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풀이②]'범죄도시' 막내형사 하준 "과거 알바했던 극장서 무대인사, 감격"

2017.10.24. 종각역 인근 양꼬치집, 영화 '범죄도시' 배우 하준, 허동원, 홍기준(왼쪽부터)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정유진 기자 = ※ 뒤풀이: 어떤 일이나 모임을 끝낸 뒤에 서로 모여 여흥을 즐김. 또는 그런 일.

작품을 끝낸 배우들은 사석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요? 여러 명이 대화를 주고 받다 보면 혼자서는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내 생각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뉴스1이 조금은 특별한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한 작품에서 동고동락한 몇명의 배우들이 모여 작품에 얽힌 소중한 추억을 되짚어 보는 대화의 시간. 회식이나 뒤풀이 자리에 동석한 게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야기들. 너와 내가 모여 속 깊은(deep) 이야기들을 꺼내보는, '딥풀이' 시간입니다.

온통 까맣고 빨간 중국식 양꼬치 집에 성큼성큼 키 큰 세 남자가 들어왔다.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얼굴들. 그 중 눈매가 날카로운 남자는 "올라오는 길에 사진 찍어달라는 사람을 만났다. 나를 너무 반겨 스태프인 줄 알았다"라며 낯선 기분이 멋쩍은 듯 환하게 웃었다. 옅게 콧수염을 기른 또 다른 남자는 다소 거칠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누가봐도 '사람 좋은' 미소를 띈 채 현장에 모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가장 어려 보이는 남자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 후 형들 옆에서 조용히 인터뷰를 기다렸다. 이들은 영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에서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 옆에 꼭 붙어있던 세 명의 후배 형사, 홍기준, 허동원, 하준이었다.

'범죄도시'는 지난 27일까지 누적관객수 547만 7039명을 기록했다. '추격자'(507만 1619명)를 제치고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한국 영화 흥행 순위 TOP5에 안착한 이 영화의 인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예상못한 흥행은 '괴물 형사' 마동석과 "니 내 누군지 아니?"라는 유행어를 만든 하얼빈 조폭 윤계상 두 주연 배우들에서부터 최귀화, 박지환, 김성규, 진선규, 임형준 등 함께 한 다른 배우들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들 중에 홍기준, 허동원, 하준이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상업 영화에서 비중있는 배역을 맡은 것이 처음이라며 '500만 관객 동원'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수차례 걸친 오디션을 통해 '범죄도시'에 합류한 세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간절한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연기에 뛰어든 햇수만으로도 각각 10년 가까이 되는 이들이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보이는 자리에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쁜데, 그 포문을 여는 작품이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뒀다. 실감이 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수년간 여러 사람의 노력이 모여 탄생한 작은 괴물 '범죄도시', 그 속에서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이들이 양꼬치에 '칭따오' 한 잔씩을 하며 함께 했던 시간, 또 각자 느꼈던 것들을 뉴스1과의 '딥:풀이'에서 풀어놨다.

[딥:풀이①]에 이어→

ⓒ News1 영화 '범죄도시' 제공

Q. 연기를 어떻게 시작해서 ‘범죄도시’를 만났나요.

홍기준 “연기는 연예인 되려고 했어요. (웃음) 막연하게 학교 다닐 때 그런 생각하잖아요. 집에서 많이 말렸어요. 삼형제 중에 제가 제일 못 생겼거든요. 우리나라 배우 중에서도 얼굴 큰 걸로는 TOP5 안에 들 것 같아요. 입시 준비하다가 좋은 기회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범죄도시’는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어요.”

Q. 그동안 무명시절이 길었을 것 같아요.

홍기준 “연기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어요.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단역, 장편 영화 참여, 기업 연극, 아동극, 레슨까지. 아동극이 페이가 세요.”

허동원 “형도 인형탈 썼어?”

홍기준 “응 쥐랑 말. (웃음) 영화 첫 작품은 ‘천하장사 마돈나’였어요. 힘든 적 많았죠. 결혼하고 애기를 낳고 딱 한 번 그만 둬야 할까 싶었어요. 그런데 아내도 배우거든요. ‘감이 한 번 떨어지면 안 된다’면서 한 번 그냥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지출을 더욱 줄였죠. 지금은 아내가 엄청 좋아해요. 저를 이해해준 아내에게 고맙고, 또 아내도 기뻐해서 좋아요.”

2017.10.24. 종각역 인근 양꼬치집, 영화 '범죄도시' 배우 홍기준, 하준, 허동원(왼쪽부터)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허동원 씨는 어떤 길을 거쳐서 ‘범죄도시’에 합류했나요.

