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3분 잘린 '뫼비우스', 종착역 전 고장난 기차"

제한상영가 논란 낳은 '뫼비우스' 최초 공개

30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영화 '뫼비우스'(감독 김기덕) 언론시사회에서 김기덕 감독과 배우들이 나란히 서 있다. 욕망을 거세당한 가족의 치명적 몸부림을 담은 영화 '뫼비우스'는 9월 5일 개봉될 예정이다. 왼쪽부터 김기덕 감독, 김재홍, 조재현, 이은우, 서영주 2013.8.30/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제한상영가 논란을 낳은 김기덕 감독의 문제적 신작 '뫼비우스'의 실체가 공개됐다.

30일 오후 4시30분 서울 CGV왕십리에서는 김 감독, 배우 조재현, 이은우, 서영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뫼비우스' 언론 시사회 및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뫼비우스'는 외도를 한 아버지와 아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줌으로써 복수를 한 어머니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파멸로 향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가족, 욕망, 성기에 관한 김 감독의 물음으로부터 출발한 이 영화에는 욕망을 거세당한 가족의 치명적 몸부림이 그려져 있다.

김 감독은 "'내가 아버지고 어머니가 나고 어머니가 아버지다. 애초 인간은 욕망으로 태어난다'라는 작의(作意)가 있다"라며 "이 시대를 살면서 내 안의 에너지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스스로가 만든 이미지, 스토리다. 이건 개인적 고민일 수도 있다"고 제목을 '뫼비우스'로 지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세 번의 심의를 받은 끝에 지난 5일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아 겨우 국내에서 개봉할 수 있게 됐다. 총 3분가량의 영상을 편집한 끝에 나오게 된 결과였다. 앞서 영등위는 '뫼비우스'의 원본과 1분40초 분량이 잘린 편집본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렸다. 제한상영가를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지만 국내에는 해당 영화관이 없어 이 경우 사실상 개봉이 불가능하다.

김 감독은 "3분 정도 여기저기 흉터가 있는 영화다. 어디 생채기가 났는지는 보면서 눈치챘을 것"이라며 "아직 영화가 온전히 보일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편집된 3분 안에 주제가 다 들어있지는 않다"면서도 "몸으로 치면 심장에 해당한다. 영화가 달려가는 기차라면 종착역에 도달하기 직전 기차가 고장난 느낌을 지금 버전이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 영화는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판정 순간부터 이미 상영을 시작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과정에서 우리한테 질문들이 시작됐고 그 과정도 '뫼비우스' 안에 포함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바라봤다. '뫼비우스'는 베니스영화제를 제외하고 향후 영화제나 해외 극장에서도 3분가량이 삭제된 한국어판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원본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영화가 상영되면) 복사돼서 불법 유통되는 구조 때문"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영화를) 자른 자들과 원본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논쟁을 벌이는 지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BC 주말드라마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촬영으로 행사에 늦은 조재현은 "시나리오를 받기 전 김 감독과 얘기하면서 무엇을 얘기하려 이런 영화를 시작했는지 느꼈다"며 "얘기를 들은 게 있어 충격적으로 와닿거나 하지 않았다. 이것이 만들어졌을 때 감독의 의도가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감독에게 있었을 것이고 나한테도 있었다"고 말했다.

데뷔작 '악어' 때부터 김 감독과 알고 지낸 조재현은 "최근 1년간 봤던 김 감독이 제일 좋았다"며 "세상을 보는 눈도 훨씬 좋아지고 유해졌다. 착해져서 좋은 것 같다"고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15살의 어린 나이로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 아들 역의 서영주는 "처음에 시나리오 봤을 때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모님과 같이 감독님을 뵙고 얘기하고 난 뒤 믿음이 생겨서 같이 하게 됐다"며 "아들 역을 100% 이해하진 못했다. 감독님이 항상 먼저 말해줘서 그렇게 어려웠던 건 없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신기하게도 서영주가 오히려 이은우를 이끌면서 연기하는 걸 보고 한 번 인생을 살아보고 또 태어난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연기를 잘해) 고마웠다"고 칭찬했다. 호연을 펼쳤음에도 미성년자인 서영주는 아직 '뫼비우스'의 완성본을 보지 못한 상태다.

서영주는 첫 주연작 '범죄소년'으로 도쿄영화제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범죄소년'은 최근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외국어영화 부문에서 한국 대표로 출품을 확정했다. 서영주는 "굉장히 기쁘고 아직도 얼떨떨하다"라며 "설레기도 하지만 이렇게 큰 영화제에 간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극 중 엄마이자 아내, 조재현(아버지 역)의 애인인 또 다른 여자로 1인 2역을 맡은 이은우는 "1연 2역보다는 짧은 촬영 스케줄 때문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라며 "초반에는 '또 다른 여자' 역을 찍고 나머지 영화 촬영 중반부에 어머니 역을 몰아서 찍어 큰 부담은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애초 엄마와 애인 역을 따로 하려고 했었다면서 "이은우가 중간 중간 보여주는 강렬함을 보며 애인 역만 하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다"며 "분장팀과 의논해서 어머니 역으로 화장을 다시 해보고 다르게 연기해보자고 했다. 화장을 받고 나왔는데 완전히 달라 깜짝 놀랐다"고 1인 2역이 된 배경을 공개했다.

현재 '뫼비우스'는 지난 5월 제66회 칸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미완성 편집본 상영으로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그리스, 터키 등에 선판매됐다. 또한 김 감독의 영화 통산 5번째로 제70회 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도 초청이 확정됐다.

김 감독은 지난해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초청된 것에 대해 "이번에 '뫼비우스' 말고 한국 영화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라며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의미있는 영화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는 영화 시장 때문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뫼비우스'는 9월5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상영 시간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