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김은우 "폭력 경찰 연기, 내가 봐도 보기 싫더라" [N인터뷰]①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성경찰서 형사역을 맡은 배우 김은우 ⓒ 뉴스1 구윤성 기자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성경찰서 형사역을 맡은 배우 김은우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지난달 막을 내린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극본 이지현/연출 박준우) 속 허수아비는 연쇄살인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던 경찰,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던 검사, 그리고 불의와 부정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못한 이들의 무력한 모습이 '허수아비'였다. 장명도와 도형구는, '허수아비' 같은 경찰이었다. 무자비한 폭력으로 무고한 이들의 인생을 짓밟았고, 나아가 사건을 직접 은폐했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끝까지 뉘우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과연 누가 허수아비로 남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했다.

배우 전재홍이 장명도, 김은우가 도형구를 각각 연기했다. 연극 무대와 드라마, 영화를 오가면서 내공을 쌓아온 두 배우는 악랄한 인물로 분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끌어냈다. 절실하게 오디션을 봤고, 무거운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 베테랑 배우들과의 협업은 즐거웠고, 동시에 배우로서 자세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됐다. '허수아비'를 향한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털어놓는 이들에 눈에는 작품과 연기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허수아비'는 새로운 시작이자, 연기 활동의 새로운 동력이 됐다.

전재홍, 김은우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반응을 실감하나.

▶(전재홍) 오늘 인터뷰를 하러 와서 느꼈다. 혼자 있을 때보다 (김은우와) 둘이 있으면 알아보시더라. (웃음) 헬스장에 가면 (드라마가 방송되는) 월, 화요일에 살짝 긴장한다. 혼자 가면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

▶(김은우) 대본을 보면서 '우리 둘은 하나다, 떼려야 뗄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똘똘 뭉쳐서 연기해야지 싶었다. 드라마를 알리려고 가족들, 지인들, 이웃들에게 연락을 드렸다. 드라마가 재미있다보니까 저만큼이나 열정적으로 봐주시더라. 범인이 누군지 많이 물어보시더라. 그리고 요즘은 동료들에게 작품에 대한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 아이가 드라마는 안 봤지만 아빠가 형사인 줄 알고 있다.(웃음)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성경찰서 형사역을 맡은 배우 김은우 ⓒ 뉴스1 구윤성 기자

-'허수아비'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전재홍) 오디션을 통해서 준비했다. 분량이 굉장히 많았다. 절실한 마음이었다. (대본을) 다 외워서 갔던 기억이다. 이런 악역은 안 해봤다. 그런데 감독님이 '나쁜 역할 많이 했죠?'라고 하시더라. (웃음) 이런 역할은 처음이지만 스스로 나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면 스스로 제한할 것 같더라. 그 시대의 사람이 되어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김은우) 오디션에 되고 나서 기뻤다. 합격한 것 자체로 너무 기뻤다. 대본에 인물이 잘 표현되어 있었고 아주 섬세했다. 작가님이 써주신 대로 충실하게 연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극 안에서 주인공들을 서포트하는 인물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전재홍) 처음에 6부까지 대본이 나왔는데 솔직히 내 분량을 먼저 확인하게 되더라. (웃음) 1부부터 계속 나오더라. 너무 신났다. 그러다가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고민이 생기더라. 형구는 캐릭터가 뚜렷한데 명도는 비교적 그런 모습이 안 보이더라. 그러다가 형구와 리허설을 하는데 같이 연기를 하다 보니까 '명도는 영악한 캐릭터로 가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형구가 신체적인 폭력을 가한다면 명도는 옆에서 영악하게 구는 거다. 다행히 작가님께서 1, 2회를 먼저 보시고 '명도를 그렇게 표현해 주셔서 좋았다'고 해주시더라.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성경찰서 형사역을 맡은 배우 전재홍(왼쪽)과 김은우 ⓒ 뉴스1 구윤성 기자

-악역 경험이 없었던 만큼 어렵지 않았나.

