하룻밤 내지는 며칠밤을 묵는 곳이다. 집처럼 편안하지만 집은 아닌 이질적인 공간이며, 방마다 비슷한 구조가 반복돼 호수가 적인 팻말이 없다면 끔찍한 미로가 돼버릴 수도 있는 공간이다. 호텔의 이 같은 일반적 특성이 공포에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대신 초반 공포를 책임지는 것은 몇몇 공포 영화 트릭들이다. 속닥거리는 소리들과 환영, 형상, 꿈 등을 통해서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며 공포감을 끌어올린다. 최대한 관객들을 공포감으로 몰아 넣어야 하는 호러 영화의 미덕을 생각할 때 전반부는 나쁘지 않다. 다만, 떡밥을 너무나 진부하게 수거하는 바람에 후반부 긴장감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무엇보다 미스터리가 너무 쉽게 풀리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사건의 전말이 중반부부터 술술 풀리기 시작한다. 보는 입장에서는 맥이 빠진다. 주요 배역 중 한 명의 반전이 이를 상쇄할 요소로 채택된 것 같지만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초반부터 복선이 드러나 있고 결과물도 진부하다. 쉬운 선택이다.

인물들의 드라마도 평범한 편이다. 모성애와 우정 등을 두루 다루지만 인물들로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고자 조성한 얄팍한 서사가 전부다.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깊이 몰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순간 돋보이는 감정신들이 있다. 박지영과 이세영 등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들의 활약 덕분이다. 특히 주인공으로 나선 이세영은 전형적인 공포 영화의 여주인공이 될 뻔한 유미를 다채로운 감정 연기를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오는 29일 개봉.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