허동원 “저는 부산 출신인데, 정말 배우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모를 때예요. 어느날 술자리에 서울에서 배우를 하는 형이 한 분 왔어요. 그 형이 송새벽 형이에요. ‘연극하고 있는 배우입니다’고 소개를 한 것이 기억나요. 제 친한 친구가 송새벽 형을 따라서 서울에 가서 연기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일주일에 세 번은 만나는 친구였는데, 혼자 있기가 싫어서 저도 따라갔어요. (웃음)"

"새벽이 형에게 미안하죠. 원래 한 명만 오는 줄 알았는데 두 명이나 식구가 늘었으니.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제 저의 극단 생활 10년이 시작됐죠. 스태프 일도 많이 하고, 아동극도 하고 그랬죠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즐거웠어요. 제가 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심심한 일상을 살지 않았을까요. 제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집에서 가만히 있다가 결혼하고, 아빠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힘들 때도 있었죠. 누가 나에게 연기를 시킨 것도 아니고 제가 너무 좋아서 일하는 건데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자존심도 상했고, 어리광도 부리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극단생활 하다가 매체 연기를 시작한 것은 부모님 때문이었어요. 부모님이 ‘잠깐이라도 TV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부모님 생각을 너무 안 했구나 싶었어요. 사촌이나 친구들은 다 가정도 꾸릴 때였으니까. 그때부터 열심히 프로필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오디션도 보고 소속사도 들어갔죠. 그 이후로도 오디션에 계속 떨어지다가 겨우 붙은 것이 ‘범죄도시’였어요.”

2017.10.24. 종각역 인근 양꼬치집, 영화 '범죄도시' 배우 허동원, 하준, 홍기준(왼쪽부터)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하준 씨의 인생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하준 “학창시절부터 ‘나는 왜 이럴까’ 물음표가 많았어요. 공부는 ‘열심히’가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밴드 생활도 하고 음악에 관심이 생겨서 실용음악학원도 다니고. 선생님들이 ‘연기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해주셨는데 그말을 듣고 연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이 ‘연기는 아무나 하냐’고 말렸고 부모님도 반대하셨지만 결국에는 제 말을 들어주시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했고, 행복했어요. 내가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작업이랄까요.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했고, 학생에서 배우가 되기까지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죠. 그때 밤에 혼자 많이 걸어 다녔어요. (웃음)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은 매순간 내가 겪는 것이 모두 연기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 그게 너무 매력적이에요. 매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되는 거고 살아있는 것 같고요. 꾸준히 해서 좋은 작품을 만났고, 그리고 오늘은 여기 이렇게 앉아있네요.”

2017.10.24. 종각역 인근 양꼬치집, 영화 '범죄도시' 배우 홍기준, 하준, 허동원(왼쪽부터)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Q.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무대인사를 마친 후였던 것 같아요.

하준 “기본적으로 작품 없으면 아르바이트를 해요. 그때 영화관에서 오픈조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영화 ‘신세계’가 잘 되던 때였죠. 영화 끝날 때 마지막 장면 보고 문 열어드리는 일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신세계’ 마지막 장면을 100번 넘게 봤어요. 이정재 선배님의 엔딩 장면은 지금도 또렷한데, 그때 막연하게 ‘나도 언젠가 무대인사를 하러 이곳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 이번에 무대인사를 위해 그곳에 갔죠.”

“그때 관객들에게 ‘제가 4년 전에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영화 ’신세계‘ 개봉했었는데, 그 장면을 100번 이상 보면서 이 자리에 서고 싶었었는데, 오늘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오늘 여러분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왔다. 이런 저도 하니까 여러분도 늘 용기를 가지고 그동안 원했던 간절한 바람을 이루시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영화가 그래요. 저도 그렇지만 모든 배우들이 간절했어요. 그걸 관객들이 정확하게 알아봐주신 것 같아요. ‘많이 응원해주고 싶은 영화’라고 하셨어요. 뭐랄까 동네 어귀의 외인구단 느낌? 소통이 잘 된 영화 같아요. ‘짤방’이라고 하잖아요. 관객들이 만들어준 ‘짤방’을 보는 재미가 많아요. 배우들도 많이 봐요. 우리 영화가 일종의 ‘붐’을 만들었는데, 그 구성원 중의 한 명이 나라는 것이 너무 좋아요.”

[딥:풀이③]'범죄도시' 형사 3인방 "실제 형사들, '우리 식구 아니냐'고 놀랐죠"으로 이어집니다.

i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