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킴에서 다나카까지…김경욱의 '부캐' 변천사 [코미디언을 만나다]③

[단독]

개그맨 김경욱(부캐 다나카)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일본 호스트 다나카, 전라남도 영광군 출신 나일론 머스크, 디자이너를 꿈꾸는 옷가게 아르바이트생 김건욱, 테슬라와 도지코인 탓에 돈을 잃은 53세 유튜버 김홍남 등. 코미디언 김경욱(39)이 만든 부캐(부캐릭터)들이다. 유튜브 채널 '나몰라패밀리'를 통해 부캐들을 소개하며 소소한 재미를 줬던 김경욱은 최근 다나카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다시 한 번 대세의 중심에 서게 됐다.

또한 코미디 레이블인 메타코미디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 김경욱. 지난 2001년 SBS 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후 21년 동안 코미디언, 가수, 기획자로 활약하면서 종횡무진 활동해 온 그는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물론 김경욱의 부캐 열정은 최근에서야 생겨난 것이 아니다. 2006년 나몰라패밀리에서도 바보킴이라는 부캐로 활약한 바 있는 것. 이러한 김경욱의 코미디 근본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변화해왔고 결국 '부캐전성시대'라는 지금 다시 한 번 빛을 볼 수 있었다. 이에 김경욱은 "제가 하고 있는 개그는 뿌리는 똑같고 항상 제가 하는 색깔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메타코미디의 손을 잡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김경욱을 부캐 다나카와 함께 [코미디언을 만나다] 서른세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햇수로 데뷔 22년차 코미디언으로서 '부캐시대'의 중심에 선 그와 코미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개그맨 김경욱(부캐 다나카)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 다나카 편②에 이어>

-나몰라패밀리로 활동하다가 메타코미디를 만나게 됐는데, 같이 협업을 하면서 어떤 느낌이 나나.

▶진짜 너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에너지가 너무 좋다. 메타코미디가 지금 유튜브의 코미디채널 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한다 하는 팀들이 다 모여있지 않나. 아무리 후배들이지만 제가 그냥 저도 팬으로서 좋아하는 친구들과 약간 경쟁하는 느낌이 있으니 약간 시너지 효과가 있다. 또 그 안에 스태프분들도 모두 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회의만 해도 에너지와 원동력을 얻게 되는 곳이다.

-요즘 코미디 시장이 유튜브를 통해서 많이 활성화 됐는데.

▶공개 코미디는 어쨋든 한 번 거름망이 있지 않았나. PD님이나 작가님들 통해서 대중들한테 나가기 전에 심사를 받아야 했다. 충분히 재밌는 것일지라도 그분들의 개인적인 감에 의해서 한 번 걸러진다. 일반 대중들한테 더 큰 재미와 행복을 줄 수 있었던 것들이 한 번 걸러진 거다. 물론 그러면서 한 번 더 발전이 될 수도 있지만 약간의 장단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걸 통해서 더 좋아질 수도 있었겠지만, 나쁜 경우에는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깐. 근데 지금은 진짜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거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거다. 재미없으면 그냥 자기 자신이 혼나는 거고, 재밌으면 그게 업로드가 돼서 시청자들한테 인정을 받게 되는 거라서 저도 좋다.

-나몰라패밀리를 2006년에 결성해서 무대 활동, 가수 활동, 유튜브 활동 등을 활발하게 펼쳤는데, 이런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왔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냥 목표치를 아예 높게 잡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2006년에 나몰라패밀리 결성하기 전에 5~6년의 무명시간을 버티던 답답함이 있었다. 빨리 잘 되고 싶은 갈증이 쌓이고 쌓였다. 그때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당시는 지금에 비해서 플랫폼이나 이런 콘텐츠들이 이렇게 포화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뭐가 하나 잘 되면 그래도 그걸로 적어도 한 2년에서 3년 정도 갔다. 그래서 나몰라패밀리로 자잘한 행사든 어떻게든 많이 갔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그냥 더 잘하고 싶은 것, 내 것을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욕심인 것 같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재밌다'라고 해주는 것, 이렇게 알아주는 것에 대한 욕구와 갈망이 원동력 같다.

