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짜 아니다"…'판사이한영' 감독이 전한 제작 현실 [N인터뷰]③

이재진 감독 / MBC 제공
이재진 감독 / MBC 제공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판사 이한영' 이재진 감독이 OTT까지 드라마 시장이 커졌음에도 방송국 내부의 녹록지 않은 제작 현실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M라운지에서는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극본 김광민/연출 이재진 박미연)을 연출한 이재진 감독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판사 이한영'은 거대 로펌의 노예로 살다가 10년 전으로 회귀한 적폐 판사 이한영(지성 분)이 새로운 선택으로 거악을 응징하는 정의 구현 회귀 드라마다. 1회가 4.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5회 만에 10%대를 돌파했고, 9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인 13.5%를 달성했다.

이재진 감독은 '더 뱅커'(2019) '나를 사랑한 스파이'(2020) '세 번째 결혼'(2023)에 이어 '판사 이한영'을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판사 이한영'은 당초 지난해 11월 편성될 예정이었으나, 편성이 연기되면서 올해 1월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와 관련해 이재진 감독은 "처음 들었던 방송 일정은 11월 18일이었고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었다"고 인정하며 "중간에 밀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편성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로 인해 드라마 후반부의 만듦새를 더 정성스럽게 다듬을 수 있었다는 장점은 있었다"면서도 "편성 자체가 결과적으로 나았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제작하면서 이렇게까지 후반 작업 시간을 많이 가져본 건 처음이었다, 작품을 여러 번 보면서 아쉬운 부분을 수정하고 손을 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이 보면서 방향을 잃는 느낌도 들었다"고도 고백했다.

또한 이재진 감독은 편성은 감독 소관이 아닌 방송국의 소관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편성 시기의 중요성에 대해 부인하진 않았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연출자로서 회사 직원이고 월급을 받고 있는 입장이라 어떤 편성이든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해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회사에서 정한 일정에 최대한 맞춰 잘 만드는 게 연출자의 역할"이라면서도 "결국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어디서든 찾아본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시청률보다도 얼마나 많이 회자되고 다시 보기로 소비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OTT도 많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봐주기만 한다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스케일과 제작비를 키운 드라마의 폭발적 흥행도 중요하지만, '판사 이한영'처럼 다양한 시청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중간 규모 드라마의 선전도 매우 중요하다. 이재진 감독은 "MBC에 2005년에 입사한 후 처음 조연출로 미니시리즈를 맡았을 당시 한 작품 제작비가 대략 3억 8000만 원에서 4억 5000만 원 수준이었다"며 "지금 기준으로 하면 한 작품당 60~70억 정도 규모였고, 광고만 잘 팔리면 드라마로 수익이 나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제작비가 너무 커졌다, 올해 MBC에서 방송되는 '21세기 대군 부인'은 제작비가 엄청난 수준인 반면 '판사 이한영'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크지 않은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진 감독은 "지금은 한 회당 제작비의 비중이 매우 크고 과거보다 몇 배는 더 많이 드는 상황"이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연출자가 '이 드라마 꼭 해야 한다'고 밀어붙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예전엔 50~60억 정도면 '해보자'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먼저 수익 구조를 다 짜놓고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캐스팅이 팔릴 수 있어야 하고 여러 사전 조건들이 맞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드라마 하나 만들면 몇십억씩 손해를 본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재진 감독은 "지금 회사에서의 기본적인 인식은 '드라마는 하면 적자'라는 것"이라며 "드라마가 적자를 안 보려면 해외에 팔릴 수 있는 배우가 캐스팅되거나 최소한 팔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하지만 그런 조건이 맞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또 모든 걸 다 갖췄다고 생각해도 결국엔 편성의 운이나 시장 상황 같은 외부 요소도 크게 작용한다, 정말 잘 만든다고 해도 '100% 성공하는 드라마'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더불어 "지금의 미디어 환경과 방송 구조에서는 산업 전체적으로 돈이 너무 부족하다"며 "구조 자체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는 개인의 몫이 아니라, 회사·업계 전체·산업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공짜가 아니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재차 당부했다.

영화와는 다른, 드라마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재진 감독은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가장 속상한 부분은 드라마는 '공짜'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라며 "영화는 돈을 주고 보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만 드라마는 광고 몇 개 보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드라마도 광고를 붙여서 수익을 만들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BC만 해도 가장 많은 예산이 쓰이는 부서가 드라마국일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보면 한국 드라마는 K-컬처를 대표하는 콘텐츠이고,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을 갖는다, 이런 문화 콘텐츠가 당장의 수익으로만 환산돼서 돌아오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가치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업에 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마지막 회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반가워할 만한 관전 포인트도 귀띔했다. 이재진 감독은 "마지막 회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의를 이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피엔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13~14화로 갈수록 점점 속도감이 붙는다"며 "너무 빨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됐지만 그만큼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13부가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더불어 "적어도 허무하거나 속상한 결말은 아닐 것"이라며 "작가님이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결말도 그런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꽉 닫히긴 했지만 또 완전히 닫힌 건 아닌 열린 결말. 그런 느낌"이라고 전해 최종회를 더욱 기대케 했다.

한편 총 14부작인 '판사 이한영'은 14일 오후 9시 40분 마직막회를 방송한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