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人①]순정남→조폭, 류준열이라 가능한 무한 스펙트럼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에서 류준열은 선배 배우들 사이 홀로 조폭 역할로 등장한다. 각각 정치검사 역할을 맡은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와 배역 자체가 다르기에 선배들 사이에서도 류준열은 단연 돋보인다. 류준열이 연기한 최두일은 뒤에서 박태수(조인성 분)를 돕는 들개파 2인자. 박태수와는 전라도 목포 출신의 동갑내기 친구로, 박태수에게 "넌 늘 밝은 데 있어라. 추잡한 건 내가 다 하겠다"며 음지에서 (나름 순수하게) 의리를 지키는 인물. 박태수는 그런 최두일을 믿고 자신의 권력을 키워갔고, 최두일 역시 목포에서 서울로 점차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가게 된다.

무엇보다 류준열이 '더 킹'에서 조폭 역할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 새삼 이목을 집중시킨다. '더 킹'은 류준열에게 첫 상업 주연작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 앞서 영화 '로봇 소리'나 '계춘할망' 등 상업영화에도 출연하긴 했지만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작품 홍보도 전면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뿐만 아니라 '더 킹'은 류준열이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대세 반열에 오른 직후 지난해 1월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었던 만큼, 필모그래피에서도 이전과는 분명 다른 의미가 부여된 영화이기도 했다. 자신을 향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던 상황에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 것.

영화 '더 킹'이 상영 중이다. ⓒ News1star / 영화 '더 킹' 스틸

역할이 조폭인 만큼,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줬던 순정남이나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의 사랑꾼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지만 전혀 이질감이 없다. 그간 독립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역할과 트렌디한 역할 등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이미 입증해온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재림 감독과 최두일 역할을 위해 치밀하게 분석했던 노력도 호평에 한 몫했다. 최두일이 단순히 검사의 뒤를 봐주는 조폭이 아니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검사가 조폭 같고, 조폭이 검사 같은 데칼코마니 콘셉트를 캐릭터에 녹여냈다. 그래서 최두일은 전형적인 조폭 캐릭터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출연 결정 시기가 '응답하라 1988'의 대성공 이후였기에 큰 팬덤을 형성했던 때에 어떻게 보면 대세 스타의 인기와는 무관해 보이는 조폭 캐릭터를 선택했다는 사실도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류준열은 최근 인터뷰에서 "캐릭터 보고 작품 들어가는 편은 아니다. 작품 그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맡게 된 캐릭터가 최두일이었다"며 "팬들은 어떤 캐릭터를 원하는지 모르겠다. 내게 바라는 캐릭터가 너무 많으니까 그저 작품 많이 하길 바라는구나 싶더라.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작품을 많이 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캐릭터 분석도 중요했지만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최두일을 만들어간 점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재림 감독과 조인성은 인터뷰에서도 류준열 만의 담백한 연기를 큰 자산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특히 한재림 감독은 '응답하라 1988'을 보고 류준열을 캐스팅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는 이에 대해 "실제로 만난 류준열은 무던한 느낌이었다. 눈빛에 야망이 없더라. 이 사람이 조폭 연기를 하면 조폭 같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고유의 캐릭터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담백함이 류준열 만의 강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류준열 역시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연기를 연기처럼 하지 않으려 했다"며 "실제로 살면서 감정을 직접적으로 대놓고 표현하는 순간이 많이 없다. 느끼는대로 자연스럽게, 편하게 표현하는 게 더 인간적이지 않나 싶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내 모습을 무조건 지우기 보다 내 안에서 캐릭터와 닮은 면을 빨리 찾아서 담으려고 하는 것 같다. 이 과정들이 앞으로도 배우로서 연기하면서 매번 풀어야 할 숙제일 것 같다"고 전했다. '더 킹'이라는 상업영화에서 성공적으로 역할을 해낸 만큼, 류준열이 어떤 흥행 성적으로 이번 행보를 마무리할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aluem_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