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 일진소녀 채서은 "'상 빌런' 되겠다 다짐…더 욕 먹어도 돼" [N인터뷰]②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흥행 질주 중인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좀비'와 쫓고 쫓기는 사투 속에서 각자의 본능과 신념대로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극적으로 그려진다. 드라마 '철인왕후' '하이쿠키'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채서은은 극 중 '일진 소녀' 역할을 맡았다. 친구를 괴롭히는 모습부터 좀비를 앞에 두고 계속되는 '민폐' 언행으로 '좀비보다 더한 빌런'이라는 분노에 찬 후기를 얻고 있다.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만난 채서은은 관객들의 '원성'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이 화를 내주셔도 된다"라며 웃었다. 그는 인터뷰를 앞두고 다시 찾아봤다면서 작은 연기 노트를 꺼냈다. 간절했던 오디션 순간, 합격의 기쁨과 불안이 교차해 주변에도 선뜻 소식을 알리지 못했던 날, 준비해 온 모든 걸 쏟아내며 연기한 뒤 '너무 행복하다'고 적어 내려간 나날들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치열한 과정을 거치며 채서은은 한 뼘 더 성장했다. 새로운 경험과 배움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다는 그는 "늘 새로운 배우이고 싶다"라고 했다.<【N인터뷰】 ①에 이어>-악역 표현이 어렵지 않았나. 애정을 가질 수 없는 인물이어서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오히려 확실한 악역이어서 덜 어렵게 느껴졌다. 연기 노트에 '일진소녀 아주 화나는 '상 빌런'이 되어주겠어'라고 적어놨더라. 악역은 애매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더 짜증이 날까, 어떻게 하면 더 확실하게 보일까. 그런 고민이 컸다. 내가 연기한 인물에 애정을 갖는다기 것보다 이해를 해보려고 했다. 인간성이 없는 모습이 안타깝더라. 실제 이런 상황에서 이성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일진소녀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더라. '민폐'로 불리기도 할 거고 욕도 먹겠지만 감정적, 이기적, 의존적인 면모가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실제 학창 시절은 어땠나.
▶학창 시절에는 '사람좋아' 인간이었다.(웃음) 재수하면서 생활기록부를 봤는데 선생님들이 써주신 걸 보고 감동하였다. '온몸으로 사랑을 전하는 사랑전도사'라는 문구가 있더라. 선생님들이 써주신 글이 감사했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반응이 있다면.
▶화가 많이 나셨더라. (웃음)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어제 영화 봤는데 오늘도 화나고 내일도 화가 날 것 같다'는 내용이 온 적도 있다. 욕을 먹어서 상처받은 건 아니다. 더 많이 화내셔도 된다.
-오래 고민하고 준비한 자기 연기를 본 소감은.
▶칸에서 봤을 때는 내가 영화제에 있는 것 때문인지 추워서 그런 건지 모를 정도로 덜덜 떨고 긴장했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까 눈치를 살피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내가 한 연기니까 아쉬움이 느껴졌다. 나름대로 인물의 변화를 표현하려고 했다. 초반에는 맨 뒤에 있지만 나중에는 중간에 껴있는 것도 심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진 소년이 죽었을 때 패닉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풀샷으로 잡히니까 너무 무기력해 보이더라. 내 캐릭터 연기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이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현장에서 좀비를 대면하고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말 무섭더라. 어떻게 연기할까 여러 가지 상상을 해봤는데 일단 촬영이 시작되니까 준비한 게 소용이 없더라. 너무 무서워서 눈을 돌리게 됐다. 도저히 (좀비) 눈을 쳐다볼 수 없더라. 촬영이 끝난 후에 엉엉 울었다.(웃음)
-장르 특성상 '어떻게 죽는지'도 중요하다.
▶한 번은 그냥 관객분들의 반응이 너무 궁금해서 영화관에 갔는데 놀라서 소리 지르는 분들이 계시더라. 관객들도 예상하겠지 싶었는데 진짜 모르는 반응이어서 신기했다. 현장에서는 연기하면서 너무 많이 울고 좀비도 많이 나와 정신이 없었다. 즉흥적으로 진행된 부분도 있는데 그래서 더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내가 준비해 온 대로만 연기했다면 분명 의도가 눈에 보였을 것이다.
-'군체' 오디션 때 자존감이 낮았다고 했는데 작품이 공개되어 흥행 중이다. 어떤 마음인가. 자존감도 올라갔나.
▶(이담희) 언니와도 '우리 이거 정말 마음 편하게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평온한 상태다. 영화가 잘 돼서가 아니라 이미 영화를 촬영하면서 자존감이 올라갔다. 내 연기를 좋게 봐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너 진짜 나쁘다'라면서 (악역 연기에 대한) 칭찬도 받았다. 이 작품 자체가 내 자존감을 많이 올려줬다. 요즘은 정말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악역이 들어온다면 할 생각인가.
▶너무 좋다. 저를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불러주시는 것이니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맡은 역할을 해낼 때 고착화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정말 오래 연기하고 싶다. 오래 연기를 하면서도 배역에 맞게 늘 다른 모습으로 연기를 해내고 싶다. 그래서 오래 보아도 늘 새로운 배우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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