개그맨 김경욱(부케 다나카상)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다나카, 김홍남, 나일론 머스크 등 엄청 많은 캐릭터들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제가 이 캐릭터를 기획하기 전에 '웻보이'라는 친구를 만들었다. 7년 정도 문하생처럼 있던 양진점이라는 친구를 웻보이로 기획했다. 원래 나몰라패밀리 공연을 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공연을 못하게 되니깐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유튜브나 틱톡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해서 만들어낸 캐릭터가 웻보이였다. 그런데 만들고 나서는 제 마음 같지가 않더라. 일단 제가 나몰라패밀리라는 회사의 대표로서 그 캐릭터를 회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을 하고 미래 먹거리라고 생각을 하고 저의 모든 정신을 쏟아서 만들어냈었다. 그런데 양진범씨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깐 마음처럼 안 되는 게 있었고 그 친구도 생각이 많아지고, 결국 우리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게 됐다. 그러다가 그냥 나를 투영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김홍남, 나일론 머스크, 다나카 등은 진짜 내 마음으로 컨트롤하고 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좀 컸던 것 같기는 하다.

-이러한 부캐들이 이렇게까지 대박을 칠 거라고 생각했나.

▶저는 생각을 이렇게까지 하지 못했다. 김홍남 같은 경우는 제가 생각했던 정도, '딱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을 정도의 사랑을 받았다. 또 김홍남은 너무 B급 정서다. 그러다 올해 다나카가 큰 사랑을 받았는데 약간 분에 넘치기는 한 것 같다. 그리고 뭔가 세상이 좀 변한 것 같기는 하다.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뭐는 안 된다'하는 기준들이 있는데 다나카는 그걸 좀 뛰어넘지 않는 설정이지 않나. 호스트 클럽이라는 정서도 한국에서는 원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지 않나. 일본 같은 경우는 롤랜드라는 호스트가 방송에서도 나와서 자기가 생각하는 부분과 자신의 세계관을 자유롭게 얘기한다. 그리고 사람들도 그걸 하나의 직업으로 용인을 해주고 그 사람의 생각에서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려고 한다. 그래서 저도 그런 롤랜드의 호스트 이미지를 가져와서 이 사람들도 충분히 매력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그런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들이 가지는 부정적인 인식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개그맨 김경욱(부캐 다나카)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처음으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도 바비킴을 패러디한 '바보킴'이었다. 원래부터 부캐릭터에 대한 강점이 존재했던 것 같은데.

▶저는 제가 하고 있는 개그는 뿌리는 똑같고 항상 제가 하는 색깔이 딱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 원래의 모습을 아예 안 보이게 해서 캐릭터로서 무대에 오르려고 한다. 안쓰럽고 약간 도와주고 싶고 애처로운 캐릭터를 20년 전부터 계속 해오고 있다. 저는 그냥 해오던 걸 하고 있는데 이걸 소비하는 친구들이 바뀐 거다. 지금 소비 시장에 뛰어든 MZ세대들에게는 또 제가 너무 새로운 거다. 그냥 제가 하고 있던 걸 하고 있는 건데 지금의 세대들이 색다르게 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우선의 계획은 유튜브에서 계속 새로운 걸 많이 보여주고 싶다. 유튜브의 가능성을 봤으니 말이다. 저도 이렇게까지 유튜브에 올린 영상들로 다른 곳에서 부름을 받고 하는 걸 지켜봤다. 다른 개그맨들의 선례들을 보긴 봤는데 이렇게까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지는 처음 봤다. 이제 어느 정도의 노하우가 생겼으니 그거를 또 어떻게 또 잘 이용할 수 있는지 찾아보려 한다. 또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외국에서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목표가 있다.

-코미디언 김경욱에게 코미디란 무엇인가.

▶저에게 코미디 자체가 그냥 원동력인 것 같다.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되게 많은데 코미디가 뿌리가 돼서 이렇게 열매를 맺는 거다. 노래든 영상이든 그림이든 코미디가 근간이 되어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이 된 거라고 생각한다. 코미디라는 뿌리가 없었으면 저의 창작물들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 같다.

taehyun@news1.kr