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人②]조인성·정우성 사이, 그 女검사에 대한 모든 것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 중반부를 지나면, 유독 눈길을 끄는 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검사 박태수(조인성 분)와 부장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을 흔드는 여자 검사 안희연(김소진 분). 경상도 사투리를 또박또박한 말투로 쓰며 기죽지 않는 당찬 면모와 꼿꼿한 애티튜드로 두 남자를 대하는 안희연 검사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호감을 가졌던 인물이기도 하다. 한재림 감독 역시 해당 캐릭터에 많은 애정을 갖고 조형했고, 캐스팅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고 하기도 했다.
관객들이 안희연 캐릭터에 대해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가 누구인지, 롤모델이 있었는지, 캐스팅은 어떻게 됐는지, 왜 박태수와 한강식을 무너뜨리려 하는 이가 여성 검사로 설정됐는지 등이다. 한재림 감독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안희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 캐릭터를 등장시킬 때 너무나 후련했다"는 말을 전했다. "여자 검사가 폼 잡는 남자들을 무너뜨리려 하는데 또박또박 걸어와서 '여기 좋네요'라고 말할 때 쾌감을 느꼈다"고 여성 검사 등장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캐스팅 비화도 들려줬다. 기존 여성 검사의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난 새로운 캐릭터를 제시해줬으면 했고, 이를 위해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후 한재림 감독은 스태프들로부터 김소진의 연기 동영상을 받게 됐는데 당시에 대해 그는 "너무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굉장히 재능 있고 창의적인 배우였다. 자기 만의 독특한 호흡을 해내는 걸 보면서 대단히 재능 있는 배우구나 싶더라. 연극을 오래 한 배우인데 정말 연기 밖에 모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소진이 연기한 안희연 역할은 특별히 롤모델이 있었다. 실제 모델은 지난 2007년 '도가니 사건'(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공판검사를 맡으며 '도가니 검사'로 유명해진 임은정 검사다. 임은정 검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글로도 주목받은 바 있다. 한재림 감독은 임은정 검사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안희연 캐릭터를 구상했다. '더 킹'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실제 연상시키는 몇몇 인물들이 있지만, 안희연 검사가 유일하게 현실 속 인물을 참고한 캐릭터다.
이에 실제 인물인 임은정 검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킹'을 본 소감을 직접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세파에 찌들지 않은 여성 검사가 나오는데 말투도 좀 비슷해 제가 생각나더라며 꼭 보라는 지인의 추천에 영화를 봤다"면서 "제 말투가 저런가 싶어 씁쓸해 하다가 안희연 검사가 최초의 여자 감찰부장이 됐다는 주인공의 멘트에 위로를 받았다"면서 자신도 감찰을 지망해보려 한다는 말을 전했다. 또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하여 균형을 맞추는 징계를 하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임은정 검사는 감찰부장이 된 안희연 검사에 대해 "영화로나마 대리만족해 흐뭇하다"면서 "감찰이 제 기능을 제대로만 한다면 검찰이 그리 썩어들어갈 수는 없을 테니 영화 속의 검찰이 그 후 자정 능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희망적 미래를 슬쩍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해 기쁘게 영화관을 나섰다"고 적은 뒤 "길게 썼지만 한줄 요약하면 블랙리스트 정우성 찡! 안희연 검사님 짱"이라고 마무리지었다. 캐릭터와 영화에 대한 임은정 검사의 특별한 애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 킹'은 여성 캐릭터와 김소진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이 이뤄진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김소진은 중앙대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과정을 거친 실력파 배우다. 최근에는 MBC 드라마 '결혼계약'에서 강혜수(유이 분)의 친구 역으로도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연극 무대서 주로 활동을 해왔지만 진가를 더 알 수 있는 작품은 영화 '밀청', '씨, 베토벤', '더 테러 라이브' 등이 있다. '더 킹'으로 진가를 입증한 그가 향후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더 기대된다.
aluem_cha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