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고' 이효제 "떡볶이·마라샹궈로 20㎏ 증량…노력 보상받았다" [N인터뷰]①

배우 이효제 ⓒ 뉴스1 김진환 기자
배우 이효제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이효제는 '기리고'로 다시 자신을 증명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앱 '기리고'의 저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받은 고등학생들이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YA(영 어덜트) 호러 시리즈다. 스마트폰 앱과 10대들의 불안, 우정, 질투, 욕망을 다룬 속도감 있는 전개에 장르적 재미까지 다잡아 호평을 받았고, 공개 직후 글로벌 톱(TOP)10 비영어 쇼 4위까지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 중심에는 이효제가 있었다. 이효제는 극 중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장난꾸러기이자, '기리고' 앱을 통해 소원이 이뤄지는 고등학생 형욱 역을 맡았다. 형욱은 수학 만점을 소원으로 빌었다가 죽음의 타이머에 갇힌다. 이효제는 형욱의 천진난만한 면모와 불안·공포를 오갔고, 그간 보여준 적 없던 통통 튀는 오타쿠 감성과 불안정한 청춘의 얼굴을 그려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특히 캐릭터를 위해 무려 20㎏를 증량하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직접 파고드는 메소드에 가까운 접근으로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줬다.

이효제는 아역 시절부터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영화 '검은 사제들' '사도' '덕혜옹주' '가려진 시간'과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 '구르미 그린 달빛' '인간실격' 등 굵직한 작품들에서 활약했다. 특히 강동원, 소지섭 등 톱배우들의 아역 시절을 연기하며 일찍이 눈도장을 찍었고,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이효제는 "오디션을 100번 넘게 떨어지며 연기에 재능이 있나 회의감이 들었다"며 "벼랑 끝 같은 시기를 지났다"고 그간의 과정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렇기에 '기리고'는 이효제에게 단순한 흥행작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그는 "이 작품을 만나면서 '내가 연기를 계속해도 되겠구나'라는 확신을 얻었다"며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갖지 않는 편"이라며 앞으로도 이번 작품 속 형욱처럼 극적 변화도 언제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다양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효제. 그와 만나 '기리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배우 이효제 ⓒ 뉴스1 김진환 기자

-'기리고'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었나.

▶이렇게 될 거라고는 사실 기대를 안 했던 것 같았다. 물론 작품이 너무 좋았고 대본을 받았을 때 '진짜 너무 재밌는 시나리오다'라고 생각했지만,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잘될 거라는 생각은 오히려 안 하려고 했다. 기대를 안 하는 게 나중에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너무 좋은 성적이 계속 나왔다. 공개되고 며칠 뒤에 바로 한국에서 1등을 하고, 그 뒤에 글로벌 4위에 가더라. 글로벌 1위가 됐을 때 5명이 있는 단톡방에 서로 캡처를 올리고 같이 축하하면서 기뻐했다.

-'기리고'의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등과 여전히 돈독한가.

▶아직도 서로 잘 만나고 있다. 기사 내용도 서로 공유해주면서 축하했다. 며칠 전에도 (백)선호 형이 휴가를 나와서 함께 만났다.

-이들과 현장에서 연기 호흡은 어땠나. 친해진 과정은.

▶5명 중에서는 연차로 제가 선배다. 처음에 전소영 누나가 저를 보고 "효재 선배님"이라고 했는데 그런 말을 진짜 처음 들어봐서 너무 어색했다.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오히려 더 허점도 보이고 재미있게 대하면서 친해졌던 것 같다. 서로 친구 같은 느낌이 있어서 서로를 많이 아꼈던 것 같다. 사실 촬영 전부터 감독님께서 이 5명은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감독님까지 함께 그룹 리딩도 하고, 저희끼리도 편하게 밥 먹을 정도로 자주 만나 연기 이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촬영에 들어가서도 학생들 같은 돈독한 케미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기리고'는 모든 캐릭터들이 다 주목받은 작품이다. 특히 형욱 캐릭터와 이효제의 연기에 대한 반응 중 어떤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제 노력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너무 감사했다. 외적으로도 많이 바뀌었지만 내적으로도 이번에는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오타쿠 연기 진짜 잘 어울린다" "찐따 같은 느낌이다" "어디선가 한 번쯤 볼 법한 주변 인물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더라. '내가 그래도 잘 분석하고 다가갔구나' '형욱과 많이 닮아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했던 것 같다. (그런 반응을 보며)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혼을 갈아 넣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의 실제 모습과 거리가 먼 인물이다 보니 주변에서도 연기 변신을 보고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어떤 반응이 있었나.

▶당시 대학을(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작품 때문에 살을 찌우고 있었다. 동기들이 만날 때마다 "살쪘네"라는 말을 계속 했는데 왜 살찌는지는 안 물어보더라. 그래서 저도 말을 안 했다.(웃음) 다들 "스트레스 받는 일 있나 보다, 그냥 많이 먹고 싶은 게 많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나중에는 점점 살이 빠지니까 "왜 찌운 거야"라고 해서 작품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더니 "그렇지, 관리 잘하던 애가 그렇게 찔 리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작품이 나온 뒤에는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알겠다"고 해줘서 감동이었다.

