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제 "오디션 100번 줄탈락에 회의감…전환점 된 '기리고'" [N인터뷰]②

배우 이효제 ⓒ 뉴스1 김진환 기자
배우 이효제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이효제는 '기리고'로 다시 자신을 증명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앱 '기리고'의 저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받은 고등학생들이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YA(영 어덜트) 호러 시리즈다. 스마트폰 앱과 10대들의 불안, 우정, 질투, 욕망을 다룬 속도감 있는 전개에 장르적 재미까지 다잡아 호평을 받았고, 공개 직후 글로벌 톱(TOP)10 비영어 쇼 4위까지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 중심에는 이효제가 있었다. 이효제는 극 중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이자, '기리고' 앱을 통해 소원이 이뤄지는 고등학생 형욱 역을 맡았다. 형욱은 수학 만점을 소원으로 빌었다가 죽음의 타이머에 갇힌다. 이효제는 형욱의 천진난만한 면모와 불안·공포를 오갔고, 그간 보여준 적 없던 통통 튀는 오타쿠 감성과 불안정한 청춘의 얼굴을 그려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특히 캐릭터를 위해 무려 20㎏를 증량하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직접 파고드는 메소드에 가까운 접근으로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줬다.

이효제는 아역 시절부터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영화 '검은 사제들' '사도' '덕혜옹주' '가려진 시간'과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 '구르미 그린 달빛' '인간실격' 등 굵직한 작품들에서 활약했다. 특히 강동원, 소지섭 등 톱배우들의 아역 시절을 연기하며 일찍이 눈도장을 찍었고,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이효제는 "오디션을 100번 넘게 떨어지며 연기에 재능이 있나 회의감이 들었다"며 "벼랑 끝 같은 시기를 지났다"고 그간의 과정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렇기에 '기리고'는 이효제에게 단순한 흥행작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그는 "이 작품을 만나면서 '내가 연기를 계속해도 되겠구나'라는 확신을 얻었다"며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갖지 않는 편"이라며 앞으로도 이번 작품 속 형욱처럼 극적 변화도 언제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다양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효제. 그와 만나 '기리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배우 이효제 ⓒ 뉴스1 김진환 기자

<【N인터뷰】 ①에 이어>

-배우로서는 형욱 캐릭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

▶형욱이라는 인물은 주변에서 한두 명쯤 볼 수 있을 법한 친근함과 천진난만함이 있었고 남 눈치를 잘 안 보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다. 저는 형욱과 굉장히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완전히 다른 인물을 제 안에서 꺼내 써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더 다양한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실제 모습과 거리가 먼 인물을 연기할 때 배우로서 묘미도 있었나.

▶그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나한테 이런 모습도 있었네' 하고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형욱은 텐션이 굉장히 높은 인물인데 저는 실제로 중간 정도 텐션의 사람이다. 그런데 제 안에도 그렇게 하이 텐션이 되고 싶은 욕망이 어느 정도 있더라.(웃음) 그래서 형욱을 준비하면서 내면적으로 밝은 모습들을 계속 꺼내 쓰려고 했다. 평소에도 형욱은 뭘 좋아할까, 말투는 어떨까 고민하면서 애니메이션도 많이 보고, 형욱이 하는 게임도 끝까지 클리어해 보면서 메소드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실제로 형욱이가 좋아했던 것들을 좋아하게 되기도 했나.

▶너무 사랑하게 되더라. 형욱이라는 인물을 사랑하려면 형욱이 좋아하는 것부터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본에 처음 적혀 있던 게 '스컬'이라는 게임이었는데, 서사가 있는 게임이었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형욱은 이걸 이렇게 사랑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도 보면서 "재밌네" 싶었고, 대학에서 친구들이랑 있을 때 일본어 대사를 따라 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멘' 같은 대사를 입에 붙이려고 많이 노력했다. 의식적으로 쓰다 보니까 나중에는 무의식적으로도 튀어나오는 순간들이 있어서 신기했다.

배우 이효제 ⓒ 뉴스1 김진환 기자

-연기와 배역을 위해 실생활에서도 캐릭터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인가.

▶이전에는 이번 작품보다 조금 더 가볍게 접근했던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네 성격도 이 캐릭터랑 닮아가는 것 같은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의식적으로 '이 캐릭터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제가 형욱의 웃음소리로 웃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형욱이처럼 경박스럽게 웃는 순간들도 있더라.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전보다도 더 진정성 있는 애티튜드로 임하게 된 계기가 있나.

▶오디션을 정말 많이 보면서 종종 벼랑 끝에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지만 성인으로 넘어가면서 의식적으로 연기를 쉬었던 기간도 있었고,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고, 성인 배우로 전환하는 과정이 굉장히 어렵다는 걸 느끼던 시기였다. 대학에서도 배우고 스터디도 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지만 오디션을 100번 이상 떨어지면서 '내가 연기에 재능이 있나' 회의적으로 생각했던 시기였다. 정말 많은 오디션을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지는 경험들을 성인이 된 이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다 '기리고'를 만나면서 '내가 연기를 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지섭 강동원 등 톱 배우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주목받았다. 이런 경험들을 돌이켜 보면 어떻게 다가오나. 어린 시절과 현재, 배우로서는 어떤 차이점을 느끼나.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아역 배우'라는 타이틀이 주는 힘은 굉장히 컸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하면 믿고 볼 수 있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 이번에도 박윤서 감독님께서도 "아역부터 했으니까 확실히 잘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내가 아역 시절에 쌓아온 감각들이 아직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어릴 때는 감각에만 의존해서 감독님의 디렉팅에 따라 즉흥적으로 연기했다면, 지금은 좀 더 전문적으로 연기의 방법론을 연구하고 여러 방향성을 시도해보는 단계인 것 같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다면.

▶코미디 장르도 해보고 싶다. 장르적으로는 로맨틱 코미디였으면 좋겠다.(웃음) 또 빌런 역할이나 사이코패스 역할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대중에게는 배우로서 어떤 배우로 각인되고 싶나.

▶다양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작품마다 이미지가 다르게 기억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익숙한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보다 "이 사람한테 이런 면도 있었네, 저런 면도 있었네" 하는 신선함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기리고'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까.

▶제게는 전환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면서도 성인 배우로 잘 넘어왔다는 인식을 심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한테 정말 감사하고 뜻깊은 작품이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