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② '보헤미안 랩소디' 신드롬…韓 유독 흥행 '5가지' 이유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 News1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 News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할리우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달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봉해 세 번의 순위 역주행에 성공, 매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개봉 직후엔 동 시기 개봉작 '완벽한 타인'에 밀려 2위를 수성해오다 개봉 14일 만에 1위에 등극했고, 이후 신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개봉하면서 다시 2위로 내려앉았다가 6일 만에 1위를 재탈환했다. 이후 지난 22일 신작 '성난 황소'의 개봉으로 2위로 하락했으나 다음날인 지난 23일 다시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보헤미안 랩소디'의 누적관객수는 478만152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7일 집계 기준)으로, 한국은 '퀸의 고향' 영국에 이어 해외 흥행 2위를 기록 중이다. 음악영화 대표 흥행작이었던 영화 '비긴 어게인'(2014년 343만 명)과 '라라랜드'(2016년 359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맘마미아!'(2008년 457만 명) 기록까지 넘어섰다. 음악영화 카테고리에 속하는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2017년 513만 명)와 '레미제라블'(2012년 592만 명)을 넘어 또 한 번 새로운 기록을 쓸지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국내 흥행 최대 요인은 '퀸의 음악'

개봉 전 '보헤미안 랩소디'는 흥행 기대치가 높은 작품은 아니었다. 국내 관객들에 다소 생경한 외국 배우들이 출연했던 만큼, 개봉 전 영화의 인지도도 높지 않았다. 대중적인 음악영화 장르이긴 하지만 히어로 블록버스터나 액션물과 같은 폭발적인 흥행력을 장담할 수 있는 오락 장르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계 안팎에서는 최대 약 200만 관객 정도로 수치를 예상했다. 또 영화관을 찾는 주관람객인 2030세대가 '퀸 세대'가 아니었던 만큼, 프레디 머큐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요즘 관객들에게도 통할지 우려도 분명히 존재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영화 홍보사인 영화인의 박주석 실장은 뉴스1에 "결국 퀸의 '음악'이 가진 힘이 흥행에 주효했던 요소 중 하나였다"며 "퀸이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전설의 밴드이긴 했지만 영화관 주관람층이라고 할 수 있는 2030 관객들에게 퀸에 대한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런 우려를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영화에서 나오는 퀸의 음악이라는, 명곡이 가진 힘이 가장 컸다. 영화 관람 후 음악에 매료된 관객들이 퀸에 대해 더 궁금해 하고 음악을 더 찾아듣는가 하면 공연 영상을 찾아보면서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세대를 초월한 '퀸의 시대정신'

퀸의 시대정신은 2030세대 관람객들도 사로잡았다. 보컬 프레디 머큐리는 잔지바르(현 탄자니아) 출신의 이민자이자 성 소수자로서 아웃사이더를 대변하며 늘 새로운 음악에 도전했다. 헤비록부터 글램록, 펑크록, 모던록, 디스코,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주류에 반하는 도전을 끊임없이 해냈다. 1975년 주위의 반대에도 6분 길이의 록과 오페라, 헤비메탈 장르로 이뤄진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작곡, 세상에 내놓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우리가 너희를 흔들 것"이라는 가사의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는 대중을 열광케 했고 "우리는 승리자"라는 가사의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로 위로를 안겼다.

박주석 실장은 "퀸 세대들에게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작용해 흥행했지만 예매율에는 2030세대 관객들이 과반수로 집계된다"며 "퀸의 음악이 세대를 초월해 관객들을 사로잡으면서 퀸 세대에서 2030세대로 관객층이 확대가 됐고, 영화를 본 2030세대들을 통해 입소문이 확장되면서 세대에 상관 없이 전세대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또 "대중, 주류에서 벗어나 도전한 퀸의 정신이 담긴 노래가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2030세대들에게도 공통적으로 통하는 코드가 됐다. 퀸이 활동했던 당시 영국의 불안했던 경제적 상황과 현재 한국의 상황으로부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젊은 관객들의 지지를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 싱어롱 상영이 부른 재관람 열풍

'보헤미안 랩소디'는 'N차 관람' 열풍이 거센 영화 중 하나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후 싱어롱 버전 혹은 MX 및 아이맥스 상영 버전 등 특수관 상영 버전을 찾는 관객들이 다수다. 박 실장은 "싱어롱 상영은 입소문 확산과 재관람 열풍에 주효했던 상영 방식"이라며 "싱어롱 자막 버전은 한국 뿐만 아니라 각 나라에서도 정식 개봉했지만 한국이 타 국가에 비해 월등히 반응이 뜨겁다. MX관, 아이맥스관 등 특수관 상영으로 N차 관람 열풍이 불붙었다. 기술적인 요인도 흥행을 뒷받침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영화 '맘마미아!' 싱어롱 버전도 국내에서 정식 개봉된 것이 아닌, 이벤트성으로 상영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박 실장은 "특히 한국에서는 싱어롱 상영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미국 ABC 방송국에서도 싱어롱 상영에 대한 국내 반응에 대해 취재하기도 했고, 폭스 본사에서도 한국에서 싱어롱 상영이 왜 유독 인기 있는지 관심을 나타냈다"며 "국내 관객들은 콘서트 떼창 문화에 익숙한 관객들로, 싱어롱 상영이 영화를 즐겁게 즐기는 또 다른 상영 방식으로 소개되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 '전기영화' 아닌 '음악영화'로 성공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토마토미터 59%를 기록, 썩은 토마토(Rotten)로 분류되는 등 평론가들에게서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기영화'가 아닌 '음악영화'로 소구력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에 새롭게 접근하거나 개인사와 음악적 고뇌,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에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전기영화로서는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음악영화'로서의 장르에 충실했던 결과가 흥행을 불러왔다. 박 실장은 "영화의 주인공은 퀸과 프레디 머큐리이면서 퀸의 음악"이라며 "음악을 중심으로 관객에게 소개가 됐기 때문에 확산도가 훨씬 좋았다. 마케팅도 전기영화가 아닌 음악영화로 포인트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 스타들의 '퀸 사랑'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 이후 국내 스타들의 '퀸 사랑'도 입소문 확산에 한몫했다. SM 엔터테인먼트 스타들이 SM타운 컬처데이를 맞아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및 임직원들과 단체 관람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레드벨벳, 에프엑스, NCT 등 인기 아이돌 스타들이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한 호평을 남기면서 퀸 세대를 모르는 2030세대를 비롯해 10대들에게도 입소문이 확산될 수 있었다.

박 실장은 "개봉 전 퀸이라는 밴드가 얼마나 대단한 밴드였는지 젊은 관객들에게 알리려는 목표가 있었다"며 "외화는 배우가 내한하지 않으면 국내 홍보가 제한돼 있다. 가수 겸 방송인 이상민씨와 '퀸 가이드 영상'을 제작했고 가수 이하이씨와 커버송을 제작하는 등 셀럽을 활용한 영상을 제작해 홍보를 시작했다. 젊은 관객들에게 퀸에 대해 어필할 수 있는 홍보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aluem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