배우 이효제 ⓒ 뉴스1 김진환 기자

-오디션으로 '기리고'에 합류했다. 형욱 캐릭터에 매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그 이야기를 이번에 들었다. 오디션 보러 갔을 때는 지금보다 5~6kg 더 말라 있었다. 감독님께서 원하셨던 형욱은 단순히 오타쿠스러움만 강조된 인물이 아니었다고 하셨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을 법한 톤인데 눈빛은 이상하게 매섭고, 또 착할 때는 굉장히 착해 보이는 신비로운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형욱 역을 맡았을 때 뒤에서 보여줄 힘이 있겠다고 생각하셨다고 들었다. 또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미지를 보고 "이상하게 귀엽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웃음) 그래서 살을 찌우면 이런 이미지가 나오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았다.

-이 캐릭터는 증량 또한 가장 큰 과제였을 것 같다. 감독이 바로 제안을 했던 부분인가.

▶그 자리에서 물어보셨다. 살을 찌워본 경험이 있냐고 하셔서 "찌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했고, 살찐 모습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셔서 예전에 조금 통통했을 때 사진을 보내드렸다. 감독님께서는 이 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셨다고 하더라. 그런데 흔쾌히 찌울 수 있다고 하니까 "그러면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 하셨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다.

-증량 과정은 어땠나.

▶일단 배달비가 정말 4배 이상 들었다.(웃음) 평소 시켜 먹던 양의 거의 5~6배를 먹었다. 원래는 폭식을 한 번 하면 하루 동안 아무것도 안 먹으면서 관리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작품을 만나고 나서는 어떤 음식이 저한테 가장 잘 맞을지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 많이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물리지 않아야 하고, 칼로리는 높아야 했다. 여러 가지를 먹어보다가 저한테 맞는 건 떡볶이, 마라샹궈 같은 고칼로리 음식과 크리미한 로제 계열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칼로리를 때려 넣었고 30분 간격으로 계속 뭔가를 먹었다. 중간중간 까르보 불닭도 두세 개씩 끓여 먹었다. 원래는 늘 제로콜라만 마셨는데 당시 당이 있는 콜라를 거의 처음으로 마셨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배부른 상태에서도 계속 배고픈 느낌이 드는 시점이 오더라.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그렇게 확 찌우고, 이후 6개월 동안 유지하면서 후반에는 자유롭게 즐기면서 먹었던 것 같다.

-증량 이후 외적 변화나 몸의 움직임이 연기에도 많은 영향을 줬나. 이후에도 연기 변신을 극적으로 해야 하는 작품이 들어온다면 할 의향이 있는지.

▶가동 범위가 조금씩 줄어들더라. 숨소리도 많이 달라졌고, 제일 힘들었던 건 땀이 많아진 부분이었다. 이후에도 이런 작품 제안이 왔을 때 너무 좋다면 할 것 같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갖지 않는 편이다. 변한 모습이 때론 마음에 들 때도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끼는 것 같다.

배우 이효제 ⓒ 뉴스1 김진환 기자

-형욱을 연기하며 참고했던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었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형욱의 본체 모습이었다. 정말 천진난만한 형욱의 모습, 오타쿠적인 모습들을 계속 찾아봤는데 오타쿠가 서사를 끌고 가는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없더라. 그래서 레퍼런스를 찾기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고등학교 동창 한 명이 떠올랐다. 초중고를 같이 나온 친구인데 되게 천진난만하고 통통 튀는 매력도 있고 실제로 통통한 친구였다. 그 친구를 모티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의 습관들과 제 습관들을 섞어서 중간 지점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형욱이는 '기리고'에 수학 성적 만점을 소원으로 빈다. 형욱의 고민과 소원에 공감이 되기도 했나.

▶확실히 형욱이에게는 그 선택들이 100%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형욱에게 있어 그런 행동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고 봤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학업 스트레스와 친구 관계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형욱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유독 학업 스트레스가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왔을 것 같았다. 많은 분들이 힘든 일이 있거나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징크스에 기대거나 어떤 존재를 믿으면서 스스로 믿음을 만들어내지 않나. 형욱에게는 '기리고'라는 앱이 딱 그런 존재였다고 생각했다. "이걸 믿어봤는데 정말 징크스처럼 맞네"라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진심으로 소원을 빌고 또 그걸 만족해했을 것 같았다.

-'기리고'에서 임팩트 있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형욱의 죽음의 순간이 담긴 장면이기도 하다. 극적인 감정 연기와 신체 연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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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인 부분은 현장에 안무 감독님이 계셔서 몸을 어디로 이동해서 어떤 형태로 움직여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주셨다. 저는 인물의 내면을 분석하는 데 더 집중했고 감독님과도 그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다. 현장에 가기 전에도 작가님께서 "정말 죽기 싫은데 죽는 사슴 같은 눈망울을 잘 표현해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다. 눈물을 와락 흘려야 하는 장면들에 대해서도 저를 많이 믿어주셨던 것 같다. 저는 형욱의 원래 모습이 권시원과 싸우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권시원이 나를 죽이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잘 드러내기 위해 현장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N인터뷰】 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