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IN]우리는 왜 그토록 '인터스텔라'에 열광했나
개봉 전부터 시작된 대작 마케팅
작품 내적 요인보다 상대성이론에 대한 관심 증가
상대성이론이 부추긴 지적 욕구로 1000만 관객 돌파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영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가 마침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인터스텔라'는 지난 25일 누적관객수 1000만을 넘어섰다. 이는 개봉한 지 50일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로써 '인터스텔라'는 누적관객수 1761만1849명을 기록한 영화 '명량'에 이어 2014년의 네 번째 1000만 영화이자 역대 13번 째 1000만 관객 동원 영화가 됐고, 누적관객수 1362만4328명을 기록한 영화 '아바타'와 1029만6101명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이어 국내 개봉한 외화 중 역대 흥행 3위로 올라섰다.
'인터스텔라'의 감상평을 면밀히 살펴보면 호불호가 상당히 갈린다. 놀란 감독의 경이로운 연출력과 기획 능력, 상대성이론을 영화에 녹여낸 발상 등을 높이 사는 호평 글이 즐비한 반면 '인터스텔라'의 흥행 이유에 의문점을 제기하는 평도 존재한다. '인터스텔라'는 영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기존의 단순한 감상 과정과 달리, 흐름을 쫓아가기가 다소 어렵고 이성보다 감성에 의존해(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상대성이론의 원리를 파악하지 못한 관객의 경우) 영화가 보여주는 우주의 풍광을 감상하는 데 만족해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면 왜 '인터스텔라'는 다소 거추장스러운 감상 과정을 거쳐야 하는 영화임에도 불구, 1000만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인터스텔라'는 철저히 대작 마케팅에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작품이다. 놀란 감독이 전작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으로 국내 시네필들에게 큰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던 만큼, '인터스텔라'를 필견 영화라고 추대하는 마케팅이 일찍이 관객들에게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고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었다. 이는 11월 개봉작 라인업이 관객들에게 별다른 흥미를 주지 못한 상태에서 극장가의 흥행 흐름이 '인터스텔라'로 유입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인터스텔라'는 미국에서 개봉 1주차에 '빅 히어로'에 밀렸고 2주차에도 '덤 앤 더머2'에 밀렸지만, 국내 영화들은 '인터스텔라'의 아성에 존재감을 상실하고 말았다.
'인터스텔라'의 또 다른 홍보 키워드는 '상대성이론'이기도 했다.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상대성이론. 상대성이론을 현재 물리학에 기반해 가장 현실성 있게 만들어 낸 영화라는 예찬론이 언론시사회 이후부터 줄곧 관객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다수의 언론들은 해당 영화가 과학적 지식과 우주에 대한 해답을 안겨주는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교육적인 영화인 마냥 '에듀테인먼트'라는 홍보 문구로 관람 열기를 부추겼고, 관람층이 대폭 확대되는 데 기여했다. 놀란 감독이 '인터스텔라'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 단지 '우주'만이 아니었지만 한국 관객들은 상대성이론에 매몰되고 말았다.
이는 곧 관객들의 지적 욕구를 건드리기에 이르렀다. 물리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상대성이론과 '인터스텔라'의 스토리텔링을 쉽게 풀어 쓴 포스팅들이 공유되기 시작했고, '인터스텔라'를 둘러싼 또 하나의 공론의 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게시글은 이미 '인터스텔라'를 본 관객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했지만, '인터스텔라'의 예비 관객들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영화가 1000만이라는 경이적인 관객수를 기록하기까지는 일정 신드롬이 필요한 만큼, '인터스텔라'는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또 하나의 문화 담론을 형성한 셈이었다.
지적 욕구는 대중의 지적 허영심에서 비롯됐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이 이전보다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대중이 직접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을 추구했다면, 오늘날은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문화를 향유하려는 추세가 강하다. 영화, 음악회, 전시회 등 지적 자본의 형태를 갖는 문화를 즐기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얘기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소비 방식을 통해 문화 향유 방식의 차이를 드러내려 하는 움직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화 향유 방식은 문화적, 계급적 요소까지도 다 포함한다고 보기 때문에 타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문화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움직임이 '인터스텔라'의 흥행으로 이어진 셈이다.
결국 '인터스텔라'의 흥행은 대중의 지적 허영심을 부추긴 대작 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내 대중의 문화 소비 방식과 이러한 대작 마케팅이 서로 들어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스텔라'는 판타스틱하니까"라는 말로 작품 자체의 힘을 국내 흥행 요인으로 분석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발언도 일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스텔라'를 바라보는 해외 관객들의 시선과 국내 관객들의 시선이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인터스텔라' 관람 열풍은 하나의 문화 담론을 형성하는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같이 분석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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