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강호, '변호인'을 변호하다

"모티브 故 노무현, 1988년 청문회 이미지 강렬해"

영화 '변호인'의 주연 배우 송강호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1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송우석이란 인물은 변호사 이전에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가장 갈구했던 거죠.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변호하는 느낌을 주려 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만난 영화 '변호인'의 송강호(46)는 언론시사회를 시작으로 제주부터 서울까지 이르는 '국토대장정 시사회' 탓에 조금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그의 사람 좋은 웃음은 여전했다.

감독으로부터 "위대한 예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열연으로 자신이 맡은 송우석이란 인물을 변호한 송강호는 인터뷰에서 송우석을 비롯해 작품 '변호인'을 변호했다.

송강호는 1981년 제5공화국 시절 부산에서 일어난 용공(容共) 조작사건인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변호인'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1946~2009)에서 따온 인물인 송우석으로 분했다. 스스로 "환상을 주는 배우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 영화 속 송강호는 거듭된 연습을 통해 치밀하게 짜인 연기로 관객들에게 환상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변호인'은 1981년 부산의 속물 변호사 송우석이 용공 조작사건에 몰린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 분)의 재판 변호를 맡아 다섯 번의 공판을 거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송우석이 점점 상식이 아닌 것에 대한 부당함을 참지 못하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갈구하는 모습을 극적인 법정 장면으로 맛볼 수 있다.

송강호를 비롯해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 등의 명연기는 소소한 유머와 묵직한 울림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송강호는 극 중 송우석이 보여준 "참으로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못했던 시대에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모습"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80년대 송강호는 그 시기 중등·고등·대학교, 군대와 연극을 경험했다면서 "1980년대는 내게도 격동의 세월이었다"고 떠올렸다.

송강호는 "'변호인'이 정치적, 이념적 잣대로 접근한 작품이 아니듯 나는 그렇게 정치적 인물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그런 그도 송우석의 출발점이 된 노 전 대통령의 1988년 당시 제5공화국 비리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활약상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국민이라면 노 전 대통령을 모르는 분은 없을 거에요. 1980년대 후반인가 청문회를 생중계했잖아요. 그때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죠. 개인적으로 청와대에서 두 번 뵌 적도 있습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양 감독님이 워낙 준비를 철저히 해서 자서전과 같은 자료를 찾아보면서 연기하진 않았어요."

올해에만 벌써 대종상영화제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을 받은 송강호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변호사로서 변론 장면을 촬영해야 했기에 처음으로 연기 연습까지 자처했다. 2차 공판 장면에서 나오는 3분 가량의 롱테이크는 그런 송강호의 노력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다.

"변호사라는 특징과 노 전 대통령의 언어적 감각을 생각하며 말맛을 살렸어요. 대사를 외우는 건 기본적인 거고 다섯 번의 공판이 입체적으로 다 다른 느낌을 줘야 해서 촬영 5일 전부터 혼자 연습을 많이 했죠. 공판 장면은 철저하게 감정 리듬을 계산해 촬영했어요. 영화를 보니 마음 속에서 그린 그림과 리듬이 만들어진 것 같아 좋은데요? 이제부터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구나 싶네요. 하하하."

이어 송강호는 '관상' 촬영 당시 한재림 감독에게 "하다하다 이렇게 대사가 많은 영화는 처음한다고 했는데 그것보다 2, 3배 많은 영화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송강호는 올해에만 새로운 빙하기 인류 마지막 생존 지역인 열차의 보안설계사('설국열차'), 조선시대 관상가('관상'), 1980년대 변호사('변호인') 등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며 다채로운 인물을 선보였다.

"올해 세 편이 연달아 나오긴 했지만 시공간과 인물이 상이해서 관객 입장에서는 자주 보지만 좀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요. 공교롭게 시대극에 많이 나오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역사물을 좋아합니다. 사극을 무척 좋아해요."

송강호는 올해 각각의 영화에서 상이한 인물을 연기했지만 흥행 성적은 모두 굉장했다. '설국열차' 934만명, '관상'912만명, 총 1846만여 관객이 송강호의 연기를 즐겼다. '변호인' 흥행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변호인'은 개봉 전부터 노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유로 인터넷상에서 설전에 휩싸이기도 했다. 출연진은 보이지 않는 편견을 줄이고 대중영화로 인식시키려는 차원에서 제주부터 서울까지 직접 찾아가 '국토대장정 시사회'를 하고 있다.

"지역별 반응은 거의 비슷하지만 오후에 진행된 대구에서 제일 뜨거웠습니다. 부산에서는 시사회가 아침에 열리긴 했지만 객석에 우는 어르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무척 좋았어요. 관객 분들이 갖고 있던 영화를 향한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지고 따뜻한 대중영화 한 편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서 반가웠죠. 내일(7일)도 광주에 갑니다."

세 편의 영화 개봉에 이어 전국 시사회까지 달리는 열정 넘치는 송강호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가 하반기에 작품을 들어가더라도 관객들은 내년 극장에서 송강호의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 관객들은 '변호인'으로라도 미리 올 아쉬움을 달래야 하지 않을까.

송강호의 올해 마지막 개봉작 '변호인'은 오는 18일 만나볼 수 있다.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