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안보려 했다"…전도연vs이창동, 10년 만에 밝힌 '밀양' 비화 [21회BIFAN]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배우 전도연과 이창동 감독이 10년 만에 영화 '밀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전도연은 1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열린 영화 '밀양'(이창동 감독)의 GV에서 "10년 만에 '밀양'을 본다"며 "깜짝 놀랐다. 재밌어서. 그때 영화 찍고 시사회 하고 봤을 때 재밌는지 몰랐다. 너무 힘들어서. 재밌다는 생각을 못했다. 감독님 영화 중 흥행이 잘 된 게 '밀양'이었는데, 그게 칸에서 상을 받았기 때문에 궁금해 하셔서 잘 된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재밌다"고 소감을 밝혔다.
'밀양'은 남편을 잃고 밀양에 내려온 여자가 애지중지하던 아들을 이웃으로부터 유괴당한 후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용서라는 주제를 다룬 이 영화는 전도연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날 전도연은 10년 전 '밀양'을 찍을 당시 이창동 감독을 "너무 미워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연기에 대해 답을 주거나 평가를 하지 않는 이창동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과 험난했던 촬영 과정 때문이었다. 특히 그를 분노하게 한 결정적인 계기는 힘들게 촬영까지 한 후 바꾼 '엔딩 장면'이었다. 이창동 감독은 당시 마지막 장면을 다시 찍게 된 것이 마치 자신의 예술혼 때문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실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음을 10년 만에 이 자리에서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이 밝힌 '밀양'의 첫 번째 버전 엔딩은 극 중 신애가 저수지에 들어가 자살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전도연은 "(첫 번째 버전 엔딩을 찍은 후) 할만큼 다 했다는 생각이 있었다.그랬는데 그리고 쉬어서 너무 고생해서 '쉬어라' 하는 건 줄 알았다"라며 "(감독님이) 저랑 있으면 감정이 안 좋으니까, 송강호 선배님이 극중의 종찬이 같았다. 현장에서도. 다시 보면서 또 한 번 감사를 하는데, 감독님이 송강호 씨에게 먼저 얘기하고 전도연에게 어떻게 얘기를 하느냐를 고민했을 것 같다. 밥 먹는 자리에서 내가 불 같이 화를 냈다. 그럴거면 왜 그렇게 찍었느냐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두 번 다시 이창동 감독님을 안 보겠다고 생각했다. 볼 이유도 없고, 되게 어려웠다. (극 중)한 호흡으로 손을 자해하고 걸어나가서 '살려주세요' 하는 장면까지 밤새도록 찍었다. 그때 요구한 감정이 어려웠는데 시사회 때 영화를 봤는데 좋더라"며 "감독님이 (첫번째 엔딩 버전에서) 네가 머리만 담궜어도 그걸 쓸 수 있는데 네가 머리를 안 담궈서 못 쓴다고 해서 너무 화가 났다. 그건 죽으라는 얘기 아닌가. 물에 빠진 저수지 신이 DVD 메이킹에는 있다. 나는 그걸 못 보겠더라. 그게 내 버전이다"라고 바뀐 엔딩신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이창동 감독은 "전도연에게 10년 만에 말한다. 나를 안 미워했으면 좋겠지만 나는 갈길을 갔다. 어차피 신애는 미움에 가득 차 있다. 하느님에 대한 미움이다. 개인을 향한 미움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런 미움의 감정을 나에게 갖고 있는 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나도 당시 그런식으로 위안을 했다. 그만큼 나도 힘들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또 그는 "(첫 엔딩 장면을 찍은 후) 15일간 새 대안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알 수 없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고, 절망 상태에서 열흘 넘게 시간을 보냈다. 재소집 날짜는 다가오고. 이틀 전에 아이디어가 생겼다"며 "자기 발로 걸어와 '살려주세요'를 하는 것은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콜럼버스의 달걀과 비슷한 거다. 신애의 캐릭터와 훨씬 맞고, 인간이 아무리 신과 대결해서 싸울지라도 사실 인간이 그렇게 나약하다는 걸 보여주는 거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도연은 엄마가 된 지금의 자신이 '밀양'을 한다면 10년 전보다 잘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10년 전의 신애가 맞다. 지금 제가 하면 지금도 만약에 '밀양'이라는 작품이 들어오면 선택하겠지만, 훨씬 감정적으로 빠질 것 같다. 그게 전도연인지 신애인지 모를 것 같다. 오히려 그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감정이었지만, 그래서 힘들었지만 대견하게 잘했다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고 말하며 배우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전도연의 데뷔 20주년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를 열고 그의 연기 인생을 망라하는 17편의 영화 전작을 상영한다. 상영작은 '접속'부터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밀양'을 비롯해 '피도 눈물도 없이' '인어공주' '멋진 하루' '하녀' '무뢰한' 등에 이른다. 한국영화제로서는 처음으로 한 배우의 전작을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은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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