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의 남자들①]강하늘, 인간 윤동주의 완성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윤동주는 과정은 보잘 것 없으나 결과가 좋은 사람이다. 48년 뒤에도 그의 시가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있지 않은가.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영화에서 보듯 과정은 훌륭하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 '동주'의 목표가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가 지금의 결과로 기억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데 있다고 했다. 이렇듯 영화는 두 사람이 압제의 시대 속에서도 어떻게 이상을 실현하고 신념을 지켜내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했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을 이루는 각 장면 속에는 청춘들의 내적 고민들이 함께 묻어나며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동주'가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시인 윤동주가 아닌 인간 윤동주로서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윤동주 역의 강하늘 역시 스스로도 연기를 하며 윤동주의 인간적인 면모를 새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윤동주도 나와 같이 질투심, 열등감, 패배감 등 여러 감정을 느끼는 젊은이였더라. '동주' 대본이 그런 면에서 내게 큰 충격이었다"며 그간 윤동주 시인에 대해 갖고 있었던 시각이 변화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영화 '동주'가 오는 2월18일 개봉된다. ⓒ News1star / 영화 '동주' 스틸

영화는 윤동주의 행적을 따라가지만 윤동주가 송몽규(박정민 분)와 함께 있을 때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인간 윤동주의 윤곽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송몽규가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것을 지켜보며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고, 송몽규가 일본 유학 당시 교토 제국대학교에 합격해 자신은 차선책을 선택해야 할 때 좌절감을 느끼는 모습은 다소 생경한 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억압받던 일제강점기, 현실보다 거창한 이념과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송몽규에 비해 시를 절필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자신을 한없이 비겁하고 초라하게 여기는 윤동주의 모습은 극적으로 대비된다. "총은 내가 들테니 너는 계속 시를 쓰라"라고 하는 송몽규의 말에 외려 자신이 시 뒤에 숨는 유약한 인물이 돼버리는 것 같아 내적으로 고뇌하는 윤동주의 모습은 인간적이다.

영화에서 내러티브 위에 입혀지는 윤동주의 시 역시 윤동주의 내적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일치시킨다. 윤동주의 시가 왜 자아성찰의 성향이 강했는지 왜 끊임 없이 이상과 현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다시 결의를 다짐하는 순간을 반복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대목이기도 했다. 이는 영화가 송몽규와의 관계적인 맥락의 연장선에서 인간 윤동주를 이해하려하고 하는 시도이기도 했던 셈이다.

영화 '동주'가 오는 2월18일 개봉된다. ⓒ News1star / 영화 '동주' 스틸

그런 윤동주의 삶은 강하늘의 연기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준익 감독이 이야기했던 "강하늘은 동주 그 자체"라고 극찬했던 이유를 영화를 보면 쉬이 알 수 있다. 송몽규를 바라보는 윤동주의 미세한 감정 변화와 그런 윤동주의 내면을 파고드는 연기는 강하늘을 대체할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과잉의 에너지가 아닌 정적인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중량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고,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는 인간 윤동주를 보여주기 위한 이 영화의 존재 목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있던 덕분이었다. 최초의 윤동주 영화라는 부담감과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윤동주 역할을 맡았다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진지하게 인물에 접근하려는 자세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외국어 연기에 의욕이 앞선 배우들에게 흔히 발견되는 감정 결여도 그에게 만큼은 결코 해당되지 않은 사항이었다.

극 중반부 시인 정지용(문성근 분)이 등장한다. 정지용은 윤동주의 당시 고민을 듣고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의 청년 윤동주가 완전한 삶을 위해 자신과 마주하고 내면을 성찰해야 한다고 믿은 만큼 배우의 역할 접근 방식도 실제 인물의 마음가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했을 것이다. '동주' 속 인간 윤동주는 그렇게 완성됐다.

aluem_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