▶(전재홍) 어려웠다. 대사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터치하는(때리는) 장면이 있다 보니까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 석만이(백승환 분)를 때리는 신이 있는데 종방연에 가서도 미안하다고 했다. 계속 사과했다. 석만이는 괜찮다고 하는데 그래도 너무 미안하더라.

▶(김은우) 형과는 조금 다르게 피의자 연기 경험이 있어서 크게 어려운 마음은 아니었다. 형구는 지금까지 한 작품과 비교하면 역할 자체가 커서 신나서 연기했다. 보여주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신체적인 폭력을 가하는 신이 많았다.

▶(김은우) 송건희 배우(이기범 역)와 백승환 배우(임석만 역)와 박상훈(이성진 역) 배우에게 굉장히 고마웠다. 기술적으로 연기한다고 해도 가해지는 아픔이 있지 않았겠나. 티를 내지 않더라. 더 미안했다.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성경찰서 형사역을 맡은 배우 전재홍(왼쪽)과 김은우ⓒ 뉴스1 구윤성 기자

-시청자들의 반응도 봤나.

▶(전재홍) 시청자들의 반응을 끌어내야 하는 직업인만큼, 악인이지만 악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안 될 것 같더라. 그러면 한 번 필터링을 거친 연기를 하게 될 것 같았다. ''허수아비' 끝나는 날까지 조용히 살자' 그런 마음이었다. 욕먹을 걸 각오했다. 그런데 요즘은 시청자분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얄밉다' '꿀밤 때려주고 싶다' '다음에는 착한 형사를 연기해달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시대극인 만큼 외적인 설정에 대한 고민도 컸을 것 같다.

▶(김은우)형구가 몸으로 먼저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운동하고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당시 복싱이 인기가 많아서 운동선수들을 참고해 이미지를 찾았다. '뽀글' 헤어스타일도 그렇게 생각해서 제작진께 말씀드렸다. 집 앞 미용실에 가서 '최대한 늦게 풀리게' 파마해달라고 했다.

▶(전재홍) 이런 콘셉트 회의 자체를 처음 해봤다. (김은우의) 파마머리가 너무 잘 어울리더라. 갑자기 조급해졌다. (웃음) 이소룡 스타일도 고민해 봤는데 그건 안 된다고 하시더라. 이번에는 촬영 내내 옆머리를 길러봤다. 지금 보면 이 모습이 명도와 어울리지만, 연기할 때는 나만 너무 연기자처럼 안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했다.

드라마 '허수아비'에서 강성경찰서 형사역을 맡은 배우 전재홍(왼쪽)과 김은우 ⓒ 뉴스1 구윤성 기자

-드라마 속 자기 모습을 보니 어땠나.

▶(김은우) 나도 내가 보기 싫더라. 기운 자체가 싫달까. 나를 보는 건데도 못 보겠더라. 억지로 용의자를 끌고 가고 자백을 받는 장면들, 열심히 집중해서 연기하기는 했지만, 마음은 좀 안 좋더라. 차시영을 찾아갔을 때는 자기도 살려고 절실하게 매달리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전재홍) 기범이를 잡을 때 서로 기뻐하면서 소변을 보러 가는 장면이 있는데,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까 애드리브가 툭툭 나오더라. 그런 대사를 제작진이 좋아해 주셨고 방송에 나오니까 신나고 재미있었다. 정말 '나이스'였다. 감독님도 '경찰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오늘 뭐 먹을지 생각해 보면 어떠냐'고 하셨다. "제육 먹을까, 탕수육 먹을까" 그런 대사를 주고받는 신들도 마음에 들었다.

▶(김은우) 박해수 형, 이희준 형이 옆에서 "같이 만들어보자"면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경험이 많지 않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같이 만드는 분위기가 많았다.

▶(전재홍) 첫 장면을 촬영하는데 대사가 입에 잘 안 붙더라. 용기를 내서 감독님에게 말씀드렸는데 이희준 선배가 '너무 좋다'고 해주시더라. 거기서 뭔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촬영 감독님도 '우리가 배우들을 위해서 카메라를 움직일 테니까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라'고 해주시더라. 기분이 너무 좋았고 용기를 많이 얻었다.

<【N인터뷰】 ②에 계속>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