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책] '글로리데이', 아픈 청춘의 자화상
- 김나희 기자
(서울=뉴스1스타) 김나희 기자 = 스무 살, 무엇을 해도 뜨겁고 찬란할 것만 같은 인생의 봄날이다. 하지만 막상 이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청춘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어느 날 갑자기 비정한 세상으로 내몰린 네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는 이러한 의문점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극에는 네 명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정의로운 반항아 용비(지수 분)와 성실하고 어른스러운 상우(김준면 분), 똘끼 충만한 분위기 메이커 지공(류준열 분), 소심하고 여린 야구 선수 두만(김희찬 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해병대 입대를 앞둔 상우와 추억을 만들기 위해 고물차를 이끌고 포항으로 향한다.
하지만 여행의 행복은 짧았다. 네 사람은 한 여성이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고 이를 말리기 위해 사건에 끼어든다. 그러나 싸움은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아이들은 어느새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설상가상으로 경찰에 쫓기던 중 상우는 뺑소니 사고를 당해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세상은 가혹하리만큼 비정했고 아이들은 위기에 몰릴수록 나약해졌다. 아마 이제 막 성년이 된 이들도 바로 어제까진 누군가의 보호를 받던 아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을 위한 정의감에 움직였던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짓말에, 책임 회피에, 공권력에 무너지며 청춘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고구마를 몇 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최정열 감독은 찬란한 낮과 잔인한 밤의 교차, 과거와 현재의 시간 재배치 등을 활용해 극의 지루함을 줄였다. '글로리(Glory)'라는 제목의 역설적 표현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전개를 만들어낸 그는 순수하고 서툴렀던 우리의 스무 살을 떠올리게 하며 저릿한 공감의 파장을 만들어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놀랍다. 네 명의 신예들은 단순한 듯 복잡한 성장의 과정을 각기 다른 잠재력과 개성으로 뭉클하게 그려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누구보다 아파하는 용비의 심리를 깊은 눈빛과 묵직한 연기로 표현한 지수와 전반적으로 우울한 색채의 영화에 깨알 같은 활기를 불어넣어 준 류준열의 존재감이 눈길을 끈다.
가장 나약하면서도 현실적인 인물인 두만을 특유의 불안한 눈빛으로 살려낸 김희찬과 '글로리데이'를 통해 스크린에 출사표를 던진 김준면도 자신의 몫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마치 각자의 옷을 입은 듯 딱 맞는 역할을 맡은 네 사람을 보고 있자면 최정열 감독의 캐스팅은 가히 신의 한수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청춘은 잠깐 지나가는 봄처럼 짧아 더 지키고 싶은 것이다. 비정한 세상과 못난 어른들을 만나 무너져버린 '글로리데이' 속 네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이러니하게도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동시에 분명히 찬란했음에도 그 눈부심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던 우리의 스무 살을 다시금 돌이켜 보게 한다. 오는 24일 개봉.
nahee126@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